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 ‘얼죽신’ 열풍 어디까지?

“비싸도 더 오른다!” 새 아파트 쏠림 뚜렷

김보미 기자 | 기사입력 2024/10/25 [12:26]

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 ‘얼죽신’ 열풍 어디까지?

“비싸도 더 오른다!” 새 아파트 쏠림 뚜렷

김보미 기자 | 입력 : 2024/10/25 [12:26]

분양가 상승·주택공급 부족 우려로 신축 선호···서울 새 아파트값 6.8% 상승

대출규제로 ‘준신축’ 눈 돌리기도···입주 5~10년 준신축 상승률 신축보다 높아

 

▲ 서울 새 아파트 공급 부족이 심해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서울 새 아파트 공급 부족이 심해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강남과 마포 등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상급지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를 향한 수요가 늘면서 집값 상승세를 주도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신축 아파트는 지난 9월 60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다만 신축 아파트가 대부분 소진되고,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신축 선호현상이 주춤하고 있다.

 

이를 두고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신축 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집값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신축(5년 이하) 아파트 가격은 6~8월 석 달간 5.7%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3.1%)의 두 배에 가까운 상승률이다. 이 기간 강남 등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지역의 신축 아파트 매수세가 강했다.

 

또 분양가가 더 오르기 전에 분양가가 주변 단지 시세보다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상품성을 갖춘 신축 선호도 한몫 했다. 올해 서울의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2000만 원 가까이 올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0월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5469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1961만 원 올랐다.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분양가보다 6억 원 이상 오른 셈이다.

 

수요자들 사이에서 신축 선호도가 커지며 실제 신축 단지에서 신고가 경신 사례가 잇따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전용 84㎡가 60억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 신축 위주 아파트값 상승이 서울 전체 아파트값을 끌어올렸다.

 

한국부동산원이 10월 10일 발표한 ‘10월 첫째 주(10월 7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0% 상승했다. 9월 둘째 주 이후부터 주간 상승 폭이 0.16%에서 0.12%, 0.10%로 점차 둔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6.8% 오른 서울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상승세 둔화 폭이 두드러진다. 9월 셋째 주 0.25%에서 9월 마지막 주 0.08%, 10월 첫째 주 0.07% 상승으로, 사실상 보합세로 전환했다. 올해 들어 8.7% 급등한 강남 동남권(강남 3구·강동구)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역시 전주 대비 0.08% 상승하며 보합세다.

 

부동산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9월부터 급증하는 가계부채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고, 대출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시행하면서 신축 수요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 규제로 강화로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2030세대가 주택 매입 자금 비용 조달에 부담을 느끼면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은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p(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다. 2단계 규제에서는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가산금리 1.2%p(포인트)를 적용한다.

 

신축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급상승하고 9월 들어 대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신축보다 저렴한 매물, 그중에서도 지은 지 10년 안팎의 ‘준신축’으로 선회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10월 7일 기준 서울 내 5년 초과 10년 이하 준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의 상승률은 0.12%로 5년 이하 신축(0.07%)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난 5월 서울 집값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7월 말 0.65%까지 치솟았으나 8월 말 0.34%, 9월 말 0.11%로 떨어졌다. 준신축 역시 7월 말 0.4%까지 오른 후 하락하기는 했으나 하락세가 완만한 편이다. 9월 말부터는 2주 연속 신축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마포구·용산구·성동구 등 상급지에서는 준신축 매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올해로 입주 9년차인 서울 성동구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면적 159㎡ 35층 매물은 지난 7월 110억 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2021년 입주 이후 최고가로, 직전 거래인 지난 6월 같은 면적 실거래가(88억5000만 원~90억 원)보다 약 20억 원 상승한 것이다.

 

2016년 입주한 서울 마포구 래미안웰스트림 84.98㎡ 19층 매물은 9월 3일 21억6000만 원에 팔렸다. 동일 면적 매물은 6월 19억5000만 원, 7월 21억4000만 원으로 2억 원 이상 올랐다.

 

이처럼 준신축이 주목 받는 이유는 신축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데 반해 준신축은 가격이 신축보다 저렴하면서도 인테리어 공사만 거치면 신축에 가까운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세차익이 확실한 ‘로또 청약’의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하고 당첨 커트라인(하한선)이 오르고 있어 피로감도 누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9월 들어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등 대출 제한 조치도 고가의 신축 아파트에 대한 매수심리를 위축시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도권 공공주택 분양마저도 본청약을 앞두고 사전청약 당시보다 분양가가 수천만 원 올라 본청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인천계양 A3 구역 LH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사전청약 당시 분양가는 3억3000만 원정도였지만 본청약을 위한 최종 분양가는 4억 원이 넘어 6500만 원(20%) 정도 인상됐다. 사전청약 당첨자의 45%는 본청약을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신축 아파트와 구축 간 가격격차가 커지다 보니 일종의 ‘갭(gap) 메우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신축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준신축도 오를 것이라는 심리에서 기인한 것으로, 확실한 신축 아파트 확대 메시지가 없다면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11월 넷째주 주간현대 1261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