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국들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시동을 걸면서 우리나라도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사와 일본의 긴축 전환으로 고환율 우려가 줄어든 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며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선결 요건으로 내세웠던 조건들이 하나둘씩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 집값 급등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금융통화위원들은 정부의 거시건전성 대책과 집값 추이를 살펴 금리를 결정하겠다고 시사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희미해졌다고 평가하면서 이르면 10월, 늦으면 내년이나 돼야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준 9월 금리 인하 시사···BOJ 깜짝 금리 인상···한국은행 선택은 과연?
물가 둔화, 환율 우려 덜면서 금리 인하 환경 마련···문제는 꿈틀거리는 ‘집값’
美 9월 인하 시사 넉 달 만에 일본은행 금리 인상 단행···원·엔 재정환율 급등
글로벌 변동성 커지자 코스피 롤러코스터 장세···한국 금융시장 대외환경 취약
금융시장 공포 몰아넣는 건 엔화 강세로 인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란 분석
▲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8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7월 31일(현지 시각)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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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현지 시각) 7월 FOMC(연방공개시장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5.25~5.5%로 결정했다. 지난해 9월부터 8회 연속 동결이다. 다만 파월 연준 의장이 간담회를 통해 “경제가 기준금리를 낮추기에 적절한 지점에 근접하고 있다”고 언급하면 시장의 9월 금리 인하 기대는 높아졌다.
글로벌 IB(초대형 투자은행)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9월 금리 인하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면서 “9월과 12월에 각각 25bp 인하하고, 내년에도 인하 흐름을 이어가 2025년 말에는 3.5~3.75%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Citi)는 “9월 인하를 시작으로 최종금리가 3.25~3.50%에 이를 때까지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은행(BOJ)은 7월 31일 단기 정책금리를 0.00~0.10%에서 0.25%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일본 단기금리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 금리가 0.3% 전후였던 지난 2008년 12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피벗(정책 전환)으로 원·달러 레벨이 낮아지며 대외 금리 인하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8월 초 1400원을 넘보던 환율은 연준과 BOJ의 통화정책 회의를 거치며 한때 1370원 초반까지 내려왔다. 연준과 BOJ의 통화정책 강도에 따라 연말 1300원대 초반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 금리 인하의 제약 요인으로 꼽히던 물가도 둔화 추세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6% 올라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6월보다 소폭 올랐지만 향후 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며 2%대 초반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높다.
한은의 금리 인하를 방해하던 국내외 요인들이 줄줄이 제거되면서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6월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국민의힘 송언석 위원은 7월 초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연준의 금리 인하 기정사실화에 우리가 미국보다 먼저 내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한은도 내수 부진을 살리기 위해 미국의 금리 인하에 맞춰 금리를 낮추면 간단하다. 하지만 문제는 집값 자극 우려 등 국내 사정 때문에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만만치 않은 환경이라는 점이다. 금리 인하가 집값을 자극하면 한은은 집값 급등에 기름을 부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7월 다섯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7% 올라 7월 넷째주(0.06%)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서울은 19주 연속 상승했다. 이 결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7월 주택담보대출은 7조6000억 원에 달했다. 월별 기준 201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결국, 한은은 연준에 앞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움직이기보다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효과를 지켜본 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위원 다수는 정책 대출을 포함한 정부의‘거시건전성 정책 추진 상황’을 감안해 금리를 결정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 인하 결정에 앞서 집값에 대한 정부의 보다 정교한 대책을 요구한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는 8월 중으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기로 했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스트레스 금리 50%를 적용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9월부터 시행된다.
시중은행도 압박하고 있다. 금융당국 주문에 주담대 금리는 줄줄이 오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8월 1일 3.03~5.71%로 금리 하단은 지난 7월 25일 2.91%에서 일주일 만에 0.12%포인트 올랐다. 변동금리는 4.03~6.55%로 금리 하단은 4%대로 상승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향후 물가 둔화세가 예상되고, 고환율 우려도 낮아졌다”면서도 “다만 집값과 가계부채를 고려한다면 8월 인하보다는 10월 혹은 11월에서 내년 초까지 인하 시점이 밀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은 우리 경제에 대해 금리 인하로 대응해야 할 만큼 어렵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집값 상승과 환율 불안, 물가 불안 요소 등이 작용하며 한은이 10월 혹은 11월에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지만, 상황이 좋지 않으면 내년으로 넘길 수도 있다”고 봤다.
미국 내리고···일본 올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일본은행(BOJ)은 넉 달 만에‘깜짝 ‘금리 인상에 나섰다. 여기에 영란은행까지 4년 만에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사흘 새 20원 넘게 급등했고, 원·달러도 10원 가까이 등락하며 출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그널과 정치 상황, 일본의 통화정책 긴축 강도에 따라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는 8월 중으로 점차 레벨을 낮추며 1360~1380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원·엔은 900원대에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월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일 대비 5원 오른 1371.2원에 장을 마치며 사흘 만에 올랐다. 지난 7월 초만 해도 1400원을 넘보던 원·달러는 7월 31일 하루 만에 8.8원 빠졌고, 8월 1일에는 10.3원 급락한 후 소폭 되돌림을 보이는 모습이다. 8월 6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2.8원 내린 1372원에 거래됐다.
최근 원화 강세 배경에는 주요국의 금리 정책 차별화가 자리잡고 있다. 스위스와 캐나다를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줄줄이 금리 인하를 결정한 데 이어 미국은 7월 FOMC(공개시장위원회)에서 9월 인하를 시사했다. 여기에 8월 2일에는 영국도 4년 만에 금리를 낮췄다.
반면 일본은 긴축 강도를 높였다. BOJ는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17년 만에 포기하더니, 7월 31일에는‘깜짝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일본 단기금리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 0.3% 전후였던 지난 2008년 12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0.25%가 됐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는 환율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달러값은 미국의 9월 인하를 선반영해 일찌감치 내려온 상황이다. 7월 초만 해도 106선이던 달러지수는 중순 이후 104선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엔화다. 당초 시장에서는 BOJ가 7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나설 확률을 30% 내외 수준으로 봤다. 하지만 시장 예상 달리 BOJ가 금리를 전격 인상하면서 엔화값은 수직 상승했다. 7월 중순만 해도 달러당 160엔대서 움직이던 엔화값은 149엔대로 직행했다.
원화는 엔화 강세에 동조화되면 원·달러는 두 달 만에 1360원대로 내려왔다.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도 원화값에 힘을 실었다. 7월 마지막주 공개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집값 우려가 강조되면서 한은의 8월 인하 가능성보다는 4분기 이후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향후 환율 전망에 대한 열쇠도 엔화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나리오는 이미 환율이 반영됐지만, 엔화값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다. BOJ가 점진적으로 금리를 높일지, 본격 긴축에 나설지에 환율의 향방이 달렸다는 얘기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달러는 9월 인하가 선반영되면서 큰 변동이 없지만, 엔화 절상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중동 리스크가 높아진 점도 엔화 매력을 높였다”고 봤다. 그러면서 8월 원·달러 예상 범위를 1360~1380원으로, 원·엔은 900원을 하단으로 예상했다.
다만 경기 부진에 BOJ의 연내 추가 인상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엔화의 급격한 반등이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BOJ가 상당기간 유동성 공급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엔화값이 다소 과도하는 해석도 나온다. BOJ 정책보다는 미국의 금리 인하 강도와 대선 후보들의 정치공약 및 지지도 등 정치 불확실성 등에 영향받아 환율이 변동성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원·달러는 원화 대비 달러화가 과대 평가됐다고 판단되며 8월 중 하락에 무게를 둔다”면서 8월 하단을 1360원으로 제시했다. 원·엔에 대해서는 “엔화 약세가 변곡점을 지났지만 향후 엔화 상승은 더딜 것”이라며 예상 범위로 877~946원을 전망했다.
▲ 8월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2776.19)보다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마쳐 대공황급 폭락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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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코스피 반등할까
미국의 9월 금리인하 시사에 훈풍이 불었던 코스피가 경기 침체 공포로 하루 만에 직격탄을 맞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4년 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경신했고, 코스닥은 연중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미국발 악재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현재 조정이 과도하다면서 업종 중심의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8월 2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모두‘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코스피는 3.65% 하락 2700선 아래로 마감해 2020년 8월20일(-3.66%) 이후 4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닥도 4% 급락하며 800선을 밑돌았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4.21% 내린 7만9600원에 마감해 한 달 반 만에‘7만전자’로 내려왔고, SK하이닉스는 하루 만에 10% 넘게 폭락했다.
앞서 7월 31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큰 폭으로 조정받아온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나스닥이 급등하면서 8월 1일 코스피가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코스피는 하루 만에 시퍼렇게 질렸다. 시장에서는 9월 FOMC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며 선반영된 상황에서 경기둔화 지표를 더 이상 금리인하 기대감이 아닌 경기침체 신호로 해석했다.
다만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과도하고 연준이 금리인하 신호를 보내온 만큼 코스피의 하락이 제한적이며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우세한 전망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침체와 관련된 우려는 과도하다고 판단한다. 침체를 얘기할 만한 단서들이 부족하다”면서 “늦지 않은 타이밍에 미국의 금리인하가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 금리 인하가 증시에 반영되면 앞으로 더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현재의 조정장세는 미국 중심의 랠리가 과도했기 때문”이라며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에 외국인 자금의 위험자산 회피로 인한 이탈로 과격한 하락이 나타나고 있으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금융위기 수준이 아니라는 점, 한국은 수출 성장을 기반으로 선행 주당순이익(EPS) 상승 등 펀더멘털 증가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코스피의 현재의 조정 폭은 과하다”고 평가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시장은 단기 바닥을 향해가는 등 코스피는 고점 대비 -10% 내외의 낙폭(2600pt)을 예상한다”면서 “2600 중반부터는 매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대선발(發) 불확실성에 경기 둔화까지 겹치며 증시 하방 압력이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8월에는 단기간에 낙폭이 있어 9월 실질 금리 인하 시행을 앞두고 반등할 수 있다”면서도 “2900을 고점으로 계속 내려오는 흐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금리인하 재료가 소멸되고 가격 상승 부담이 큰 상태에서 경기 둔화 부분이 반영되고 있다”며 “때문에 불안정한 시장으로 하반기 증시가 다시 내려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가운데 미국 경기 둔화와 중동 불확실성이 중첩되며 약세 압력 강화되고 있다. 당분간 코스피는 조정 압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IT 비중을 축소한 방어 운용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실적 대비 낙폭이 컸던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리서치본부장은 “주가가 많이 빠지고 있지만 실적이 좋은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며 “실적은 이미 좋아진 상태에서 밸류에이션이 움직일 수 있는 저PER(주가순이익비율) 업종인 금융과 소비주 선호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엔캐리 청산 최대 변수 되나
국내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미국장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앤캐리 트레이드’란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통화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그간 일본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본에서 돈을 빌려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형성됐다.
미국의 경기침체와 인공지능(AI) 거품론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엔캐리 청산’을 빌미를 돈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추가적인 청산 매도가 계속될 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월 5일 코스피 지수는 역대 최대 하락폭(8.77%)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일본 니케이225(-12.40%)는 1987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고, 대만가권(-8.35%) 지수와 중국과 홍콩도 1~2%대 내려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역대 최악의 글로벌 증시 폭락의 시작은 미국 경기침체 우려 영향이다. 미국 7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를 밑돌고, 실업률도 증가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팽창됐다.
그러나 주요 외신과 시장에서는 표면적인 경제 둔화 우려보다 금융시장을 더욱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엔화 강세로 인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로 금리를 유지하던 일본 중앙은행이 7월 말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갑작스런 엔고 현상에 해외로 빠졌던 20조 달러(약 2경6700조 원)로 추정되는 자금이 일본으로 회귀하는 ‘엔캐리 청산’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다른 미국 등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축소가 진행됐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올해 전반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에 주목했던 투자가들의 “패닉적인 엔화 매입이 선명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공영 NHK 등에 따르면 8월 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엔화는 142엔대 전반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1월 상순 이후 약 7개월 만의 엔화 강세 수준이다.
한국거래소도 증시 폭락 원인으로 ‘플라자 합의’를 우회적으로 거론하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지목했다. 플라자 합의란 1985년 9월 22일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5개국 재무장관이 모여 목표 환율을 정해 놓고 그 선에 이를 때까지 미국 달러화를 매각하고 일본 엔화는 사 모으기로 담합한 합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인공지능(AI) 수익성 우려와 함께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이 엔캐리 트레이드 대규모 청산 불안이었다”며 “주간 단위로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의 엔화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은 7월 30일 기준 –7.3만 계약으로 올해 2월9일(-8.4만 계약)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엔화 약세 베팅을 철회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급격히 늘었다는 의미다. 단기간에 포지션을 철회한 규모와 그 속도는 가파르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엔고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엔화 강세 진정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지영 연구원은 “일본 당국의 최근 엔화 환율에 대한 스탠스 변화 등을 확인해가면서 엔·달러 환율 급락세가 진정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 반전으로 일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의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짐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파생상품으로 헤지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3분기 이후 변동성이 진정되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헤지 포지션이 축소될 경우 수급반전의 모멘텀을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시장 변동성에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케리 트레이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일본 증시가 엔화 약세 때문에 과도하게 많이 올랐는데 앞으로 엔화 강세로 돌아서 일본 증시가 추가적으로 조정받는다 하더라도 (국내 증시의) 디커플링(비동조화)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