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은 지금…이유 있는 변신 중

패밀리룸 헐고 1·2인실 변경…침구·향수·김치 매출 ‘쑥’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4/08/09 [15:27]

특급호텔은 지금…이유 있는 변신 중

패밀리룸 헐고 1·2인실 변경…침구·향수·김치 매출 ‘쑥’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4/08/09 [15:27]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호텔·리조트 산업 패러다임이 또다시 급변하고 있다. 그동안 출장 등 비즈니스 목적이나 가족 위주의 대규모 인원이 호텔·리조트를 이용해왔다면, 지금은 개인·연인·친구 단위로 즐기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호텔·리조트가 제공하는 서비스도 바뀌고 있다. 소규모 인원이 즐길 수 있는 조용한 야외 수영장·소규모 식당을 선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가 올해 5월 재개장하면서 객실 사용 인원 기준이 4인에서 2인으로 변경된 게 대표적 사례다. 이전에는 리조트를 대규모 가족 단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객실 사용 인원 기준이 4인이었다. 그러나 최근 리조트 이용 고객층이 소규모로 바뀌면서 기준 인원을 2인으로 줄인 것이다.

 


 

해비치리조트 객실 사용인원 기준 2인으로···L7·부산롯데 성인 전용풀 운영

VVIP 겨냥 럭셔리 브랜드 진출 활발···한화 등 유명 호텔·리조트 브랜드 도입

 

▲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클래식 스위트 바다 전망. 

 

올해 5월 재개장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의 야외 수영장은 성인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야외 수영장은 사계절 온수풀이고 클럽 라운지 ‘모루’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타깃 고객층을 소규모 인원으로 삼으면서 호텔 수영장·사우나 등에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는 경향도 생겨났다.

 

강원도 정선의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도 실내 수영장과 사우나를 만 16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야외 수영장을 방문하는 경우 탈의실에 아이가 함께 들어갈 수 없어 옷을 미리 갈아입고 수영장에 가야 한다.

 

시간대를 정해 노키즈 수영장을 운영하는 호텔도 늘어나는 추세다. 부산 L7 해운대는 오후 7시부터 성인 전용 풀을 운영하고, 롯데호텔 부산도 야외 수영장을 오후 8시 이후 성인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신라호텔도 야외 수영장에 성인 전용 풀장인 ‘어덜트 풀(Adult Pool)’을 운영 중이다.

 

사계절 온수풀인 제주신라호텔의 야외 수영장 ‘숨비 스파존’에 있는 어덜트 풀은 981.6㎡(약 300평) 규모로 카바나, 핀란드 사우나, 자쿠지 등을 갖췄다.

 

제주신라호텔에 따르면 고객 중 자녀를 동반하지 않는 성인 고객이 전체의 60%를 차지해 고객들로부터 어른 전용 수영장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고, 이런 의견을 반영하면서 최근 어른 전용 수영장 운영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비혼 등이 확산되면서 1~2인이 호텔·리조트를 이용하는 경우가 느는 만큼 이들을 겨냥한 객실과 프로모션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럭셔리 브랜드 진출 활발

 

호텔·리조트 업계가 최근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럭셔리 브랜드를 연달아 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그동안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던 브랜드들이 진출하는 것이다.

 

특히 파라다이스는 최근 서울 장충동 플래그십 호텔 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28년 그랜드 오픈 예정인 서울 장충동 플래그십 호텔을 통해 하이엔드 호텔 분야의 선두 입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 파라다이스 서울 장충동 플래그십 호텔 조감도. 

 

최종환 파라다이스 대표이사는 지난 7월 2일 열린 ‘미디어 IR데이’에서 “5000억~5500억 규모 단독 투자를 통해 4분기엔 그룹 숙원사업인 장충동 호텔을 착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서울에 ‘최고의 호텔’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파라다이스시티를 지을 때 참여한 팀을 그대로 투입해 총 23층(지상 18층, 지하 5층), 객실 약 200개 규모 단독 호텔을 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랜드파크가 운영하는 켄싱턴호텔앤리조트는 내년 상반기 럭셔리 리조트 그랜트 켄싱턴 설악비치를 오픈할 예정이다.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럭셔리 리조트를 선보이고, 휴양지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지다.

 

특히 이랜드파크는 그랜드 켄싱턴 설악비치 오픈을 앞두고 소수 VIP 고객을 위해 지난 4월 서비스 혁신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서비스 상향 표준화를 목표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 매뉴얼과 프로그램을 개발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랜드 켄싱턴은 프리미엄 호텔앤리조트로 회원제로만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론칭해 총 800구좌를 승인받았는데, 이 가운데 창립회원 전용 200구좌가 모두 판매됐다. 회원권 가격은 약 1억3000만 원에서 시작해 약 2억8000만 원까지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얀그룹 역시 6월 강원 속초에서 럭셔리 리조트 ‘카시아 속초’를 열었다. 카시아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세계적인 프리미엄 호텔·리조트 그룹인 반얀그룹(구 반얀트리 그룹)의 브랜드 중 하나로 국내에선 이번에 처음 선보였다.

 

▲ 카시아 속초 전경.  

 

김찬중 건축가가 디자인을 맡은 카시아 속초는 동해와 설악산 사이에 위치해 있다. 대지 면적 1만2022㎡에 지하 2층부터 지상 26층 규모로, 책을 모티브로 한 통합 디자인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카시아 속초의 674개 객실에선 동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속초엔 신세계센트럴시티의 영랑호리조트가 최근 재단장을 마치고 4월부터 운영 중이다. 신세계센트럴시티의 영랑호리조트는 지난해 5월 가족 친화적인 휴양지를 콘셉트로 리뉴얼에 착수해 로비, 객실, 골프장, 식음시설 등을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2013년 7월 이후 11년 만에 리뉴얼을 거친 영랑호리조트는 다크 우드 톤 디자인을 적용했다.

 

또 스타벅스 영랑호리조트점이 리조트 20층 루프탑에 위치해 속초시의 자연경관도 누릴 수 있다. 나무와 자개로 한국적인 풍경을 담은 김덕용 작가의 한국화 작품 ‘책-시간의 축척’ 등을 전시해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침구·향수·김치 매출 쑥

 

국내 주요 호텔·리조트가 자체 브랜드(PB)를 앞세워 매출 신장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일상에서 호캉스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호텔에서 직접 제작한 PB 상품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호텔업계는 침구류부터 향수, 김치, 커피, 가정 간편식(HMR)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PB 제품 판매를 늘리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상황을 미리 대비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만족감을 얻는 ‘스몰 럭셔리’ 트렌드와 판매 채널까지 다각화 하면서 매출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

 

웨스턴조선호텔은 2004년부터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조선호텔 김치는 올해 1~7월 기준 전년 대비 24% 신장하는 등 매년 두 자리 수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조선호텔 육개장, 삼계탕 같은 가정 간편식(HMR)도 같은 기간 81% 성장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육개장은 7월 말 현재 기준 누적 87만 개 팔렸다.

 

조선호텔 김치가 인기를 끌자 롯데호텔도 지난해 포장김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1분기 김치 관련 매출이 전 분기 대비 20% 이상 늘었다.

 

실제 객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프리미엄을 내세운 호텔 침구류도 인기다. 롯데호텔은 지난 2020년 5월 롯데호텔서울에 자체 침구 브랜드 해온 베딩 세트를 판매하는 해온 프리미엄 숍을 오픈했다. 이곳에서 롯데호텔에 비치된 매트리스, 침구, 수건, 가운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조선호텔 침구 브랜드 ‘더조선호텔’은 신세계백화점 5개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더조선호텔은 신세계 강남점 침구 매장에서 연간 매출 1위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매출도 전년 대비 49% 신장했다.

 

아난티도 지난 4월부터 이불과 베개 등 침구 세트 판매를 시작하는 등 침구류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더 플라자의 PB 상품 ‘P컬렉션’ 매출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1~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더 플라자 PB 상품 매출의 60%가 20·30대 소비자에서 나오고 있고, 카카오 선물하기의 경우 30대 주문 비중이 42%에 육박한다.

파라다이스호텔도 디퓨저 ‘센트 오브 파라다이스’의 1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80%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호텔 업계는 자체 온라인몰을 만들거나 카카오, 네이버 등 판매채널도 확대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P컬렉션 디퓨저 3종을 지난 4월 CJ올리브영 공식 온라인 몰에 입점했다. 아난티는 자체 온라인몰 이터널 저니에서 PB 상품 판매가 매달 평균 2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에 최근엔 PB 상품 비중을 기존 20%에서 40%로 확대했다. 객실 내에 비치된 ‘크리스피 오징어 스낵’, ‘서울 경복궁 쌀로 빚은 생막걸리’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집에서도 호텔에서의 분위기를 즐기려는 ‘스몰 럭셔리’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호텔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활용한 PB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비하는 등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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