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엔디비아에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HBM3를 납품한다. 미국의 기술회사 엔디비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큰손이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의 ‘HBM3 엔디비아 공급’은 반도체 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7월 24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8단 HBM3’ 품질 테스트를 최근 통과하고 양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모리 분야에서 30년 넘게 1위를 지켜왔지만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납품이 지연돼 시장에서 고전했다. 게다가 국내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가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뒤, 일찌감치 4세대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면서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HBM3 납품에 이어 HBM3E(5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엔비디아 공급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HBM3E 12단 반도체 개발과 엔디비아 납품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뭘까.
4세대 HBM 반도체인 ‘HBM3’, AI 반도체 시장 큰손 엔디비아 인증+납품
반도체 구원투수 등장 두 달 만에 5세대 HBM 반도체 ‘HBM3’ 공급 임박
8월은 삼성 차세대 HBM 사업 분수령···6세대 HBM4 개발 착수, 내년 양산
▲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엔디비아 납품’이 지연돼 고전하던 삼성전자가 결국은 엔디비아의 인증을 따냈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HBM3E(5세대 HBM) 12단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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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반격에 나섰다.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엔디비아 납품’이 지연돼 고전하던 삼성전자가 마침내 엔디비아의 인증을 따냈다. 4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3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양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5세대인 ‘HBM3E’는 아직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7월 24일 <로이터 통신>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따르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4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3를 납품하기 위한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처음으로 통과했다는 것. 이 매체는 5세대인 ‘HBM3E’는 아직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4세대 HBM 엔디비아 납품
이번에 인증을 통과한 삼성전자의 HBM3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맞춰 중국 시장용으로 개발된 H20 그래픽처리장치(GPU)에만 사용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HBM3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피하며,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GPU인 ‘H20’에만 사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용으로 H20, L20, L2 등 3가지 칩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규제를 피해 성능을 낮춘 AI GPU를 내놓은 것. H20은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만든 제품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진 제품이다. 다 중국 이외 시장에서 판매되는 H100보다는 연산 능력이 제한적이다.
H20은 올해 초 판매가 시작될 당시만 해도 부진한 판매를 보였지만 이후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올해 중국에서 H20칩 100만 개 이상을 판매해, 120억 달러(약 16조6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대중 규제를 더 강화하면서 일각에서는 그나마 허락됐던 H20 수출도 금지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 규제를 충족한 차세대 AI칩인 ‘B20’을 별도로 준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B20의 구체적인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엔비디아는 이르면 내년에 이를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심각해지면서 중국은 엔비디아 AI칩 확보를 위해 밀수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중국 정부가 외국 유학생 등 공급망 사각지대를 이용해 엔비디아 고사양 칩을 몰래 들여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내 70개 이상 유통업체가 수출 제한 품목에 해당하는 고급 칩을 온라인에 공개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HBM 납품이 지연되고 위기감이 고조되자 지난 5월 반도체 사업부의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구원투수로 뛰고 있는 전영현 DS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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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한 전영현 리더십 통했나?
AI가 사소한 일상을 넘어 첨단산업까지 뒤흔들면서 HBM 반도체 시장이 무섭게 뜨고 있다. HBM 반도체는 AI에 최적화된 비(非)메모리 반도체인 GPU(그래픽 처리장치)와 잘 호환돼 다국적 기술회사 엔디비아가 대부분의 물량을 소화한다.
반도체 전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국면에서 HBM 반도체 엔디비아 납품은 삼성전자의 최대 숙제였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납품이 계속 지연되고 위기감이 고조되자 반도체 사업부의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지난 5월 전영현 부회장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으로 발탁했다. 이미 반도체 사업부를 거쳐갔던 전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다시 불러낸 것을 두고 “그만큼 삼성전자의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사에서 “지금은 AI 시대로 그동안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는 우리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고 대응한다면 AI 시대에 꼭 필요한 반도체 사업의 다시 없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분위기 쇄신 덕분일까. 구원투수 등판 두 달 만에 삼성전자는 ‘엔디비아의 8단 HBM3 인증’을 따냈다. 삼성전자가 이르면 8월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의 엔비디아 납품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결국 8월이 삼성전자의 차세대 HBM 사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세대 HBM 공급 임박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한다고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비디아는 HBM3를 다양한 GPU 제품들에 탑재하고 있다.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단독으로 공급해 왔다.
삼성전자는 현재 5세대 ‘HBM3E’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도 임박한 상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5세대 HBM 공급도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의 공급망 파트너 중 일부는 최근 (HBM과 관련해) 가능한 한 빨리 주문하고 용량을 예약하라는 정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HBM이 올 하반기에 원활하게 출하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부터 HBM3E 견본품을 엔비디아에 전달해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진과의 만남에서 “HBM3E를 12단 구조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며 “성공한다면 메인 벤더(공급사) 지위를 보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HBM3E의 납품 소식을 알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HBM3에 이어 HBM3E까지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데 성공한다면, SK하이닉스가 장악한 HBM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한편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안에 HBM3E 8단·12단 제품의 퀄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하고, 엔비디아에 공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의 공급망 파트너들이 최근 HBM을 가능한 빨리 주문하고 용량을 예약하라는 정보를 삼성 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HBM3에 이어 이르면 3분기 중에 퀄테스트를 통과하고 HBM3E 양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젠슨 황 CEO는 지난 3월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HBM3E 제품에 친필 사인을 남기며 퀄테스트 통과의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이후 삼성전자 퀄테스트 실패설이 돌았을 때도 “실패한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HBM3E 12단 제품은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로 D램 메모리 칩을 12단까지 쌓은 제품으로, 업계 최대 용량이다. 이는 차세대 HBM인 ‘HBM4’ 직전 세대 모델로 HBM3E를 납품해야 HBM 전체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4도 개발 중이며 내년에 양산한다는 목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만약 삼성전자가 하반기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공급에 성공하면 HBM4를 비롯한 차세대 HBM 공급도 안정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본다.
글로벌 AI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35.7%로 오는 2030년까지 1조3339억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그만큼 AI 장비에 필수인 HBM의 공급량이 부족해 삼성전자가 이 시장에 적극 가세할 확률이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삼성이 HBM3E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차세대 HBM4 수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엔디비아 납품···왜 핫이슈?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HBM 납품 여부가 반도체 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것은 그만큼 HBM이 AI 산업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을 잘 보여준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칩이다. 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올해 설비투자의 상당 부분을 HBM에 투자하며 경쟁력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가 삼성전자의 HBM 납품 여부에 유독 주목하는 이유는 삼성전자의 미래 경쟁력을 증명할 가장 중요한 칩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시장은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한 경쟁이 어느 곳보다 치열한 격전지다. 누구도 HBM이 AI 반도체용 메모리 시장을 평정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던 만큼, 앞으로 메모리 시장 역시 어떤 칩이 주도권을 잡을지 예단하기 힘들다.
만약 AI용 메모리 시장에서 HBM이 대세로 굳어진다면, 메모리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입지가 상당히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반도체는 천문학적 투자가 동반되는 장치 산업인 만큼, 한번 경쟁에서 밀리면 주도권을 잡기가 힘든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통합 AI 솔루션’, 이른바 턴키 전략(일괄 수행)은 HBM 시장에서도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주도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차별화 포인트로 ‘메모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부터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까지 일괄 수행 가능한 종합반도체회사(IDM)다.
삼성전자는 특히 이를 AI 솔루션에 활용할 경우 최적화된 공급망 관리로 제품 개발에서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20%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AI 반도체 시장 패권을 놓고 글로벌 빅테크들이 제품 개발 속도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신제품 출시 기간 단축을 삼성이 강점으로 제시한 것이다.
최근 TSMC가 “파운드리 산업에 대한 정의를 메모리 제조를 제외한 패키징, 테스트, 마스크 제작 및 기타 모든 IDM(종합반도체기업)을 포함하는 파운드리 2.0으로 확장한다”고 밝힌 것도, 삼성전자의 시장 진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HBM이 고부가 제품이라는 점도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이유다. 그동안 메모리 산업은 글로벌 경기상황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극명하게 오가는 패턴이라는 게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혀왔다.
단적으로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부와 SK하이닉스 같은 굴지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라고 해도 지난해 불황 직격탄을 맞으며 수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사이클이 더 짧아지는 추세여서 메모리 업계의 고민이 크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HBM은 맞춤형 메모리 시장을 개척할 핵심 제품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제품은 범용 메모리보다 가격이 5배 이상 높은 고부가 제품이기도 하다. AI는 빠른 처리 속도가 생명인 만큼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는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HBM 시장은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어, 기존 범용 메모리 제품과 달리 시장 예측이 쉬워, 리스크 방어가 가능하다는 진단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