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10년간 영화·드라마·뮤지컬·연극 46편 출연 “잠시 쉬어가도 괜찮겠다”
“분위기 휩쓸리지 않는 나만의 상태 만들고파···그러려면 내가 나를 다스려야”
“이제 새로운 것, 조금 더 신나게 할 수 있는 걸 찾아와야 한다.”
최근 배우 박정민(37)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년 1년간 휴식기를 가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 후 10여 년간 영화·드라마·뮤지컬·연극을 모두 합쳐 46편을 했으니까 잠시 쉬어가도 괜찮을 거라는 게 그의 얘기였다.
새 작품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이 10월 11일 공개되고 10월 14일 박정민을 만났다. 그에게 바로 그 ‘휴식’에 관해 물어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따로 질문을 하지 않았는데 박정민은 자연스럽게 그 얘기를 꺼내놨다.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그 휴식이 그에겐 그저 바람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의무적인 일인 것처럼 보였다. “동어반복 하고 싶지 않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걱정이 많은 것 같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내가 나온 영화와 내가 한 연기를 곱씹어 보기도 하고, 다른 영화와 다른 배우들이 한 연기를 보면서 비교도 했다. ‘나도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제 조금 쉬면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전, 란>은 박정민의 첫 번째 사극이다. 이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 ‘종려’는 감정 변화가 크고, 그 내면이 복잡하기도 하다. 종려가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이전엔 상상할 수 없던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박정민이 얼마나 빼어난 배우인지 새삼 알게 된다.
시청자 역시 그의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만장일치에 가깝게 호평을 하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박정민의 연기를 두고 “예전에 보여주지 않은 얼굴을 보게 된다”는 평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박정민은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계를 느낀다거나 소진이 됐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내가 뭐라고···. 가끔 연기를 할 때 이거 어디서 한 것 같은데, 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 갑자기 불안해진다. 더 신나게 할 수 있는 계기를 찾고 싶다. 이제 거울도 좀 보고.(웃음) 이런저런 표정도 지어 보고, 나한테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보려고 한다. 말하자면 나를 관찰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박정민은 현재는 해볼 만하다고 느끼는 시나리오가 들어와도 애써 참고 있다며 아주 짧게 출연하는 건 모르겠지만, 특별출연 같은 형식의 일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박정민은 연기 활동을 쉬는 동안 최근 차린 출판사 ‘무제’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활동 기간 꾸준히 책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 2016년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내놨고, 재작년엔 전고운 감독 등과 함께 에세이집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를 발표했다. 2021년 폐업하긴 했지만, 서울 마포구에서 서점을 운영한 적도 있다. 이번엔 출판사를 하고 있다. 벌써 책 두 권을 내놨고, 현재 다른 책을 준비 중이다.
박정민은 “사회에서 배려받지 못하는 것들, 소외된 것들, 그런 사람들, 존재들에 관한 책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밌는 게 하고 싶고 사람들에게 재밌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도 했다. 당장 자신이 가진 자금 안에서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것이 책이어서 출판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연기를 완전히 즐기면서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재미를 찾는 게 중요하다. 촬영 현장이 항상 즐거울 순 없다. 어떤 때는 정말 지옥 같은 경우도 있으니까. 이젠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고 싶지 않다. 영향을 받지 않는 나만의 상태를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나를 다스려야 하고, 재밌는 걸 하고 있어야 한다. 그걸 위해 쉬려고 하는 것이고, 그걸 위해 출판사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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