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한국 진출 20년…빛과 그림자 집중해부

K-모바일 영원한 백기사? 발톱 드러낸 빅테크?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4/10/11 [16:39]

구글 한국 진출 20년…빛과 그림자 집중해부

K-모바일 영원한 백기사? 발톱 드러낸 빅테크?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4/10/11 [16:39]

구글이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한 지 20주년을 맞았다. 구글이 선보인 검색 엔진, 유튜브, 지메일, 안드로이드 등 여러 제품과 서비스는 지난 20년 동안 우리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안드로이드(모바일 운영체제)와 구글 플레이(앱마켓), 유튜브(OTT)로 대표되는 구글의 개방형 모바일 생태계는 국내 IT 개발자·창작자와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통로가 되어왔다.

 

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등 모바일 생태계에 기반한 신흥 강자들이 탄생했고, 게임·웹툰·영상·음악 등 국내 콘텐츠들이 글로벌 시장을 호령할 수 있었다. 아직도 많은 창업가와 창작자들이 열정과 패기만으로 ‘모바일 성공신화’를 꿈꾸며 구글 플랫폼에 몰려들고 있다.

 


 

안드로이드·갤럭시 협업, 스마트폰·OS 성공 이뤘지만 앱 수수료 갑질 오명

망 무임승차·조세 회피 논란 여전···한국 매출 네카오 5%?···한국이 봉인가?

 

▲ 구글이 선보인 검색 엔진, 유튜브, 지메일, 안드로이드 등 서비스는 지난 20년 동안 우리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뉴시스>

 

그러나 구글에 대한 반감도 부쩍 늘고 있다. ‘30%(앱스토어 결제 수수료) 통행세’ 갑질 논란에 이어 ‘유튜브 프리미엄(유료 서비스) 가격 기습 인상’ 등 독점기업으로 마각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는 시각이다.

 

손 잡은 구글과 삼성

 

삼성전자 입장에서 구글은 ‘백기사’와도 같았다. ‘옴니아’ 실패를 경험한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 OS를 버리고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갤럭시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기사회생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삼성전자가 아니었다면 모바일 OS 시장 1위로 오르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OS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강력한 하드웨어가 있어야 하는데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진영 최전선에 선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구글의 소프트웨어,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기술력이 이뤄낸 시너지는 두 기업을 각각 모바일 OS 시장 1위, 스마트폰 시장 1위 사업자로 만들어냈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5390만 대,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8.9%로 2개 분기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안드로이드는 지난해 세계 모바일 OS 시장 점유율 70.3%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은 오랜 협업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최근 구글코리아 출범 20주년 기념 행사에서 삼성전자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감사패를 받은 김정현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구글의 파트너십은 단순한 협력관계를 넘어 미래를 향한 동반자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글 덕분에 모바일 신흥기업 탄생

 

구글의 대표 상품인 ‘안드로이드’는 제조사뿐만 아니라 앱 개발자에게도 경제적 혜택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자적으로 OS를 구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앱 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 구글이 주도한 개방형 모바일 생태계는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개발해 휴대전화에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톡, 배달의민족, 당근, 토스 등 모바일 기반 앱이나 모바일 게임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애플의 폐쇄적인 iOS·앱스토어에 맞서 구글이 취한 전략은 개방형 생태계다. 어떤 플레이어든 간에 누구나 ‘안드로이드’와 ‘구글 플레이’를 쉽게 쓸 수 있도록 개방형 정책을 쓰면서 모바일 시장에서 빠르게 주류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초기에는 인앱 결제 수수료도 애플보다 더 적게 받았다. 2011년부터 30%가량의 수수료를 부과했던 애플과 달리, 게임을 제외한 음원, 전자책, 웹툰, 동영상 등을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은 구글 플레이에선 10%가량의 수수료만 부담해도 됐다. 애플이 소비자가 구매한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갔다면 구글은 같은 서비스에도 10%만 가져간다는 뜻이다.

 

이에 일부 앱 개발사는 앱 출시 또는 업데이트 우선순위를 iOS 버전보다 안드로이드 버전에 두는 편향적인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모바일 OS 시장을 장악한 구글도 끝내 태도를 바꿨다. 2021년 구글도 자사 앱 마켓(구글 플레이)에 유통하는 모든 앱의 인앱 결제를 의무화하고 인앱 결제에 따른 수수료로 최대 30%를 부과하기로 했다.

 

높은 수수료율에 경영 부담을 느낀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해야 했다. 음원 플랫폼, 웹툰·웹소설, OTT 기업들이 잇달아 월 구독료를 올린 것이다.

 

국회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무용지물이다. 외부 결제를 통한 제3자 방식에도 개인정보 보호 명목으로 약 26%의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모바일 게임이나 앱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의 경우 아이템을 사려면 대부분 인앱 결제를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아이템 판매에 따른 수익이 매출 대부분인 만큼 매출 30%를 구글·애플에게 떼 간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 인건비, 게임 개발·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남는 수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에 K-컬처 알린 유튜브

 

국민 동영상 플랫폼이 된 유튜브는 IT 업계에서 ‘한국 문화 전도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문화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던 데 ‘지구촌 서비스’이기도 한 유튜브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사이먼 칸 구글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총괄(부사장)은 9월 30일 구글코리아 20주년 출범 기념으로 연 ‘구글 포 코리아 2024’에서 “한국은 구글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 시장”이라며 “지난 20년 동안 구글은 한국의 혁신과 창의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칸 부사장 말처럼 한국 유튜브 채널 시청 시간 30%는 해외 시청자에게서 나오고 있다.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를 통해 신흥 한류 스타로 떠오르는 등 유튜브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도 존재감을 알리는 홍보 필수 창구가 됐다.

 

지금과 같은 케이팝 세계화의 서막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강남스타일> 인기를 설명하는 데 유튜브를 뺄 수 없다. 해외 인지도가 다른 한국 가수보다 낮았고 홍보나 마케팅도 없었는데도 유튜브에 올린 뮤직비디오가 곡 흥행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한국어 가요 사상 최초로 미국 빌보드 ‘핫100’ 진입과 7주 연속 2위를 이끈 <강남스타일> 뮤직 비디오는 세계 최초로 유튜브 조회 수 10억 회, 20억 회를 달성했고 곡 발표 5년 후인 2017년까지도 조회수 1위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도 유튜브가 케이팝 인기를 파악할 주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구독자 수 약 9490만 명을 보유한 블랙핑크는 현재 전 세계 아티스트 채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도 한국 아티스트다. 방탄소년단(BTS)은 공식 채널 ‘방탄TV’를 운영하고 있는데 구독자 수가 7900만 명으로 남자 아티스트 채널 중에서는 1등이다.

 

유튜브 조회 수 100억 회를 최초로 달성한 영상, 현재 조회 수 1위인 영상도 한국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다. 더핑크퐁컴퍼니의 ‘핑크퐁 아기상어 체조’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해외 어린이까지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했다.

 

먹는 모습만 찍는 방송을 뜻하는 ‘먹방’도 유튜브를 통해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해외에서도 한국 크리에이터들의 ‘먹방‘을 소개하면서 발음을 그대로 차용한 ‘Mukbang’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지난 2021년 이 단어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돼 화제였다.

 

발톱 드러낸 빅테크

 

구글은 국내 IT 업계에서 한국 창작자, 개발자,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통로이자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메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구글을 향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지만 망 사용료는 고사하고 법인세조차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또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프리미엄 멤버십 구독료를 40% 이상 올리는 등 독점기업의 마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글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는 부분은 한 해 수십 조 원을 싹쓸이하는 데 비해 구글이 우리나라에 재투자하는 비용이 턱없이 적다는 점일 것이다. 법인세 회피 논란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자사 제품·서비스로 거둔 이익 상당수를 아일랜드 등 해외로 이전해 법인세 납부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가 최근 한국재무관리학회에 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광고, 유튜브 구독 서비스, 앱마켓 인앱결제 수수료 등으로 약 12조135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매출 3653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네이버 매출(9조6706억 원)의 3.78%, 카카오 매출(7조5570억 원) 4.83%에 불과한 액수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적정 법인세 규모가 6229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네이버가 법인세로 매출 5.13%를 냈던 점을 고려해 같은 비율을 구글코리아 추정 매출에 적용한 값이다.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낸 법인세 155억 원의 40배에 달한다.

 

정부 지출 광고비 역시 국내에 서비스 중인 온라인 플랫폼과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신문사 등 언론 매체 중 구글, 유튜브에 가장 많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구글, 유튜브에 674원의 광고비를 지급했다. KBS(647억 원)보다 많았으며 네이버(231억 원)와 카카오(다음 포함, 142억 원) 둘을 합쳐도 구글·유튜브 절반 수준이었다.

 

특히 정부가 구글·유튜브에 집행한 광고비가 최근 4년 동안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구글이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않는데도 정부가 국민 혈세로 구글 광고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구글플레이와 유튜브가 대한민국 경제 창출에 기여했다고 주장하지만, 구글은 구글플레이 수수료와 유튜브 광고 등으로 기여한 것 이상의 수익을 챙겼다고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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