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난 인생 재부팅하는 여주인공 역···“시청률 부진? 겸허히 받아들인다”
“내가 즐기면서 하는 게 제일···좀 더 편안하게, 의연하게, 멋있게 보내고파”
▲ 최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엄마친구아들’ 여주인공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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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민(35) 주연 tvN 드라마 <엄마친구아들>은 시청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 정해인(36)이 데뷔 10년 만에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고, 2021년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유제원 PD·신하은 작가가 뭉쳐 관심을 받았다.
여자 주인공 정소민과 정해인은 열애설을 부를 정도로 케미스트리가 좋았지만, 로맨스 분량을 비롯해 배석류(정소민 분)의 위암 설정, 베드신 등이 아쉬움을 남겼다. 1회 시청률 4.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마지막 16회 시청률은 8.5%에 그쳤다.
정소민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서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항상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이 하려고 한다”는 자세다.
“촬영 전 4부까지 대본을 봤다. 초반에 로맨스 신이 없는 걸 알고 촬영해 아쉽진 않았다. 대신 후반에 붙었을 때 최대한 현실적인 연애 장면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배석류가 위암에 걸려서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정보도 미리 들었고, 그 지점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시청자들이 볼 때 조금 달랐을 수 있지만, 나는 이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장녀로서의 무게감, 책임감에 공감이 갔고, 그런 것에 짓눌려 나의 안위는 뒤로 둬서 아픈 게 안타까웠다.”
<엄마친구아들>은 오류가 난 인생을 재부팅 하려는 배석류와 흑역사인 엄마친구 아들 최승효(정해인 분)의 로맨틱 코미디다. 마지막 회에서 석류와 승효는 결혼을 1년 미루고, 연애 기간을 연장했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드라마가 끝나서 아쉽지는 않았을까?
정소민은 “결혼식은 대본 상에도 없었다. 어떻게 하면 마지막 장면을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지 집중해서 에너지를 쏟았다. 이미 정해진 부분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고 생각한 건 없고, 끝까지 둘의 사랑과 이야기를 풍성하게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베드신도 어색해 몰입을 방해했다. 정소민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넘어가는 설렘과 어색함 사이의 분위기를 의도했다. 보는 분들이 아쉬워해서 ‘좀 더 잘해 볼 걸’ 싶더라”면서 “촬영하며 어색했다기보다, 대본에 씌어진 작가의 의도가 그랬다. 너무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상황이 아니었고, 대사 자체도 ‘우리가 이러고 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였다”고 설명했다.
정소민은 “<엄마친구아들>은 ‘남사친’ ‘여사친’이 없다고 단정 짓기 위한 드라마는 아니다”며 “사실 이성, 동성을 떠나서 유치원 때부터 쭉 친한 친구가 있기란 힘들다. 나는 이사를 많이 다녀서 그런지 오랜 친구가 있다는 게 신기하고 부러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장녀라서 공감한 부분도 많을 터다.
“촬영장만큼이나 가족들과 함께 이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힐링이었다. 특히 엄마가 울고 웃으면서 봤다. 석류가 타국에서는 성공했지만, 몸과 마음의 병을 얻고 향수에 시달리지 않았는가. 엄마는 딸이 내가 모르는 세상에서 내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서 ‘늘 혼자 고군분투하지 않을까?’ 싶어서 마음이 더 아렸다고 하더라.”
정소민과 정해인 케미가 한몫했다. 특히 정해인은 영화 <베테랑2> 홍보 인터뷰에서 정소민과의 열애설에 대해 ‘노코멘트’라고 해서 의심을 샀는데, 정소민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케미를 좋게 봐준 것 같다”고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정해인 씨가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베테랑2> 시사회 때 가서 잠깐 만나고, 따로 (열애설 관련)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영화 인터뷰 자리다 보니 관련된 이야기만 하고 싶어서 그렇게 얘기한 게 아닐까 싶다”고 풀이했다.
“(정해인) 상대역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좋았다. 서로 불편함 없이 아이디어를 주고 받고, 신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마음을 열어줘서 가능했다. ‘언젠가 또 다른 작품에서 맞춰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처음엔 케미를 신경쓰기보다, 에너지가 굉장히 큰 배우라고 생각했다. ‘눈으로 이야기할 줄 아는 배우구나’ 싶어서 호흡을 맞추는데 기대가 컸다.”
실제로 연기하며 설렌 적도 있지 않을까.
정소민은 “이런 말을 현실에서 듣는다면, ‘얼마나 마음이 채워질까?’ 상상했다”면서도 “촬영할 때는 내가 설레기보다, 설레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친구로 가족으로 여자로, 카테고리는 달랐지만 한 순간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사랑해라는 말 이상의 말을 찾지 못할 만큼 사랑한다’는 대사가 감동적이었다”며 좋아라 했다.
드라마 방영에선 ‘삐’ 처리를 했지만, 욕설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정소민은 2023년 영화 <30일>에 이어 찰진 욕설 연기를 선보였다.
“전체 촬영을 통틀어서 가장 오래 고민한 장명이었다. 앞에 한두 줄 빼고 대본 상에는 대사가 없었다. ‘작가님이 써주지 않으면 현장에서 굉장히 의가 상하지 않을까요?’라며 계속 요청했지만, 나한테 맡겨줬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해서 욕 같지 않은 욕을 사전에 얘기하고 촬영했다. 내 목적이 화나게 하는 거라서 다행이었지만, (정해인의) 점점 굳어가는 얼굴을 보면서 이게 맞나 싶었다.”
정소민은 “대화의 끝을 ‘용’으로 쓰는 ‘용용체’는 내가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며 “인터넷 상에 ‘밈’으로 도는 걸 알고 있었다. 이게 들어가면 좀 더 귀여울 것 같았다. 당시 스태프 사이에서도 알게 모르게 유행했다. 초반에 승효, 석류가 워낙 티격태격했고, 16부 엔딩은 조금 달랐으면 했다. 연인들끼리 싸울 때 ‘선을 정해놓자’고 하는 게 충분히 있을 것 같아서 ‘용용체’를 제안했다.”
‘석류처럼 오류가 난 인생을 재부팅 하고 싶은 순간이 있느냐’는 질문엔 “재부팅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다시 살 수는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자꾸 MBTI T(사고형) 같다고 하는데 나는 F(감성적)다. 지금의 내가 여태까지 살아온 나 중에 가장 성숙할 테니까. 이전의 순간이 없었으면 나도 없었을 테니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인다. 애써 미성숙했던 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정소민은 로코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010년 <장난스런 키스>, 2017년 <이번 생은 처음이라>, 영화 <30일>, <엄친아> 등이다.
정소민은 “로코물을 많이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며 “로코를 마다할 생각은 없다.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열려있다. 가장 중요한 건 장르보다 이야기 자체”라고 짚었다.
지난해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연극에도 도전했는데, “‘특별히 더 달려야지’라고 생각하진 않고, 늘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 계획은 없냐고? 그렇다! 조카를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다. ‘빠른 시일 내에, 혹은 최대한 늦게 하고 싶다’가 아니라 ‘때가 되면 하겠지’라는 마음이다. 물 흘러가듯 편하게 하고 싶다. 앞으로도 빠져들 수 있는 이야기를 만나서 즐겁게 작업하고 싶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즐기면서 하는 게 제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남은 30대는 좀 더 편안하게, 의연하게, 멋있게 보내고 싶다. 20대 때는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30대는 덜 흔들리고 좀 더 단단하게 뿌리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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