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들었던 코로나19 재확산…얼마나 심각한가? 예방 대책은?

환자 한 주에 35만 명 다시 창궐…치료제 없어 의료현장 ‘비상’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4/08/23 [15:17]

잦아들었던 코로나19 재확산…얼마나 심각한가? 예방 대책은?

환자 한 주에 35만 명 다시 창궐…치료제 없어 의료현장 ‘비상’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4/08/23 [15:17]

최대 35만 명 수준의 코로나19 유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추석 연휴가 다가오자 정부가 ‘명절 방역’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모 등 고위험군 가족의 건강을 고려하면 유증상자의 명절 방문을 자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올해 추석은 9월 17일로, 주말을 포함하면 14일부터 연휴가 시작된다. 방역 상황을 보면 코로나19 유행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7월 셋째주 229명이었던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8월 둘째주 1359명으로 늘어 한 달 사이 약 6배 급증했다. 또 8월 말부터 각급 학교가 개학에 들어가면서, 교실 등에서 감염 전파가 발생하면 가정으로 이어져 고위험군인 고령층이 감염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유행이 가장 많이 발생했을 때 일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약 35만 명인데, 8월 말까지 이 정도 수준으로 유행이 확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입원 환자 7월 3주 229명→8월 2주 1359명···한 달 사이에 약 6배니 급증

8월 마지막주 확진자가 35만 명 이를 전망···지난해 최고 유행 수준 육박

 

유행 바이러스는 오미크론 변이종인 KP.3···전파력 강하지만 치명률 낮아

고위험군은 중증화 위험 있어 치료제 신속 투약···그러나 치료제 품귀 현상

코로나 재유행에 학부모들 불안···“아이에 마스크 씌운다”···거리두기 거부감

 

8월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25∼31일) 코로나19 확진자가 35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최고 유행 수준에 육박한다.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8월 둘째 주(4∼10일) 1359명(전국 병원급 이상 220곳 표본감시)으로, 올해 들어 최대였다. 

 

▲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8월 18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입구에 마스크 착용 권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코로나 치료제 품귀 현상

 

그러나 현장에선 치료제가 없어 ‘비상’이다. 코로나19 치료제 품귀 현상으로 조만간 중환자를 포함한 입원 환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병원과 약국 곳곳에서 팍스로비드 등 먹는 치료제 부족 현상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치료제의 주간 사용량은 6월 넷째 주 1272명 분에서 7월 다섯째 주 4만2000명 분 이상으로 33배 폭증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미크론의 변이종인 KP.3 변이로, 전파력은 강하지만 치명률은 낮은 것으로 보고된다. 젊거나 건강한 사람들은 기침과 인후통 등 가벼운 증상을 앓고 지나가기 때문에 일반 감기약만 먹어도 된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중증화 위험이 있어 신속히 치료제를 투약해야 한다. 60대의 경우 1000명당 1명, 70대는 1000명당 2~3명, 80세 이상은 100명당 1명 정도로 위·중증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건당국은 보고 있다.

 

그러나 올 여름 유행 중 고위험군이 줄줄이 코로나 치료제를 받지 못하는 일이 다수 발생했다. 대학병원에 입원한 암환자마저도 약을 쓰지 못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고위험군은 약 처방을 해서 입원을 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한데 약국에 가도 치료제가 없어 못 쓰고 있다”며 “우리 병원 앞 어느 약국에도 치료제가 없다”고 전했다.

 

질병청은 치료제 품귀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8월 16일 브리핑에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박지영 질병관리청 비축물자관리과 과장은 “현재 치료제가 부족한 상황은 질병관리청도 굉장히 체감하고 있고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치료제 공급에 차질이 생긴 이유에 대해선 이번 유행 기간동안 치료제 사용량이 지난해 여름 유행 때보다 늘어 예측이 어려웠다는 취지의 설명이 나왔다.

 

정부는 치료제 수급 부족이 확인되자마자 재정당국과 예산에 관해 협의하고 26만 명분의 치료제를 추가 주문한 상황이다. 추가 확보된 치료제 일부는 8월 셋째주부터 수급하고 있으며, 8월 안으로 전체 담당 약국에 충분하게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한 고위험군의 경우 증상이 악화해 입원하는 수순이 우려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8월 둘째주 중후반부터 약을 못 받는 고위험군들이 생겼다”며 “이들은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못 받는 상태에서 치료를 받아야 되기 때문에 조만간 입원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입원을 해야 될 정도의 상황이 되면 항바이러스 주사제를 써야 하는데 그땐 이미 늦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는 이미 7월부터 크게 늘었다. 7월 첫째 주 91명, 둘째 주 148명, 셋째 주 225명, 넷째 주 465명을 기록하다가 8월 첫째 주 861명, 둘째 주 1357명까지 치솟았다.

 

중환자를 치료할 인력이 충분치 않은 의료공백 상황에서 입원 환자가 더 늘어날 경우 의료 현장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엄중식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입원 환자 중에서도 중환자를 치료할 인력이 별로 없다”며 “(여기서) 더 늘어나면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을 정리하고 있다.  

 

학부모들 “마스크 다시 씌워요”

 

초중고 학생들이 개학한 가운데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체적으로 자녀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있다면서도 거리두기 조치에는 거부감을 보였다. 지난 2019~2022년 팬데믹 때 겪은 학습 결손을 되풀이할 순 없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권모(38)씨는 “아이가 감염됐을 때 돌봄의 부재가 제일 큰 걱정”이라면서도 “몇 년 전 거리두기로 발달시기에 너무 큰 (교육상) 피해를 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대면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딸이 있는 윤모(45)씨도 “코로나 때처럼 학교를 장기적으로 쉬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아이도 비대면 수업을 원하지 않는다. 일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며 “증상이 심하면 하루 이틀 정도 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개인이 조심하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신모(41)씨는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마스크를 다시 씌우고 있다”며 “이번 여름에 한강 수영장에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다시 유행한다고 해서 못 갔다. 개학하면 유행이 얼마나 퍼질지 몰라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윤모(40)씨는 “이제 코로나에 걸려도 금방 나으니까 그렇게 불안하지는 않다”면서도 “백화점이나 도서관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 갈 때는 아이에게 마스크를 꼭 쓰게 한다. 개학하면 개인용 수저를 따로 들고 다니게 할 것”이다라고 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홍모씨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개학했는데 많이 걱정된다. 집에 남은 마스크를 등교할 때 쓰게 했다”면서도 “이제 정부에서 검사 비용이나 치료 비용을 지원해주지 않으니 거리두기 같은 규제는 무의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명확한 격리일수 등 가이드라인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1학년 자녀가 있는 정모(43)씨는 “코로나가 재유행하고 있는데도 학교에서 안내장 한 장 없다. 너무 무신경한 것 같다”며 “8월 말이 유행 최고조일 것이라면서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도 하지 않는지 답답하다. 최소한 격리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소재 한 초등학교 교사는 “개학을 했는데 딱히 불안해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 반 26명 중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는 학생은 한두 명뿐이다”라며 “교육청에서 관련 통지가 내려온 것도 없다”고 전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A씨는 “확진되면 출석을 인정해주는 건 필요하지만 거리 두기까지 할 필요는 없다. 법정 감염병에 걸리면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인정결석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있다는 B씨도 “감염병에 대한 인식이 생겨서 알아서 마스크를 쓰는 분위기라 정부에서 거리두기 조치를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코로나 예방수칙 학교에 배포

 

정부는 학교 집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코로나19에 감염돼 고열과 호흡기 증상 등이 있는 학생은 등교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예방수칙을 발표했다. 결석 시 출석을 인정하도록 하는 수칙도 학교에 배포한 상태다.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 자녀를 둔 홍모씨는 “첫째는 학교 갈 때 마스크를 썼고 둘째 아이는 안 쓰고 갔다. 최근 코로나는 증상이 독감 수준이라고 해서 심각하게 걱정되진 않는다”며 “거리 두기는 필요없지만 확진됐을 때 명확한 격리지침을 모르겠다. 오늘 개학했으니 관련 공지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며 전파력이 높아지는 대신 치사율은 낮아지는 특성이 있다.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는 오미크론 계열로 치사율이 낮은 편이다.

 

<뉴시스>가 접촉한 학부모 16명 중 올해 자녀에게 코로나19 백신 재접종을 시켰다고 응답한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일각에선 여전히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이모(46)씨는 “고등학교 2학년인 첫째만 백신을 접종했다. 둘째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인데 백신을 접종하기엔 걱정돼서 안했다”며 “옛날 같은 철저한 격리조치는 반대하지만 감염률이 높으니 열이나 기침이 심한 사람은 스스로 격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인 거리 두기를 부활할 필요는 없지만, 확진 시 격리를 의무화해 유행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 유행하는 코로나19 변이는 치사율이 독감보다도 약한 수준이라서 거리두기를 다시 할 필요는 없다”며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쉴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학교의 경우 확진되면 3일에서 5일은 안 나오도록 해야 유행이 확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는 “지금 코로나 변이는 무증상일 때 많이 전염되는 특성이 있다. 가족 중에 감염자가 있거나 본인에게 증상이 있으면 최대 일주일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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