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계열사 꼼수 합병 어떻기에 소액주주 시끌시끌?

두산 로보틱스·밥캣 합병…‘오너 경영’ 체제만 강화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4/08/09 [15:48]

두산그룹 계열사 꼼수 합병 어떻기에 소액주주 시끌시끌?

두산 로보틱스·밥캣 합병…‘오너 경영’ 체제만 강화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4/08/09 [15:48]

영업이익 1조 넘는 캐시카우 밥캣을 로보틱스 아래 자회사로 붙이는 방식

개편안 핵심은 ‘두산로보틱스 밀어주기’···결국 ㈜두산 웃고 소액주주 울고

 

▲ 박정원 두산 회장이 6월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최근 두산그룹이 발표한 계열사 분할·합병 방안과 관련해 불공정 합병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이 합병에 반대하는 목소리로 시끄럽다. 이번 합병이 ‘오너 경영’ 체제를 강화하려는 것일 뿐, 소액주주는 철저히 배제 당하고 있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입장이다.

 

두산그룹은 그룹 핵심 사업을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 3대 부문으로 정하고, 계열사들을 사업 성격에 맞도록 조정할 방침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업종 구분 없이 혼재돼 있는 사업들을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업끼리 모아서 클러스터화하는 게 이번 사업 재편의 목적”이라며 “이번 재편 대상이 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3사 모두 ‘윈-윈-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그룹의 미래 제시에도 불구하고 불공정 합병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이번 개편안의 핵심이 ‘두산로보틱스 밀어주기’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이익 1조 원이 넘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아래 자회사로 붙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두산밥캣은 연 매출 10조 원에 육박하고, 영업이익만 1조 원이 넘는 그룹 핵심 계열사다. 이에 반해 지난해 상장한 두산로보틱스는 연 매출 1000억 원도 넘긴 적이 없고, 그나마 적자 기업이다.

 

그런데도 두 회사 합병비율이 1(두산밥캣) 대 0.63(두산로보틱스)이다. 시가 총액과 주당 가격으로 합병 비율을 정하는 자본시장법 조항을 적용받았다고 하지만 기업의 본질 가치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높다. 

 

이는 두 기업의 실적 수준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두산밥캣의 PBR은 1배가 채 되지 않는 0.8배다. 이에 반해 두산로보틱스는 PBR이 12~13배에 달한다. 실적 없이 주식 가격만 높은 기업인 셈이다. 실질적으로 기업을 먹여 살리는 밥캣 주식으로, 장담할 수 없는 미래 가치라는 명분으로 적자 주식(두산로보틱스)를 손해 보면서 맞바꾸는 것이다. 이는 자본시장법 개정 목소리가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이번 합병을 통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기업이 다름 아닌 지주회사 주식회사 두산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업 개편이 이뤄지면 주식회사 두산은 손자회사였던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이 더 탄탄해진다. 기존 14%에서 42%로 강화된다. 앞으로 받을 배당금도 여기에 비례해서 커진다. 그룹 입장에서 보면 추가 자금 조달 없이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향후 배당금을 통한 현금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고평가 논란과 함께 소액주주들이 철저히 배제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그룹의 지배력 강화 이면에 두산에너빌리티 및 두산밥캣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도사린 구조다. 이를 의식한 듯 두산밥캣은 최근 자사주 소각 방침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두산의 사업재편을 주시하고 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직 대한민국은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소수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위법적인  지배구조개편이 진행 중”이라며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거론했다.

 

두산그룹 구조 개편안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식회사 두산이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 확대와 배당금 수취액을 대폭 늘린 반면, 소액주주들에 대한 보호·충실 의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7월 24일 두산 공시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합병할 경우 신설법인에 대한 ㈜두산의 지분율은 기존 14%에서 42%로 늘어난다. 반면 합병 비율에 따라 두산밥캣 주주는 상장 폐지로 인해 보유 주식 1주당 두산로보틱스 신주를 0.63주를 받게 된다. 두 기업의 매출 수준이 지난해 기준 183배 이상 차이 나는데도 두산밥캣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 됐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 상장사 합병 비율 산정 시 기업가치를 순자산이 아닌 시가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5조 원대 중반으로 비슷한 수준이어서 더 큰 매출에도 불구, 이 같은 합병 비율이 가능했다.

 

실제 이번 합병의 가장 큰 수혜자는 주식회사 두산으로 꼽힌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주식회사 두산은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이 3배 늘어난 만큼 높아진 지분율에 따라 두산밥캣으로부터 받는 배당금도 3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국거버넌스포럼은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두고 “자본시장법의 상장회사 합병 비율 조항을 최대로 악용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두산밥캣 방지법’을 발의할 태세다. 이 법안은 논란 재발 방지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투자자 이익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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