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30주 연속 상승한 가운데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 가격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입지 여건이 우수하고, 주택 수요가 많은 강남과 용산 등 상급지역이 집값 상승을 이끌며 서울 안에서도 격차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 3.3㎡당 매매가격은 평균 4106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96만 원 올랐다. 구별로는 서초구가 7774만 원으로 가장 높고, 강남구 7375만 원, 송파구5575만 원 순이다. 특히 서초구는 3.3㎡당 매매가격이 전년 대비 269만 원이나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반면 도봉구는 3.3㎡당 아파트 매매가격이 서울 평균 매매가의 절반 수준인 2179만 원으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집값 점점 더 벌어져 서초 평당 7774만, 도봉 절반 밑도는 2179만
다주택자 규제로 ‘똘똘한 한 채’ 갈아타기 수요 늘어 강남 아파트값 쑥↑
서울 1순위 청약 경쟁률 142.8대 1···지방 절반 이상 미달···강원 인제 ‘0’
전문가 “양극화 현상은 인구감소 일자리·인프라 연결···정책적 해결 어려워”
▲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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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강남 등 상급지역 집값이 급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금 여력을 갖춘 주택 매수자들이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집중 매수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축 아파트 공급량이 줄고,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서울 집값 점점 더 벌어지고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에서 매매 거래가 된 아파트 5가구 중 1가구는 강남지역에서 나왔다. 서울에서 팔린 아파트는 총 4만581건으로, 이 가운데 ‘강남3구’로 불리는 강남·서초·송파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7701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5가구 중 1가구가 강남지역에서 나온 셈이다.
또 재건축 호재가 있는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랐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전용면적 61㎡)는 지난 8월 17일 24억10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직전 거래 대비 3억1000만 원이 오른 금액이다. 또 지난 8월 2일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전용면적 84㎡)는 60억 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 46억 원과 비교해 14억 원이나 올랐다.
이와 함께 100억 원 이상 초고가 거래도 지난해 대비 3배 가량 늘어났다. 올해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 중 100억 원 이상 초고가 거래는 지난해(5건) 대비 3배가량 늘어난 14건으로 집계됐다. 이들 거래 중 5건은 용산구 한남동의 ‘나인원한남’ 단지에서 이뤄졌다. 나인원한남(전용면적 273.41㎡)은 지난 7월 직전 거래가 대비 20억 원 오른 220억 원에 계약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강남권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높아지고,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며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강남권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를 하면서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강남 등 일부 상급지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금리와 대출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같은 서울이라도 금리나 대출 규제 민감도에 따라 집값이 달라지고,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공사가 한창인 서울 시내 아파트 대단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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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절반이 미달
서울 등 일부 수도권 핵심 지역에서는 청약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미분양 단지가 속출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20일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 청약 결과 분석에 따르면 10월 10일까지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아파트는 24개 단지 2992가구로, 평균 경쟁률 142.8대 1을 기록했다. 반면 지방 아파트 1순위 공급 131개 단지 중 67곳(51.1%)은 미달됐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527.32대 1의 경쟁률을, 강남구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10월 들어 일반공급 경쟁률 평균 1025대 1을 기록했다.
반면 10월 초 청약을 접수한 강원도 인제군의 한 아파트는 분양가가 2억~3억 원대에도 120가구 모집에 단 한 명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1순위 청약을 실시한 경북 울진군의 한 단지는 60가구 모집에 청약자를 찾지 못했다.
같은 수도권 내 공공분양도 서울과 인천의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동작구수방사 부지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주택의 경우 특별공급 30가구 모집에 1만6724명이 접수해 557대 1의 경쟁률을, 일반공급은 22가구 모집에 2만5253명이 몰려 1147.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3기 신도시 중 첫 공고가 뜬 인천계양의 경우 사전청약 당시 분양가가 약 3억3000만 원에서 본청약에는 6500만 원이 올라 4억 원을 넘자 사전청약 당첨자 45%가 본청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마련이 어려울 뿐더러 입주 후 집값 상승 등 사업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분양가가 높아도 청약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공급부족으로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고 환금성이 좋기 때문이다. 강남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도 한몫 했다. 반면 지방은 공급량이 수요보다 많아 미분양 해소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7만1822가구) 대비 5.9%(4272가구) 감소한 6만7550가구. 81.3%인 5만4934가구가 지방에 집중됐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국에 1만6461가구로 한 달 전보다 423호(2.6%) 증가했다. 서울은 517호, 수도권은 2821호로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이나 지방은 오히려 502호 늘어난 1만3640호로 전체의 82.9%를 차지했다.
올해 1~8월 전국 주택 인허가는 20만155건이지만 서울은 2만2348건(11.2%), 지방은 11만4499건으로 57.2%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착공 물량도 서울은 1만6806호로 전년 대비 0.7% 늘어난 반면 지방은 전년 대비 20.3% 늘어난 7만1848호로 집계됐다. 준공 물량 역시 서울은 31.7% 감소한 2만2945호, 지방은 28.1% 증가한 16만1771호로 조사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지역별 청약 양극화 양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고 입지 경쟁력이 있는 서울 및 수도권 단지에 청약 수요가 쏠리고, 지방도 의과대학 진학을 노려볼 만큼 학군이 좋거나 직주근접(직장과 주거 근접)이 가능한 단지, 또는 분양가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대단지 위주로 청약자가 몰리는 ‘옥석 가리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2025년도 부동산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망 멘트 공급감소 영향으로 수도권 위주로 청약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방은 시세 대비 고분양가여서 청약이 침체되지만 수도권 핵심지역은 가격 상승기대감이 형성돼 청약이 호조를 띨 것으로 전망”이라며 특히 “매수세 역시 대기 수요가 많고 환금성이 높은 수도권 핵심지역 아파트가 ‘똘똘한 한 채’로 대표돼 지역별 시황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양극화 간극 점점 벌어지고
부동산 양극화의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강북의 차이가 역대급으로 벌어지고, 지방 내에서도 입지와 교통에 따라 웃고 우는 지역이 나오는 등 지역과 상품에 따라 양상도 더 세분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 등의 정책만으로는 이러한 현상을 막을 ‘근본적’ 해결책은 없다”며, 다양한 인프라 확충과 다주택자 인식 개선 등 시장 논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아파트와 비아파트, 서울과 지방, 강남과 강북 등에서 발생하는 양극화 현상을 ‘탈 동조화 현상’, ‘3중 양극화’, ‘각개전투 시대’ 등 다양한 용어로 설명한다.
박원갑 KB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은 오르고 있지만, 지방은 떨어진다. 침체의 늪에 빠진 빌라, 다세대주택 같은 비(非)아파트와 아파트 간의 온도 차이도 크다”며 “이는 부동산이 투자 자산화되고 지역 경제 여건도 차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시장에만 초점을 맞추면 전체 시장이 그런 것처럼 오해하기 딱 좋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착시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가 감소할수록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주요 도시·지역으로 인구 편중이 심화한다”며 “결국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주요 지역은 서울이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만 가격 상승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똘똘한 주택으로의 교체 수요가 많아 강남권과 한강변 일대 고가거래 회복이 있었다”며 “현재 주택시장은 저금리에 대세 상승기가 아니다 보니 대기 수요가 많고 신축 공급 희소성이 부각되거나 가격 회복 탄력성이 좋은 지역으로의 수요 쏠림이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다시 서울 강남 등을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을 수 있으니 추가적인 정부 규제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함 랩장은 “금리인하와 전세가격 상승 흐름은 있지만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화되고 서울 등 가격이 단기 급등한 지역 위주로 가격 피로감이 쌓인 상황이기에 연말까지는 거래량과 가격상승률이 둔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 정부도 이미 인구 소멸 우려 지역에 대한 생활인구 개선 목적의 지방 세컨즈홈 세제혜택이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집값 양극화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전문위원 역시 “집값 양극화를 막을 정책적 해법은 없다. 서울 등 일부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규제 등의 정책이 전부는 아니다”며 “또 수요, 교통 등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정부 정책으로 추진되는 지방 신도시 육성 등은 오히려 지양해야 한다. 지방 내에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신도시도, 주변 지역도 모두 죽고 탄소 에너지만 방출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은 한 곳으로 모였다. 부동산 정책만으로 이 같은 양극화 양상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는 다양한 인프라 확충 및 교통망 개선과 더불어 다주택자 등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