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동안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 글로벌 정·관계 및 스포츠계 인사 등 수십 명과 연쇄 회동을 갖는 등 글로벌 경영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월 24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프랑스로 출국한 이 회장은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비즈니스 미팅 등 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이 회장은 파리에서 피터 베닝크 전 ASML 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반도체·IT(정보통신)·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인과 릴레이 미팅을 갖고 중요 비즈니스 현안 및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경영진 간 긴밀한 교류는 회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로 이어져 향후 중장기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장은 8월 7일 김포공항으로 귀국하며 유럽 출장에서 진행한 글로벌 비즈니스 미팅 소감에 대해 “실적으로 보이겠다”고 답했다.
14일간 비즈니스 파트너, 글로벌 정·관계 인사 등 수십 명과 연쇄 회동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해 민간 외교관 역할 수행하며 국익 기여
귀국길에 “Z플립6 셀피 찍는 마케팅 잘 돼 보람···실적으로 보여주겠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 올림픽이 열린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글로벌 기업인을 만나는 등 ‘올림픽 비즈니스’를 펼쳐 눈길을 끈다. 사진은 8월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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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 올림픽이 열린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글로벌 기업인을 만나는 등 ‘올림픽 비즈니스’를 펼쳐 눈길을 끈다.
각 종목별로 연일 치열한 승부가 이어지는 올림픽은 기업인에게도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고객사와 협력 확대 기회를 모색하며 ▲사업 전략을 점검하는 중요한 무대다. 전 세계의 많은 글로벌 기업 CEO들이 자국 선수단을 응원하고 네트워킹을 하기 위해 파리에 집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7월 24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프랑스로 출국한 이 회장은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비즈니스 미팅 등 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머스크에서 ASML 전 CEO까지
7월 2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초청으로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인 오찬에 참석한 이 회장은 참석자들과 ▲글로벌 경제 전망 ▲미래 기술 트렌드 ▲조직문화 혁신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오찬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 닐 모한 유튜브 CEO, 데이브 릭스 일라이릴리 CEO,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등 글로벌 기업인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이날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함께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및 마크롱 대통령이 공동 주최한 ‘파리 올림픽 개막 전야 만찬’에도 참석해 파리 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린 이날 만찬에는 IOC 위원 100여 명과 스페인 펠리페 6세 국왕, 네덜란드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 덴마크 프레데릭 10세 국왕, 모나코 알베르 2세 왕자 등 세계 정상급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 회장은 한국 국가대표 선수 경기 현장을 찾아 직접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7월 27일에는 매제인 김재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함께 파리 그랑팔레 관중석에서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오상욱선수를 응원했다.
그리고 7월 30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린 비공개 사교모임인 ‘구글 캠프’에도 참석했다. 구글의 ‘비공개 세계경제포럼’인 구글 캠프는 구글의 공동 창립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주최하는 모임으로, 전 세계 유력 인사들의 교류의 장으로 통한다. 구글 캠프에 참여한 연사들은 기후 변화나 ESG 경영, AI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파리 8월 초 파리 시내 모처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따로 만나 차량용 반도체와 배터리 등 전장 분야 사업 협력과 차세대 기술 개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앞으로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정 회장, 머스크 CEO와 가까운 이 회장이 만남을 제안했고, 두 사람은 흔쾌히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머스크는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지난해 5월 이 회장의 미국 출장 때 머스크가 실리콘밸리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 자율주행 구현의 핵심 역할을 하는 반도체 칩 공급사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회장이 8월 3일 수영 경기가 열린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 관중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사진에서 이 회장 옆자리에 앉은 인물은 피터 베닝크 전 ASML 최고경영자(CEO). 두 사람은 다정히 경기를 관람하면서 친분을 드러냈다.
‘반도체 수퍼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다.
이 회장은 오래전부터 ASML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2년 6월 유럽 출장에서 ASML 본사를 찾았으며, 11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공식 방한 당시에도 베닝크 CEO와 차담회를 가졌다.
선대 이어 올림픽 후원
이 회장은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며 국익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올림픽 후원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지난 40여 년간 최신 모바일 기술을 통해 전 세계 선수들과 스포츠 팬들이 올림픽을 보다 가깝게 즐기고 소통할 수 있도록 기여해왔다.
삼성전자는 ‘1988 서울올림픽’ 지역 후원사로 올림픽과 인연을 맺은 이후 1997년 IOC와 글로벌 후원사인 TOP(The Olympic Partner) 계약을 체결하고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로 활동해왔다.
삼성은 “대표적인 무형자산이자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브랜드 경영’ 방침에 따라 올림픽 후원을 시작했다.
올림픽 공식 후원을 개시한 직후인 1999년의 삼성 브랜드 가치는 31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세계 5위인 914억 달러로 약 30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 회장은 선대에 이어 올림픽 후원을 이어가며 국제 사회에서 한국 스포츠계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삼성이 후원을 이어가는 것은 단순히 브랜드 마케팅을 넘어 한국 대표 기업으로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이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삼성은 IOC 최상위 스폰서 TOP(The Olympic Partner) 15개사 중 유일한 한국 기업으로, 삼성이 후원을 중단할 경우 경쟁국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IOC 최상위 스폰서 TOP(The Olympic Partner)에는 ▲삼성(한국) ▲Airbnb(미국) ▲Alibaba(중국) ▲Allianz(독일) ▲Atos(프랑스) ▲Bridgestone(일본) ▲Coca-Cola(미국) ▲멍뉴(중국) ▲Deloitte(미국) ▲Intel(미국) ▲Omega(스위스) ▲Panasonic(일본) ▲P&G(미국) ▲Toyota(일본) ▲Visa(미국) 등이 있다.
이 회장이 올림픽을 참관한 것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이 회장은 이건희 선대회장, 홍라희 전 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김재열 IOC 위원 등과 함께 올림픽 수영 경기장을 찾아 박태환 선수를 응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귀국길 “실적으로 보이겠다”
8월 7일 오후 2주일간의 파리 출장을 마친 뒤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이 회장은 12년 만의 올림픽 참관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 선수들이 잘해서 기분 좋았다고 갤럭시 Z플립6 셀피 찍는 마케팅도 잘 된 것 같아서 보람이 있었다”면서 “이제는 실적으로 보이겠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의 수상 순간을 직접 촬영하도록 하는 ‘빅토리 셀피’ 프로그램을 통해 갤럭시Z 플립6를 홍보했다. 그동안 올림픽 시상식에는 휴대폰을 포함한 모든 개인 소지품 반입이 금지됐지만 삼성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파리 조직위와 협력해 이 프로그램을 올림픽 최초로 운영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프랑스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 안에 위치한 삼성 올림픽 체험관에서 선수들에게 갤럭시 AI를 탑재한 플립6 올림픽 에디션 1만7000대를 배포했다. 선수들은 시상대에 올라 영광의 순간을 플립6와 함께 하며 큰 호응을 보냈다.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선수 모임인 ‘팀 삼성 갤럭시’에 속해 있는 신유빈(탁구), 안세영(배드민턴) 선수를 비롯해 알레한드라 오로즈코 로사(다이빙, 멕시코), 재거 이튼(스케이트보드, 미국) 등 각국 대표 선수들은 올림픽 선수촌 내에 있는 삼성 체험관을 찾아 함께 사진을 찍으며 올림픽을 즐기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