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지방 간 집값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두 달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방은 6개월 연속 하락세다. 서울은 주요 지역과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회복하면서 아파트 10채 중 6채는 전고점 대비 80% 이상 회복된 가격에 매매 거래가 됐다. 또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반면 지방에서는 매물 적체 현상은 여전하고, 거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듯 올해 상반기 아파트 무순위 청약시장은 분양가와 입지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했다.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단지에는 수십 만 명이 몰렸지만, 경쟁력이 낮은 곳에서는 ‘n차’ 무순위 청약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집값 두 달 연속 상승···지방 6개월 내리 하락···양극화 갈수록 ‘뚜렷’
신축 귀한 광진구 청약 약 500:1 경쟁률···인기 높은 단지 상당수 서울 위치
비수도권 1:1도 안 되는 단지 수두룩…‘지금 보니 싸네’···뒤늦은 완판 사례도
‘로또급’ 무순위 청약 시세차익 단지만 구름떼···분양가 상승에 청약 지지부진
시세차익 확실한 단지만 수요 몰려···경쟁력 떨어지는 곳은 ‘n차’ 무순위 청약
▲ 6월 21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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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은 두 달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방은 집값 약세가 지속하면서 6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등) 매매가격은 한 달 전보다 0.02% 내렸다. 전월(-0.05%) 대비 하락 폭이 줄었다.
서울 집값만 오르는 이유
지난 5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4월보다 0.14% 오르며 상승 폭을 키웠다. 서울 개별지역은 송파구(0.28%)가 잠실·신천·문정동 등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폭이 적었던 단지 위주로, 서초구(0.24%)는 반포·잠원동 등 선호 대단지 위주로, 강남구(0.23%)는 압구정·역삼·대치동 위주로, 영등포구(0.22%)는 당산·여의도 구축 위주로 상승하는 등 강남지역 상승세가 지속됐다.
강북지역은 성동구(0.53%)가 금호·옥수·행당동 위주로, 용산구(0.30%)가 한강로·이촌동 등 주요 관심단지 위주로, 마포구(0.24%)는 용강·아현·신정·대흥동 등 선호단지 위주로, 중구(0.16%)는 황학·신당동 위주로 상승하며 상승 폭이 확대됐다.
반면 지방 집값은 0.06% 떨어지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신축·역세권 등 선호 단지 중심으로 갱신 계약을 맺는 사례가 늘면서 매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대기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인근 구축 아파트에서도 저가 매물이 소진되면서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부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집값 폭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주택 매매가격은 올해 연간 서울이 1.8%, 수도권은 0.9% 상승할 것으로 봤지만, 지방은 2.7%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지방에서도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은 지방광역시 내 아파트는 오는 9∼10월께 강보합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주산연의 설명이다.
특히 서울 및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가 주택 공급 부족 상황과 맞물려 2025~2026년 집값 폭등세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착공 물량이 35만 가구로 작년(24만2000가구)보다 늘었지만, 예년 평균(약 52만 가구)에 비하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게 주산연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지방 부동산의 양극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지방은 소득 격차뿐 아니라 자본 이득의 차이까지 벌어지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기준금리와 정부 정책 등 집값을 결정하는 다양한 외부 요인들이 더해져 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와 선호도가 높은 지역인 수도권 집값은 유지되거나 오르고, 지방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 간 양극화 문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서울 뜨거운데 비수도권 ‘썰렁’
건설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입지와 가격 경쟁력 등을 갖춘 단지에 청약 수요가 몰리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강남권 단지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반면 비인기 지역은 모집 세대 수보다 신청이 적은 단지도 나오고 있다. 분양가 상승으로 청약시장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6월 23일 부동산 분석업체 ‘부동산인포’ 분석에 따르면 올 1~5월 청약에 나선 26만5934명 가운데 61.7%는 청약경쟁률 상위 10% 단지에 청약했다. 55.4%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6.4%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이는 상대적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는 단지의 비중도 높아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청약한 250개 단지 가운데 미달(경쟁률 1:1 미만)을 기록한 단지는 84곳으로 33.6%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120개 단지 중 42.5%에 달하는 51곳이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는 6월 11일 실시된 1순위 청약에서 45가구 모집에 2만2235명이 청약통장을 던져 49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광진구는 신축 아파트가 귀한 데다 소규모 단지임에도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가 흥행 성공을 이끌었다. 규제지역이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1순위 청약에 3만6000여 명이 몰려 경쟁률 442.32대 1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서대문구 영천동 경희궁유보라(124.37대 1), 강동구 둔촌동 더샵둔촌포레(93.06대 1), 전주 완산구 서신동 서신더샵비발디(55.59대 1), 충남 아산시 탕정면 더샵탕정인피니티시티(52.58대 1) 등도 경쟁률이 높은 축에 속했다.
반면 경기 평택시 현덕면에 들어서는 ‘신영지웰 평택화양’은 992가구 분양에 21가구만 청약해 0.02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평택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조성,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일자리·교통 측면에서 모두 호재가 있음에도 최근 공급된 단지들이 흥행 참패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남 김해시 구산동 ‘김해 구산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683가구 모집에 487명이 신청해 0.71대 1로 미달했다. 부산 동래구 명륜동 ‘동래사적공원 대광로제비앙’, 대전 중구 태평동 라 테라스 PH42 등도 경쟁률이 1을 넘기지 못했다.
한편 분양가가 연일 오르다 보니 분양 당시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향후 나올 단지보다는 싸다고 판단돼 뒤늦게 완판 행렬에 동참한 단지들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11월 의정부 금오동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금오 더퍼스트’는 최근 100% 계약이 완료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해 말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에 공급한 ‘매교역 팰루시드’도 초기 계약률이 저조했지만 지난 4월 정당계약 두 달 만에 남은 물량이 모두 소진된 바 있다.
▲ 올해 상반기 아파트 무순위 청약시장에서는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단지에는 수십만 명이 몰렸지만, 경쟁력이 낮은 곳에서는 ‘n차’ 무순위 청약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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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급’ 청약 단지에만 구름떼
올해 상반기 아파트 무순위 청약시장은 분양가와 입지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했다.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단지에는 수십만 명이 몰렸지만, 경쟁력이 낮은 곳에서는 ‘n차’ 무순위 청약이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은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지만 청약시장은 미분양 주택 증가와 분양가 상승 등으로 여전히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6월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4월 기준)은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997가구로 지난해 4월(7만1365가구) 이후 1년 만에 7만 가구를 넘어섰다.
집이 다 지어졌는데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은 1만2968가구로 6.3% 증가했다.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증가세다.
분양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최근 1년간(5월 말 기준) 전국에서 신규로 분양된 민간아파트 1㎡당 평균 분양가는 557만4000원으로, 전년 동월(489만 원) 대비 13.98% 상승했다.
서울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도 1㎡당 평균 1170만6000원으로 전년 동월(941만4000원)과 비교해 24.35%나 올랐다.
시장에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분양가 상승으로 구축 아파트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시세 차익이 확실한 곳에만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월 실시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3가구의 무순위 청약에는 101만3456명의 청약자가 몰리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전용면적 59㎡ 1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는 50만 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리면서 청약홈에 일시적인 접속 장애까지 발생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최대 10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가능해 수요자가 대거 몰렸다.
지난 6월 19일 실시된 경기 성남 중원구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전용 84㎡ 1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도 19만8007명이 신청했다.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은 2019년 당시 분양가(5억9518억 원) 그대로 청약을 접수하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 등이 대거 몰렸다.
지난해 12월 그랑메종 4단지 전용 84㎡는 9억3000만 원에 거래됐고, 올해 들어서는 해당 평형의 거래가 없지만 지난 5월24일 1단지의 전용 74㎡도 9억3500만 원에 거래됐다. 안전마진이 최소 3억 원인 셈이다.
반면, 가격과 입지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단지에서는 10회차가 넘는 무순위 청약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 ‘화곡 더리브 스카이’ 주상복합 아파트는 지난해 1월 첫 무순위 청약을 시작했지만,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지 못해 17차례나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6월 18일 7차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이 단지는 전용 84㎡가 12~13억 원대에 분양하면서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졌고, 물량 해소에 실패하면서 ‘n차’ 무순위 청약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분양시장에서는 무순위 청약이 과열되면서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가 몰려 정작 내 집 마련이 필요한 무주택 실수요자의 기회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일반 청약과 달리 별다른 자격조건 없이 청약할 수 있어 분양가나 입지가 좋은 단지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만큼 과열 방지와 청약시장 왜곡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KB경영연구소 정종훈 책임연구원은 “무순위 청약은 일반 청약에 비해 완화된 자격 기준이 적용되면서 공급 세대 수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청약자가 몰린다”며 “실수요자를 위해 거주 자격, 보유 주택수 등 최소한의 자격 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회차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는 단지의 경우에는 자격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