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목수 ‘재필’ 역···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얼굴로 터프+코믹 연기
꽁지 머리에 허연 배 드러낸 채 열연···“미친 거 아냐 소리 저절로 나왔다”
▲ 배우 이성민은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에서 이전에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하고 나타나 관객을 당황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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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소리 그만 듣고 싶었다.”
배우 이성민(56)이 말한 회장님은 2022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을 얘기하는 것이지만, 그 말엔 그가 최근 연기한 캐릭터의 무게감이 담겨 있는 것 같다. 2020년 영화 <남산의 부장들>과 <형사록> 그리고 2023년 영화 <서울의 봄> 등에서 이성민은 진중하고 묵직하고 심각했다.
물론 이 작품들에서 보여준 모습 덕분에 그의 이름 앞에는 연기력을 상찬하는 온갖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이성민은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관객에게 매번 색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그 얼굴로 다시 사랑받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게 6월 26일 공개된 영화 <핸섬가이즈>였다.
“이미지에 관한 고민은 전혀 없다. 다만 대중에게 특정 캐릭터가 강하게 각인된다는 건 그 캐릭터가 사랑 받는다는 것 아닌가. 또 다른 캐릭터로도 사랑받고 싶다 그게 이 영화였으면 하고, 이 작품에서 연기한 ‘재필’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 바람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성민은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에서 이전에 그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하고 나타나 관객을 당황하게 한다.
“우린 모두 미생이야~”라고 말하던 오 과장의 인간미 넘치던 얼굴도, “임자 옆엔 내가 있잖아”라고 말하던 박통의 겁박하는 듯한 얼굴도, “밥알이 몇 개고?”라고 하던 진 회장의 카리스마 가득한 얼굴도 없다. 시커멓게 탄 얼굴에 꽁지 머리, 우스꽝스러운 옷을 걸쳐 입고 얼굴을 구기며 “나는 터프한 미남 스타일”이라고 흰소리를 하는 정체불명의 남자만 있다. 경찰의 불심검문을 당해 허연 배를 드러내고 손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모든 걸 내려놓은 연기라는 게 실감이 된다.
“당연히 지금껏 해온 것과 다른 결의 연기를 해보고 싶은 충동이 있었다. 게다가 이렇게 모든 걸 내던지는 듯한 인물을 만나면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서 좋다. 배우들은 다들 이런 자유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이 영화 예고편 나가고 나서 동료 배우들에게 연락이 많이 왔다. 나도 이런 영화를 하고 싶다고.”
재필과 상구는 착하고 순수하고 열정 있는 목수다. 열심히 일하고 착실히 돈을 모아 시골 마을에 집을 하나 사서 이사 오게 된다. 문제는 이들이 무서워도 너무 무섭게 생겼다는 것.
<핸섬가이즈>는 이 두 남자가 근처에 놀러 온 젊은이들과 묘한 인연으로 엮이게 되고 이들의 죽음에 우연찮게 얽혀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성민은 “코미디 영화이니까 웃기는 게 제일 중요했다”며 “다만 찍는 사람들끼리 웃는 게 아니라 관객까지 웃게 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아마 배우들은 다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현장에선 분명 너무 웃겼는데 관객은 냉소를 보낼 때 말이다. 나는 그걸 알고 있니까 정말 다양한 버전의 연기를 했다. 뭐가 통할지 모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고 결정하는 건 감독의 몫이다. 감독님이 최종 결정을 참 잘한 것 같다. 몇몇 장면은 내가 봐도 ‘미친 거 아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 걸 골랐더라.(웃음)”
그에게 ‘코미디 연기가 도전이었느냐’고 물었더니 “모든 연기는 도전”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성민의 연기는 이번에도 역시나 빼어나다. 그런데 <핸섬가이즈>에서 더 볼 만한 건 이성민을 중심으로 한 배우들의 앙상블이다. 특히 상구를 연기한 이희준과 호흡은 극 중 오랜 기간 함께 일을 해온 재필과 상구처럼 탁탁 들어맞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두 배우는 <남산의 부장들>에서 함께 연기한 적이 있고, 앞서 영화·드라마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 함께 극단 생활을 하며 무대에서 합을 맞춘 적이 있다.
“우린 서로 너무 잘 안다. 나는 그 친구가 어떻게 인물을 만들어 가는지,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고 있다. 서로 선을 넘지 않고 각자 포지션을 지키면서 연기하는 것에 훈련이 잘돼 있어서 이번에도 역시 호흡이 좋았다. 우리가 함께 연극할 때 웃기는 연기도 많이 해봤다. 그래서 아마 더 좋은 앙상블이 나왔을 것이다.”
두 배우의 열연과 남동협 감독의 꼼꼼한 각본 그리고 눈치 보지 않고 내지르는 연출이 더해지면서 <핸섬가이즈>는 러닝 타임 101분간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며 웃기는 데 성공한다. 근래 보기 드물게 완성도가 높은 코미디 영화이고, 웃음 타율 역시 이례적으로 높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성민은 이번 영화를 두고 “너무 마음에 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홍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가 한동안 나의 대표작이 됐으면 한다. 회장님이 아니라 전기톱을 든 살인마로 불리고 싶다.(웃음) 솔직히 흥행이 잘 됐으면 좋겠다.”
이성민은 민망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며 이렇게 털어놓으면서도 다시 자신감 있게 몇 마디를 덧붙였다.
“시간 순삭은 확실하다. 무조건이다. 극장 나설 때 절대 짜증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유쾌하게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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