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병원 복귀 요원…‘의료 회복’ 골든타임 지났다!

이대로 가다간 내·외·산·소 필수의료 진짜 무너진다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4/07/26 [14:33]

사직 전공의 병원 복귀 요원…‘의료 회복’ 골든타임 지났다!

이대로 가다간 내·외·산·소 필수의료 진짜 무너진다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4/07/26 [14:33]

절반 이상 사직 처리된 미복귀 전공의들이 정부와 수련병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정부도 더 이상의 유인책은 없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어, 전공의 복귀는 날이 갈수록 요원해지는 모양새다.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110개 병원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사직처리 결과에 따르면, 7월 17일 기준 임용대상자 1만3531명 중 7648명(56.5%)이 사직(임용포기 포함) 처리됐다. 인턴의 경우 임용대상자 3068명 중 2950명(96.2%)이 사직(임용 포기)했고, 레지던트는 1만463명 중 4698명(44.9%)이 사직했다. 같은 날 기준 전공의 출근율은 10%가 채 되지 않았다. 211개 수련병원에 출근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는 1만3756명 중 1151명(8.4%)에 불과했다. 정부가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철회, 9월 수련 특례 등을 제시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사직 처리 전공의들, 정부·수련병원 상대로 법적 대응 나서는 등 거센 반발

빅5 병원 떠난 전공의들, 9월 모집 응하지 않을 듯···복귀해도 일부 인기과

 

빅5 의대 교수들 “새로 뽑은 수련의는 제자로 인정 못해” 수업 거부 움직임

권역제한 풀어 빅5 지원 가능케 했으나 “지원 말라는 압력”···응시 쉽잖을 듯

정부 의료개혁 실체 없고 1조 넘는 혈세 쏟아부었지만 이룬 것 없다는 지적도

 

▲ 의·정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7월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관련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대다수 사직 전공의는 9월부터 수련이 시작되는 하반기 모집이 7월 22일 시작돼도 복귀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복귀하는 인원도 피부과·성형외과 등 인기과로 빠지고 상당수 필수의료 전공의는 전공을 변경하거나 개원가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위기가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체 수련병원이 복지부에 신청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은 총 7707명이다. 각 병원은 7월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들어갔지만 이에 응하는 전공의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다수 전공의들은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 없이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충원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것이다.

 

의료 회복 골든타임 지났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A 교수는 “전공의들은 정부의 근거 없는 의대 증원을 납득하지 못해 사직한 것이어서 아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공의들은 의대증원·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백지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전공의 7648명이 사직 처리됐다. 일부 수련병원들이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밝히지 않은 무응답 전공의 사직 처리를 미룬 것을 감안하면 실제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1만 명 이상에 달한다.

 

‘사직 후 1년 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전공의 수련 규정과 정부의 사직서 수리 인정 시점(6월 4일 이후), 하반기 전공의 수련 시작 시점(9월)을 고려하면 내년 9월이나 돼야 병원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이 지난 2월 병원을 떠났고, 하반기 전공의 수련이 9월에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전공의 공백이 향후 1년 반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직 전공의들이 이번 하반기 모집 때 복귀한다 하더라도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일부 인기과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의료계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진료과 전공의 복귀율이 낮을 것이라며 필수의료 붕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B 교수는 “필수의료 진료과 저연차는 적어도 70% 이상이 안 돌아오고, 고연차도 50% 정도는 각오하고 있다”면서 “이미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이 지났다”고 말했다.

 

전공의는 주로 암·중증·희귀 난치질환 등 고난도 진료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해왔다. 특히 전국의 희귀·난치질환 환자가 몰리는 ‘빅5’ 병원의 전공의는 전체 전공의(1만3531명)의 21% 가량에 달했고, 병원 내 전체 의사 중 비중도 37%에 이르렀다. 그러나 상당수 전공의는 이번 사태로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가 깨진 데다 의사에 대한 적대적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굳이 전문의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필수의료 전공의들은 ‘낙수과’ 의사로 전락해 자긍심마저 잃었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가 늘어나면 비인기과인 필수의료 의사도 늘어날 것이라는 이른바 ‘낙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필수의료는 불가항력적 의료소송 부담과 원가에도 못 미치는 고질적인 저수가로 사명감과 희생정신이 필수다.

 

정부가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 지역 응시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하면서 지방에 근무하던 전공의들이 사직 후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이 역시 필수의료 진료과 충원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C 교수는 “서울로 가는 전공의가 있겠지만, 필수의료를 하던 전공의도 전공을 변경해 일반 진료과로 갈 것”이라면서 “정부의 급격한 의대 증원도 문제이지만 구체성과 실효성이 떨어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더 문제라고 인식하는 전공의들이 많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10조 원 플러스 알파’ 투입 계획을 밝혔지만, 다른 필수의료 진료과 수가를 줄여 일부 필수의료 진료과의 수가를 높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재정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얘기인데,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로 접어들고 있는 데다 건강보험료 인상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서다.

 

신동규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과장은 최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 참석해 “의대 증원 사태로 결국 외과 같은 필수의료 인력이 계속 줄어 지방·필수의료는 붕괴할 것”이라면서 “저비용·고효율 의료 시대의 종말이 왔다. 그나마 남아 있는 필수의료 진료과 의사도 환자와의 신뢰가 깨져 방어 진료와 소송전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부가 정한 전공의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둔 7월 14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전공의들이 싹 빠져나가 한산한 모습이다.  

 

“충원 전공의 제자로 인정 못 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이 시작됐지만 ‘빅5’ 병원 소속 의대 교수들은 충원된 전공의들을 제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전공의 모집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빅5 병원으로 지방 전공의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반기 수련 권역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교수들과 동료들이 배척하는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모집에 응시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월 2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소속 병원 교수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대한 비판 성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7월 22일 입장문을 통해 “병원은 내년 이후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정원)를 유지하기 위해 하반기 가을 턴으로 정원을 신청했지만 이 자리는 세브란스 전공의를 위한 자리임을 분명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병원이 사직 처리된 전공의의 자리를 현재 세브란스와 전혀 상관없는 이들로 채용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부가 병원의 근로자를 고용한 것일 뿐”이라며 “작금의 고난이 종결된 후 지원한다면 이들을 새로운 세브란스인으로 환영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자랑스러운 학풍을 함께할 제자와 동료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진료과 교수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모집인원이 신청된 것은 복지부의 강압적 행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정부에 일방적 의료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중앙의료원 소속 9개 진료과 교수들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거부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도 하반기 모집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들의 반발은 정부가 9월 수련을 위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절차를 강행하자 나왔다. 복지부는 사직서 수리 여부와 사직 처리 시점 등을 두고 전공의와 대립하는 상황에서 하반기 모집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결원을 확정하지 않으면 내년도 정원을 감축할 수 있다는 복지부의 압박에 수련병원들은 복지부가 제시한 시한인 7월 18일까지 전공의 총 7648명을 사직 처리하고 7707명의 모집인원을 신청했다. 올해 2월 사직한 전공의들은 원래대로라면 ‘사직 후 1년 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하반기 모집에 응시할 수 없지만, 정부가 이번에 한해 특례를 적용하면서 응시가 가능해졌다.

 

정부는 하반기 모집 지원시 권역 제한도 두지 않았다.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수도권 지원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빅5 병원 등 수도권 쏠림 현상이 우려됐지만 정부는 지역이 어디든 전공의들이 돌아오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을 5:5로 맞추는 계획을 고려해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빅5 병원 전공의 복귀율에 특히나 관심이 쏠린 건 이 병원들이 중환자 진료나 야간·휴일 응급환자 진료, 수술 보조 등을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빅5 병원 전공의는 전체 전공의 중 21%(약 1만3000명 중 2745명)를 차지하고, 빅5병원의 전체 의사 중에선 비중이 37%에 달한다.

 

이번 하반기 모집 중 빅5 병원이 신청한 인원은 서울대병원 191명, 세브란스병원 729명, 서울아산병원 423명, 삼성서울병원 521명이었다. 서울성모병원 등 8개 병원이 포함된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019명이었다. 전체 신청인원 7707명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셈이다.

 

그러나 의대 교수들이 다른 수련병원 전공의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전공의들이 빅5 병원에 응시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은 “(전공의들에게) 지원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교수 밑에서 배워야 하는데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면 누가 버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선 복귀하는 동료들의 이름과 소속 등 신상이 담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는 등 복귀 전공의들을 배신자로 낙인 찍는 분위기도 만연하다.

 

전공의들은 물론 교수들까지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며 정부는 불리한 상황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 갈라치기, 지역의료 위기 심화 우려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내놓은 대책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교수들의 움직임에 대해 “특별히 새로운 입장은 없다”며 하반기 모집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 전국 의대생 학부모연합이 7월 23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응급실 의사, 다른 과로 ‘돌려막기’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6개월로 접어든 가운데,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다른 진료과 전문의의 응급실 돌려 막기는 응급의료의 질 저하뿐 아니라 의료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7월 22일 성명을 내고 “현장을 지켜오던 응급 의료진이 탈진해 이탈하고 응급실이 파행 운영되는 상황”이라면서 “일부 병원의 응급실 파행은 시작일 뿐 추가 응급실과 의료계의 붕괴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90% 이상의 응급실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왔지만, 실제 응급의료기관 400여 개 중 70%는 원래 전공의가 없었던 곳이고, 수련병원 대부분은 파행 운영되고 있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이 무너지면 지역 응급의료 전달체계가 붕괴하고 전체 응급의료 체계의 붕괴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사회는 의료현장 최전선인 응급실이 파행 운영되면서 정부가 다른 진료과 인력 활용 방안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무지의 소산”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의료의 전문성에 대한 인정은 특정 집단의 이권이 아닌 환자가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복잡한 외과 수술은 외과 전문의가 수행하는 것이 환자에게 최고의 이득이듯 응급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는 응급의학 전문의가 수행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과 전문의의 응급실 돌려 막기는 응급의료의 질 저하뿐 아니라 파견 과의 역량저하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병원 전체의 몰락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응급실은 첫 관문으로 응급의학과의 1차적인 검사나 응급 처치에 이어 배후 진료과의 수술·입원 등 최종 치료가 불가능하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

 

의사회는 “응급의료를 전공하던 대다수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다른 병원 상급 연차나 9월(하반기) 모집으로 지원하는 인원은 더욱 없을 것”이라면서 “내년 신규 지원도 극소수일 것이기에 응급의학과는 소멸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정부의 의료개혁은 실체가 없고 1조 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부었지만 이룬 것이 없다”면서 “진료보조인력(PA)을 활용한들,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들든 간에 조속한 정상화는 불가능해 남아 있는 교수들과 전문의의 인내심이 정부가 기댈 마지막 동아줄이며 이들이 포기하는 순간이 의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수련·근무환경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응급의학과는 폐과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면서 “사태의 여파가 최소 2~3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올바른 응급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노력과 함께 준법 투쟁과 업무량 조절, 자발적 사직과 개업 지원을 통한 버티기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공의 7월 시점 강제 사직 절차와 9월 하반기 모집을 통한 갈라치기를 즉각 중단하고, 전공의들의 복귀를 원한다면 전공의 7대 요구안을 조건 없이 수용하라”면서 “묵묵히 값싼 노동력으로 장시간 일하던 전공의가 없으면 유지되기 어려웠던 의료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만큼 정부가 의료계를 의료개혁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것이 의료 파국을 눈앞에 둔 현재 사태 해결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응급전문의 공백 수도권도 불안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사태로 응급실이 곳곳에서 파행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진료과 전문의의 응급실 돌려막기는 응급의료의 질 저하뿐 아니라 의료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대학병원을 떠난 후 의료현장 최전선인 응급실을 지켜온 전문의들도 인력부족에 따른 번아웃(탈진)으로 하나 둘 응급실을 떠나고 있다. 충청·전남·대구·경북 등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 환자 전원 문의가 증가한 수도권 응급실도 과부하가 우려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A 응급의학과 교수는 “강원도 강릉에서 수도권으로 전원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는 일도 아니다”면서 “충청권에서 특히 전원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 중 4명이 사직서를 제출해 응급실 운영에 파행을 겪은 순천향대 천안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전문의 6명 중 1명이 병가를 내면서 응급실 인력 공백으로 비상운영체계에 들어간 단국대병원 모두 전공의들이 근무했던 수련병원이면서 충남권역 응급의료센터다.

 

전공의의 빈 자리를 채워온 응급의학과 전문의(의대 교수)들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업무를 분담해온 전공의들이 빠진 후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처럼 응급실 환자를 일일이 진료해야 하는 데다 종합병원에서 중증 환자도 전원오면서 업무가 과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은 24시간 운영되고 초진부터 전원 환자 처치, 다른 진료과 인계, 이송 상담, 심폐소생술(CPR) 같은 응급조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 최소한 5~6명의 인원이 교대 근무해야 한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떠난 후 교수들이 오롯이 당직을 서야 하는 상황에서 KTAS 1~3등급 환자는 줄지 않고, 중증 환자일수록 비수련병원에서 대학병원(수련병원)으로 전원이 계속 이뤄지다 보니 진료 부담이 거의 줄지 않아 버티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TAS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 도구로, 3등급 이상은 응급이자 중증 환자군이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중증도가 높다. 국내 응급의료기관 400여 곳 중 70%는 원래 전공의가 없었던 곳이다.

 

응급실이 곳곳에서 파행 운영되면서 정부가 다른 진료과 인력활용 방안을 밝혔지만, 다른 과 전문의의 응급실 돌려 막기는 다른 진료과 전문의 추가 이탈, 파견 진료과의 역량 저하로 이어져 병원 전체의 의료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B 응급의학과 교수는 “다른 진료과 교수들이 전공의 부재로 외래 진료를 줄이고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입원·수술환자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응급실 당직까지 서라고 하면 추가 인력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진료과 교수들이 응급실 진료에 투입되면 해당 진료과의 줄어든 진료 역량으로 외래·입원·수술 환자들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응급실 진료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의료 소송 부담은 다른 진료과 교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응급환자의 경우 응급처치를 시행할 때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경우 신속하면서도 정확히 대응하기 어렵다. 최근 의료 사고에 따른 배상금은 10억 원을 웃돌고 있다.

 

결국 다른 진료과 전문의 응급실 돌려막기는 응급실 진료뿐 아니라 배후 진료과 진료에도 영향을 미쳐 병원의 전체 의료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 응급의학과의 1차적인 검사나 응급 처치에 이어 내과, 소아청소년과, 신경외과 등 배후 진료과의 수술·입원 등 최종 치료가 불가능하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다른 진료과 전문의 응급실 투입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탈을 막기는커녕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면서 “무너지는 응급의료체계를 지켜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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