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간의 면담이 소득 없이 끝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여(與)·여(與)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한 대표가 면담 이후에도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을 연일 압박하면서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자, 친윤계가 한 대표에 거칠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0월 24일 “당대표는 원내·원외 당 전체 업무, 총괄 업무를 수행한다”며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다시 말한다. 특별감찰관 추천 진행하자”고 말했다. 전날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 방안으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하자 추경호 원내대표가 “원내 사안”이라고 반발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마이웨이’에 이어 여당 ‘투톱’ 격돌까지 벌어지면서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 증폭되고 있다. 이제 여권 내부 충돌이 임계점을 향하는 분위기다.
한동훈, ‘맹탕 차담’ 굴욕 후 ‘김건희 문제’ 해결책으로 특별감찰관 추진
‘대통령실 만찬’ 다녀온 추경호 대놓고 반발···집권여당 투톱 격돌 모양새
지도부 회의에서 친한·친윤 공개 충돌 사태···당내 계파 갈등 임계점 향하고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간의 면담이 소득 없이 끝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여(與)·여(與)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왼쪽).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 ‘데드라인’을 제시하면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한 대표는 10월 23일 확대 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 결과가 11월 15일 나온다”며 “그때 우리는 김 여사 관련 국민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때도 지금처럼 김 여사 관련 이슈들이 모든 국민이 모이면 얘기하는 ‘불만의 1순위’라면 민주당을 떠난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며 “지금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 추천에 있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전제 조건이라는 건 지금 상황에서는 국민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더라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라는 뜻이다. 현재 여당은 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해야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추경호 원내대표는 곧바로 “이 부분(특별감찰관 추천)은 국회 의사 결정 과정이고 원내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추 원내대표는 “아시다시피 특별감찰관은 국회 추천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관련 위원회의 위원들, 중진 등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는 의원총회를 통해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집권 여당 ‘투톱’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그러자 친한계에선 “추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입장을 대변해서 한 대표에게 제동을 걸었다”는 반발이 나왔다.
추 원내대표는 그동안 한 대표와 무난하게 소통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윤·한 맹탕 회담’을 기점으로 한 대표와는 선명하게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윤·한 면담 직후 윤 대통령과 만찬에서 추 대표가 모종의 ‘역할’을 부여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자 ‘한동훈 견제’를 위해 친윤계도 결집하는 모양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친윤계 외곽 모임인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 주최 행사에서 한 대표를 향해 “당대표가 대통령 후보가 돼서 어떻게 출마해볼까 그거 하나밖에 안 보인다”며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권위를 인정해주고 당이 뒷받침해 주는 게 집권여당의 숙명”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출신으로 친윤계로 통하는 강명구 의원도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옛날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들 보다 더 무서운 싸움을 지금 벌이겠다는 건데 우리 당원들은 (그런 분열을) 바라지 않는다”며 “당원들이 대통령 망하라고 한동훈 대표를 세운 게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이 10월 23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면담한 것을 두고도 ‘한동훈 고립 작전’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홍 시장은 그동안 한 대표를 줄기차게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홍 시장은 윤 대통령과 면담 “(윤 대통령과) 대구·경북(TK) 현안만 논의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 추진’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 대표는 10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당대표는 원내·원외 당 전체 업무, 총괄 업무를 수행한다”며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다시 말한다. 특별감찰관 추천 진행하자”고 말했다.
전날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 방안으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하자 추경호 원내대표가 “원내 사안”이라고 반발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한 대표는 “당대표는 법적·대외적으로 당무를 통할한다”면서 “원내 업무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나 국가정보원 대공 업무 복원도 대표가 얘기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15일부터 순차적으로 재판 결과가 나온다. 민주당은 여러 가지 생떼 쇼와 사회 혼란을 유도할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변화하고 쇄신하면서, 민주당의 헌정 파괴 쇼에 단호하게 맞서겠다. 제가 맨 앞에 서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별감찰관 임명은 우리가 지난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던 것”이라며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특별감찰관 추천의 전제조건이라는 지금까지 입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국민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 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관철시키겠지만,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그와 연계해 미루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 회의에서 친윤계(친 윤석열계)와 친한계(친 한동훈)계가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윤·한 회동-특별감찰관 공식화-추경호 반발-친한계 의총 요구’로 이어진 당내 계파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친윤계로 불리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10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친한계 인사들의 발언을 작정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인 당원을 비판할 때는 적어도 일정한 금도가 있어야 한다”며 “일정한 선을 넘었을 때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수도 있고, 그것이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의 혁신과 변화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혁신과 변화의 이름으로 우리 편에게 가해지는 공격의 정도가 금도를 넘어갈 때는 그것 또한 우리 편에게 상당한 상처를 입힐 수 있다”며 “자해적 행위로서 보수진영 공멸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많은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편끼리 싸움의 금도를 넘어서지 말자. 지금 우리를 한번 돌아보면 사방에 적으로 둘러싸여 있을 수도 있다”며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성을 되찾고 당원과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친한계는 “민심을 반영해 대통령실이 변화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맞섰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장동혁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은 어떻게든 특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108명의 틈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틈을 보이는 것은 우리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최고위원은 “당원들은 하나 된 모습을 못 보여준 국민의힘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당도 대통령실도 문제를 대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원들도 국민들도 오래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특검법을 막는 힘은 108명의 의원이 아니라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민 우려 불식시키고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역시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그는 “흔히들 민심과 정치를 바다와 배에 비유한다.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가라앉히기도 하기 때문이다”라며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이상 민심에 반하는 정치를 하면 결과는 파멸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미 유사한 사례를 여러 번 경험하지 않았나.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국민의힘은 김모 후보 공천했다”며 “대법원 유죄 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한 사람을 사면 복권해서 다시 그 구청장 선거에 출마시킨 것이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모두 알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올해 4월 선거에서 대패한 이유도 여론을 외면하고 민심을 성나게 했기 때문”이라며 “작은 것을 지키려다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
어쨌거나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면담 이후 각자 ‘마이웨이’ 노선을 분명히 함에 따라 여권 대 친윤계와 친한계 간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되면서 현안에 따라 더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윤·한 대립’ ‘한·추 대립’이 표면화되면서 한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이 갖는 정치적 의미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