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흉부 접근 기관절개 및 재건 로봇수술 국내 첫 성공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24/07/26 [14:26]

아산병원, 흉부 접근 기관절개 및 재건 로봇수술 국내 첫 성공

송경 기자 | 입력 : 2024/07/26 [14:26]

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호흡기내과·병리과, 전 세계 단 3건 보고된 희귀 종양 치료

세브란스 의료진, 지중해 식단 효과 높이는 유전자변이 발견···지방간 질환 위험 낮춰

 

▲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용희 교수(왼쪽)가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기관절개 로봇수술 국내 첫 성공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국내 처음으로 로봇을 이용한 흉부 접근 기관절개 및 재건술에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용희, 호흡기내과 지원준, 병리과 안보경 교수팀이 전 세계에서 3건만 보고된 희귀성 기관 내 종양으로 인해 심한 호흡곤란이 동반된 환자에게 로봇을 이용한 기관절개 및 재건술을 성공시켰다.

 

이번 치료는 호흡기내과의 선 시술, 병리과의 정확한 진단, 심장혈관흉부외과의 수술로 환자 맞춤형 치료가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주로 개흉수술을 시행했던 기관지 수술에 로봇수술을 도입함으로써 향후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를 넓힐 수 있게 됐다.

 

종양으로 인한 기도 폐색으로 심각한 호흡곤란을 겪어 병원을 찾은 71세 남성 구모 씨는 내시경 시술로 종양을 정확히 진단하고 제거하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으로 의뢰됐다. 경직성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중심부 기도질환 시술은 고위험 술기로, 국내에서 이 시술을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10곳 안팎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선 매년 40여 건을 시행하고 있다.

 

호흡기내과 지원준 교수는 우선 환자의 호흡곤란을 완화하고 진단을 위한 조직 채취를 위해 중재기관지내시경을 시행하고, 종양을 가능한 만큼 제거한 후 스텐트를 삽입하여 기도를 확보했다.

 

이때 제거된 종양 조직을 병리과 안보경 교수가 분석한 결과, 매우 드문 형태의 양성 종양인 사구맥관근종으로 확인됐다. 사구맥관근종은 일반적으로 손가락 등에 흔히 생기는 사구종 중에서도 혈관이 발달되어 있고 평활근 조직의 분포가 많은 경우를 말한다. 중심부 기도에 생기는 사구종은 흔치 않은데, 특히 기도 내 사구맥관근종은 전 세계적으로 딱 3건만 증례가 보고됐을 정도로 드물다.

 

환자는 기관지내시경 중재시술로 종양의 대부분을 제거해 호흡이 가능해졌고 양성종양이라 처음엔 수술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병리과 진단 결과 종양의 형태가 혈관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평활근 조직으로 인해 단단하고 주변조직과의 경계가 좋지 않다보니 환자가 기침을 심하게 하면 절제된 종양과 삽입된 스텐트 사이의 자극에 의하여 쉽게 출혈이 발생했다.

 

기관지 내 출혈로 인한 혈전이 다시 중심부 기관지나 스텐트 내부를 막을 수 있다는 재발 가능성을 고려한 의료진은 기관 내 잔존하는 양성종양을 수술적 절제로 모두 제거하고 출혈점도 없애기 위해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용희 교수에게 수술을 의뢰했다.

 

김용희 교수팀은 환자가 폐렴으로 인한 전신 쇠약 상태이며 혈관종의 특성상 출혈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고, 종양의 위치가 우측 무명 동맥 기시부에 위치해서 통상적인 접근이 매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최소 절개 및 빠른 봉합이 가능한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기관절개 및 재건술을 시행했다. 흉부로 접근하는 기관절개 및 재건술은 흉부외과의 고난도 수술로, 로봇으로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수술이었다. 로봇수술은 개흉술과 비교하여 시야 확보가 용이하고, 로봇 관절을 이용하여 기관지 문합을 세밀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용희 교수팀은 4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환자의 사구맥관근종을 완전히 제거했다. 환자는 7일 만에 퇴원했으며, 한 달째 특이소견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원준 교수는 “중심부 기도를 막고 있는 종양 때문에 극심한 호흡곤란으로 숨쉬기가 힘들었던 환자에게 중재기관지내시경을 통한 선 시술과 정확한 진단, 로봇수술을 통한 종양 절제까지 각 진료과의 역량과 긴밀한 협력이 잘 발휘돼 환자 맞춤형 진단과 치료를 시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용희 교수는 “환자의 병변이 아주 희귀한 사구맥관근종이고 전신쇠약인 상태를 고려했을 때, 로봇수술은 시야 확보가 용이하고 정밀하게 기관지 문합을 수행할 수 있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방법이라 판단했다”며 “이번 성공을 통해 기관지 종양 환자들에게 더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중해 식단 효과 높이는 유전자변이 발견

 

전통적인 지중해 식단은 가장 건강하고 영양이 고른 식단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의 많은 의사, 과학자, 영양학자가 과일과 채소, 생선, 올리브유, 곡물을 많이 먹고 유제품, 육류, 가금류, 포화지방산을 적게 먹는 지중해식 식사법이 각종 성인병을 개선하고 만성 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국내 의료진도 지중해 식단의 효과를 높이는 유전자변이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혈당 효소조절 단백질 유전자변이가 있는 사람이 지중해 식단을 실천하면 지방간 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권유진 교수 연구팀은 테라젠헬스와 함께 지중해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이 혈당 효소 조절 단백질 유전자변이를 가지면 대사이상 연관 지방간질환 발생 위험이 16% 낮아진다고 7월 18일에 밝혔다.

 

이지원·권유진 교수의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중개의학저널>(Journal of 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됐다.

 

지방간은 지방이 간 무게의 5% 이상을 차지하는 질환으로 인구 약 30%에서 발견된다. 대사이상 연관 지방간 질환은 건강하지 않은 서구화 식단 증가와 관련이 있다. 대사이상 연관 지방간 질환은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중증 간섬유화,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지중해 식단은 채소, 과일, 견과류, 곡물, 올리브유, 생선류의 높은 섭취와 낮은 포화지방 섭취가 특징이며 심장병·당뇨병 등 만성 질환 예방과 사망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식습관이다. 이러한 장점은 인종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지중해 식단이 대사이상 연관 지방간 질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연구에서는 연구팀이 직접 개발한 지중해 식단을 얼마만큼 실천하는지 묻는 설문지(K-MEDAS)를 활용했다. 설문은 올리브오일, 채소, 과일 섭취 횟수와 생선, 해산물 섭취 정도 등을 확인한다.

 

먼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 자료를 활용해 40세 이상 한국인 3만 3133명 데이터를 분석했다. 지중해 식단 실천 정도에 따라 지중해 식단 준수율이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으로 구분했다.

 

통계분석 결과에서는 혈당 조절효소 글루코키나제 활성에 관여하는 단백질 GCKR의 유전자변이(rs780094) 중요성이 드러났다. 부모로부터 rs780094를 물려받은 유전자형 사람은 대사이상 연관 지방간 질환 유병률이 약 12% 낮아졌다. 이들이 지중해 식단 섭취를 준수하면 유병률이 약 16%까지 낮아졌다. 

 

지중해 식단 준수율이 낮은 그룹에서는 rs780094와 대사이상 연관 지방간 질환 발생 간의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지원 교수는 “한국인 rs780094 유전자는 지중해 식단과 상호작용을 하며 대사이상 연관 지방간 질환의 위험을 조절할 수 있다”며 “특정 유전자가 식습관의 질병 예방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밝혔다”고 말했다.

 

▲길병원, 붕소중성자포획치료기 임상 1상 완료

 

가천대 길병원이 A-BNCT(붕소중성자포획치료기)를 개발, 임상 1상을 마치고 완치율(5년 생존률) 8.9%에 불과한 악성 종양 교모세포종 극복에 한 발짝 다가섰다.

 

7월 24일 길병원에 따르면 A-BNCT는 4세대 꿈의 암 치료기로 알려져 있다. 길병원은 임상 1상을 마무리하고 치료 안정성을 확보했다. 또 개발 과정과 임상결과를 최근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 BNCT 학술대회에서 발표, 관련 분야 세계 선두 의료기관으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A-BNCT는 붕소화합물을 체내 주입 후 붕소를 섭취한 종양세포에 중성자를 조사해 핵반응을 일으켜 종양세포만 사멸시키는 치료법이다. 치료과정에서 정상세포는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아 이론상 완벽에 가까운 암 치료 방법이다. 악성뇌종양이나 재발암 혹은 수술적 절제가 어려운 침윤성 암 등 기존 방법으로는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도 치료 가능하다. 또 수차례 반복해야 하는 기타 방사선 치료와 달리 단 1회로 치료가 완료된다. 국내에서는 가천대 길병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다원메닥스 등과 공동 개발해 임상시험 중이다.

 

길병원은 2022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악성 종양인 교모세포종 환자 6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phase 1/2a clinical trial)을 진행, 치료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했다. 치료 받은 환자 6명 중 2명은 매우 좋은 경과를 보이고 있고, 2명은 기존 치료와 비슷한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2명은 추적기간이 짧아 기존 치료와 비교가 어려운 상태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임상대상자들이 모두 재발한 교모세포종 환자임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치료성과로 평가된다고 병원 측은 강조했다. 첫 번째 임상 환자가 18개월 째 건강이 양호한 상태로 일상을 보내고 있고, 대부분의 환자가 기존 치료방법에 대비해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난치성종양인 교모세포종의 근본적 치료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태라고 병원 측은 덧붙였다.

 

김우경 병원장은 “악성 뇌종양 중에서도 가장 예후가 나쁜 교모세포종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해 의미가 깊다”며 “가천대 길병원은 우수한 기술력으로 BNCT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의료기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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