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고질병은 대부분 혈관과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나의 몸에 적신호가 들어왔으면 어떤 형태인지 알아차리고 당장 할 수 있는 예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막상 건강검진 결과서를 받아들면 어떤 수치가 위험한지는 알지만, 무엇을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는지 깨닫지 못한다. 혹은 건강검진 결과가 나빠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건강검진 받기가 두려운가? 건강검진 결과서 수치를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가? 건강검진 결과를 받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가? 일본의 건강검진 전문의로 유명한 노구치 미도리 박사는 그런 사람들에게 해법을 알려준다. “나쁜 건강검진 결과를 뒤집어야 건강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저서 <건강검진 결과가 나쁜 사람이 꼭 지켜야 할 것>(알파미디어)을 바탕으로 건강검진 결과와 사후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간추려 소개한다.
고질병은 대부분 혈관과 연결···건강검진 결과지 통해 ‘혈관 상태’ 파악
대사증후군은 심근경색 ‘스위치’···γ-GPT 높으면 간이 고생한다는 신호
▲ 사람들은 막상 건강검진 결과서를 받아들면 어떤 수치가 위험한지는 알지만, 무엇을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는지 깨닫지 못한다. <사진출처=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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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결과가 나쁘게 나와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닌 게 아니라 의료기관에서 진찰받고, 의사와 상담하거나 습관적으로 운동을 하고 술을 줄이고 금연을 하는 것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일본의 건강검진 전문의 미도리 박사는 “가장 큰 이유는 ‘자각증상이 없다는 것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겉으로는 멀쩡하다 보니 ‘서둘러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강검진 결과 무시하는 이유
“건강검진 결과가 나빠도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건강검진 수치가 나빠져도 대부분은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혈압이나 혈당, 중성 지방 및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질, γ-GTP 등 간 기능 수치, 그리고 요단백과 크레아티닌 등 신장 기능 수치가 나빠져도 많은 경우 몸에 통증이나 괴로움을 느끼지 못한다. 통증 등 자각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에 가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은 ‘자각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중증’인 경우가 많다. ”
대부분 사람은 자각증상이 있어야 비로소 긴급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병원은 몸이 어딘가 아프거나 상태가 안 좋아졌을 때 가면 된다’며 몸이 보내는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에 십상이다.
미도리 박사는 건강검진 결과가 나쁘게 나와도 개선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로 ‘자기 일이라고 실감하지 못한다’는 점을 꼽는다.
“예를 들어 ‘혈압이 높은 사람은 염분 섭취를 줄여라, 흡연자는 금연해라, 뚱뚱한 사람은 살을 빼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게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상담받을 때, 이 뻔한 이야기를 또 들으면 ‘맨날 똑같은 이야기, 말하지 않아도 안다’며 받아치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간다. 흡연, 운동 부족, 과음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건강검진 결과가 나쁘게 나와도 생활 습관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은 자기 일로 실감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자기 일로 받아들이고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 있을까? 환자가 지금까지의 잘못된 반응 패턴을 멈추고 새로운 행동 양식을 실천하게 되는 것을 ‘행동 변용’이라고 한다. 미도리 박사는 ‘행동 변용’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2000년 무렵 내가 효고현 아마가사키 시청 공무원들의 건강을 관리하던 시절의 일이다. 당시 시 공무원은 대략 4500명 정도였는데, 놀랍게도 매년 많은 공무원이 사망했고 어떤 해에는 그 수가 20명 가까이 됐다. 고령자가 아니라 60세 이하 현역 세대들이 그렇게 많이 사망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충격이었다. 사인은 생활 습관만 바꿔도 예방할 수 있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이었고, 40~50대 공무원 중에서도 많은 해에는 5명 정도 사망했다.”
미도리 박사는 심혈관 질환 발병자의 건강검진 결과를 살펴봤다. 의외로 혈압이나 혈당치는 약간 높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진단받을 수준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징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한 사람씩 입사 시부터의 모든 데이터를 살펴보고 나서야 쓰러진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먼저 30대에서 40대 무렵부터 비만이 시작됐고 40세가 넘으면서 높은 혈압이나 고중성지방 혈증 등과 같은 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리스크 팩터)가 여럿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수치들도 ‘질병으로 진단받을 정도는 아니고 정상 범위인 참고치를 약간 넘는 수준’이었는데, 이 ‘약간 높음’이 여러 항목인 상태가 적어도 10년 동안 이어졌다.
혈관에 부담이 계속 축적되면 어느 날 과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술자리에서의 과음, 급격한 체중 증가 등이 도화선이 돼 뇌나 심장의 혈관이 터진다. 이렇게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것이다.
미도리 박사는 이런 사실을 깨닫고 중성 지방, 혈압, 혈당치, LDL 콜레스테롤 등의 수치를 토대로 질병으로 진단되는 수치보다 약간 낮은 ‘예비군 기준’을 만들고, 이를 초과하는 항목이 많은 순으로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러자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리스트의 세 번째 사람까지 쓰러졌다. 첫 번째 사람은 뇌경색으로 입원 중이었고 두 번째 사람은 심근경색으로 휴직 중이었다. 세 번째 사람은 사망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다.
미도리 박사는 리스트의 네 번째 이후 사람들이 걱정되어 쓰러지기 전에 손을 쓰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후관리를 했다. 그러자 다행스럽게도 이듬해 이후부터는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어졌다. 내 몸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면 행동이 달라진다고.
건강검진 결과 보는 법
그렇다면 건강검진 결과지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건강검진에서는 검사 항목별로 ‘이 범위 내면 괜찮다’고 보는 ‘참고치’가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모아 95%의 정상인이 이 범위 내에 들도록 정한 것이다. 아마도 결과지에 나와 있는 각각의 수치가 참고치를 벗어났는지 아닌지만 확인하고 일희일비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건강검진 결과지를 항목별로 따로따로 보고 끝내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40세 이상이 되면 ‘특정 검진(생애 전환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는 생애 전환기(중년기, 노년기)에 해당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성별, 나이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건강검진으로, 건강위험평가와 생활 습관(비만, 절주, 흡연 등) 평가 및 개선 상담을 통해 건강 위험 요소를 조기에 발견하고 제거함으로써 국민건강의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미도리 박사는 “생애 전환기 검진 결과는 항목별로 따로따로 보지 말고 결과지를 통해 당신의 ‘혈관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혈관을 꺼내서 상태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검진 결과를 보면 혈관 상태를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건강검진 결과로 어떻게 혈관 상태를 추측할 수 있을까?
이를테면 허리둘레가 참고치를 넘어서는 대사증후군은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시한폭탄 스위치’라 할 수 있고, 혈압 150mmHg는 ‘물을 2미터 높이로 뿜어 올리는 힘’이 있어 위험하다. 혈관에 한 번 생긴 혹은 약을 먹어도 사라지지 않으며, γ-GPT나 ALT가 높으면 간이 고생하고 있다는 신호다.
또한 중성 지방 수치가 참고치를 넘어섰거나 간 기능 수치(감마 지티피(65-CTP) 등)가 나빠졌다면 ‘혈관의 문제’가 잠재적으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혈압이나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면 그 다음 단계인 ‘혈관 손상이 시작된 단계’다. 요단백이나 크레아티닌 등 신장 기능 수치가 나빠졌으면 ‘혈관에 심각한 변화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요산치가 신경 쓰인다면 마시는 술의 종류보다는 알코올의 양, 건어물이나 내장 등 안주로 먹는 음식에 함유된 퓨린체의 양에 주의해야 한다. 세포를 많이 섭취하면 퓨린체를 섭취하게 된다. 수분이 빠진 건어물은 소량만 먹어도 세포를 많이 섭취하게 되기 때문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검진 결과가 나쁜 사람이 꼭 지켜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미도리 박사는 “건강검진 결과가 나쁘게 나온 사람은 생활 습관부터 바꾸라”고 조언한다.
“지금 당장 수치가 좋아도 생활 습관이 나쁘다면 몸은 언제 지칠지 모른다. 그러한 상태와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건강검진 결과다.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을 찾기도 하지만 그보다 큰 목표는 ‘예방’이다. 당신 몸이 보내는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미래 건강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스스로 당신 몸의 전문가가 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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