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 투입 ‘오로라 프로젝트’ 신차 홍보 영상 검수 제대로 못해 치명적인 논란
“몇 개 안 되는 홍보 영상 검수 못해 뒷말…몇만 개 자동차 부품 검수 철저할지 의문”
사소한 홍보 영상 ‘검수 부실’로 그치지 않고 ‘자동차 부품 검수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 르노코리아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재기하기 위해 4년 만에 신차를 선보였지만 뜻하지 않은 대형 악재를 만나 ‘1조5000억 프로젝트’가 휘청거리고 있다. 사진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 © 사진출처=르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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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재기하기 위해 4년 만에 신차를 선보였지만 뜻하지 않은 대형 악재를 만나 ‘1조5000억 프로젝트’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6월 29일 르노코리아 유튜브 채널 ‘르노 인사이드’가 신차를 포함 르노의 홍보를 위해 만든 영상에 등장한 여직원이 ‘집게 손가락’ 제스처를 하면서 ‘남혐’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는 해당 영상을 둘러싸고 온라인에서 논란이 커져가자 즉각 사과문을 발표하고 조사에 착수해 해당 직원의 직무를 금지했지만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르노코리아 불매운동’을 외치고 있고, 실제로 영업 일선에서는 사전계약 취소 사태가 속출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프랑스 르노 본사를 향한 항의도 줄을 이었다.
르노코리아가 1조5000억 원이나 투입한 ‘오로라 프로젝트’의 하나인 신차 홍보 채널 영상을 제대로 검수하지 못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르노코리아의 해명과 사과, 해당 직원 직무금지 조치 과정에서 르노코리아의 내부 프로세스나 관리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노출했고, 이는 내부적으로 개선이 필요함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홍보 영상을 제작할 때는 저작권, 초상권, 상표권 등 법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은 필수이고 사회적·문화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없는지도 점검하는 ‘검수 절차’를 거친다. 르노코리아의 검수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사회적·문화적으로 민감한 ‘집게 손가락’ 영상은 명확히 걸러졌어야 한다.
통상 르노자동차 공식 홍보 채널에 노출된 콘텐츠의 경우 한국 법인인 르노코리아는 물론 프랑스 본사의 검수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남성 혐오’ 논란을 빚은 ‘르노 인사이드’ 홍보 영상 게시 과정에서는 전사 차원 ‘검수 매뉴얼’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전문 매체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르노 인사이드’에 게시된 영상은 임직원이 직접 제작해서 올리는 방식이라서 전사 차원의 검토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게시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 르노코리아 유튜브 채널인 ‘르노 인사이드’의 경우 임직원이 비교적 자유롭게 영상을 제작해 빠르게 변화하는 온라인 문화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이번 영상의 경우에도 별도의 ‘검수 매뉴얼’을 거치지 않고 임직원이 자유롭게 만들어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대형 프로젝트에 ‘얼룩’을 남겼다.
한 홍보 전문가는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저작권, 광고 규제 등 법적 검토하기 위해 홍보 영상 검수는 필수”라면서 “회사의 미래가 걸린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공식 홍보 채널에 노출된 콘텐츠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이며 기업의 신뢰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번 파문이 사소한 홍보 영상 ‘검수 부실’로 그치지 않고 ‘자동차 부품 검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보통 자동차 한 대에는 약 30,000개의 부품이 들어간다”면서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전장 부품, 조명, 시트, 내장재 등 자동차를 구성하는 모든 부품의 검수 절차는 품질관리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제조업체는 입고에서 최종 승인까지 30,000개의 부품 검사가 완료되면 최종 승인하여 해당 부품을 창고에 입고하거나 생산 라인에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그만큼 자동차의 안전은 중요하고 작은 실수 하나가 소비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면서 “이번 르노코리아 홍보 영상 논란을 계기로 이 회사의 ‘자동차 부품 검수’ 과정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김주현(45)씨는 “10년 타던 차를 바꾸기 위해 최근 제조사들이 발표하는 신차의 스펙과 회사의 신뢰도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면서 “몇 개 안 되는 홍보 영상 검수조차 못해 논란을 부른 르노가 몇만 개나 들어간다는 자동차 부속품 검수 절차를 제대로 해낼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씨는 또한 “신차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 출시를 앞두고 관심이 갔지만 이 회사가 신차의 결함은 없는지, 불량 부품은 없는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수 테스트를 철저히 거쳤을지 의심이 간다”면서 “솔직히 말해 르노의 이번 대처를 보면서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동차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는 르노코리아가 이번 논란을 대처한 과정에 대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의구심이 든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어 그 불똥이 신차의 판매량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르노코리아는 얼마 전 ‘2024 부산 모빌리티 쇼’를 통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를 공개한 바 있다.
4년 만에 이뤄진 르노코리아의 신차 발표는 하이브리드 신차 개발 사업인 ‘오로라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르노코리아는 ‘오로라 1·2 프로젝트’에 7000억 원을 투자하고, 차세대 전기차 모델 개발이 확정될 경우 오는 2027년까지 1조5000억 원을 투입해 신차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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