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 보호출산제 시행…미혼모·아이 구제 가능한가?

가명으로 아이 낳을 수 있다지만…‘그림자 아이’ 줄어들까?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4/06/28 [15:02]

7월 19일 보호출산제 시행…미혼모·아이 구제 가능한가?

가명으로 아이 낳을 수 있다지만…‘그림자 아이’ 줄어들까?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4/06/28 [15:02]

지난해 6월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사체 2구가 발견되는 등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아이의 엄마는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딸과 아들을 병원에서 출산한 뒤 집 또는 병원 근처 골목에서 살해한 후 아기들의 시신을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했다.

 

재판부는 지난 6월 19일 진행된 항소심에서 30대 친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등을 계기로 추진된 출생통보제(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와 보호출산제(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 시행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의 유기·학대를 예방하고 태어난 모든 아이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이 법안들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7월 19일부터 ‘가명 출산’ 가능···법 시행으로 119 상황일지도 ‘출생증명’ 효력

의료기관이 직접 출생 정보 지자체 통보···부모가 출생신고 않아도 등록 가능

 

의료기관 밖 출산 시 119 상황일지 인정···출산 사실 숨기려면 ‘보호출산’ 선택

장애아 ‘합법적 유기’ 통로 우려···출산 후 한 달 이내 보호출산 선택할 수 있어

 

▲ 영아 2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수년간 냉장고에 보관해 온 혐의로 구속된 친모 고모씨가 2023년 6월 30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7월 19일부터 시행된다. 출생통보제는 아동이 태어나면 의료기관이 직접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아동의 기본적인 정보를 관리해 출생신고 누락으로 ‘유령 아이‘가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부모는 법적으로 1개월 이내 출생신고를 해야 하지만, 신고하지 않아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며 과태료도 5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지자체가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의료기관은 진료기록부 등에 출생 정보를 기록하고 출생일로부터 14일 이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게 된다. 이를 받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자체에 통보하게 된다. 이후 지자체는 출생신고 기간인 1개월이 지나도록 아이의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친부모에게 통보 후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로 인해 출생신고 되지 않은 ‘그림자 아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병원에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는 2236명으로 집계됐다. 이어 복지부가 지난해 6~12월 태어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45명의 소재를 파악한 결과 6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정부는 의료기관 밖의 장소에서 출산한 경우 현행법상 출생신고가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 119 구조·구급활동 상황일지를 출생증명서로 인정하기로 했다. 출생신고 시 제출하는 출생증명서 대체 서면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유미숙 (사단법인)한국 미혼모 지원 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이전에는 119 상황일지가 출산 조력자의 증명서 개념이었지만 7월 19일부터는 병원 출생증명서와 같은 효력이 생기게 된다”면서 “조산 등으로 병원 밖 출산을 하게 될 경우 119를 부르면 구조일지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119 상황일지도 ‘출생증명’ 효력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 10대 청소년과 미혼모, 성폭력 피해자 등 위기 임산부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출산제’ 시행도 목전에 뒀다.

 

경제적·신체적·심리적 이유 등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임산부가 불가피한 경우 자신을 밝히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해 산모와 아동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이다.

 

임신과 출산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임산부들은 익명으로 지역상담 기관에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정부는 전국 16개 시도에 상담 인력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사들은 임산부가 직접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각종 사회보장급여 및 지원 사항 등을 먼저 안내하게 된다. 임산부는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입소, 산후조리 도우미 이용 등 필요한 지원도 모두 연계 받을 수 있다.

 

상담을 거쳤음에도 임산부가 보호출산을 선택하면 가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전산관리번호가 생성된다. 임산부는 가명과 관리번호를 사용해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할 수 있다.

 

아이가 보호출산으로 태어나면 임산부는 최소 7일 동안 아동을 직접 양육하기 위한 숙려기간을 가진 후 지자체에 아동 인도 요청을 할 수 있다. 아동을 인도 받은 지자체장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입양 등 보호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아동이 ‘입양특례법‘상 입양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보호출산을 철회할 수 있다.

 

임산부가 아동을 출생한 후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보호출산을 희망하는 경우 출산일로부터 1개월 안에 지역상담 기관에 신청해야 한다. 보호 출산을 선택할 경우 지역상담 기관은 친부모의 인적 사항, 보호출산을 선택하기까지 상담 내용이 포함된 출생증서를 작성하고, 지자체는 여기에 아동의 성명을 추가로 기재해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이관하게 된다.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이는 성인이 된 후에 법정 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서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이때 친모가 동의하면 서류가 공개되지만, 친부모 동의 여부가 확인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으면 출생증서는 공개하되 인적 사항은 제외된다.

 

하지만 보호출산제 시행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크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익명출산제 도입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보호출산제에 앞서 여성의 임신 유지 및 종결에 관한 자기 결정권부터 보장하고 임신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보호출산제는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임산부가 불가피한 경우 자신을 밝히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해 산모와 아동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이다. 

 

장애아 ‘합법적 유기’ 통로 우려

 

# “저는 선천성 심장 기형이며 지금도 그렇지만 제가 태어날 무렵에는 돈이 많이 드는 질병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병원에 갈 때마다 ‘내가 심장병이 없었으면 부모님이랑 살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보호출산제는 장애아동들 그리고 미숙아를 합법적으로 유기하는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할 것입니다. 병원검진을 통해 확인된 장애아동의 경우에는 출산 전 보호출산으로 갈 것입니다.”

 

지난 5월 22일 국회에서 ‘보호출산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개최된 토론회에서 자립 청소년 홍진수씨는 이같이 말했다. 홍씨는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미등록 신생아 상태로 유기됐다고 한다.

 

이처럼 유령 아동을 방지하고 위기 임산부를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된 보호출산제를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보호출산이 ‘어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장애아를 합법적으로 유기할 수 있는 통로를 정부가 만들어줬다는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발생 9일 만인 지난해 6월 30일 출생통보제가 국회 문턱을 넘은 것과 달리, 보호출산제는 진통 끝에 지난해 10월 6일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간이 흘러 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찬반 여론이 갈리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제14조’가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해당 규정은 “위기 임산부가 아동을 출산한 후 출생신고를 마치지 아니하고 비식별화 및 아동의 보호조치를 희망하는 경우 출산일로부터 1개월 내 지역상담 기관에 신청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보호출산을 신청하지 않고 출산했더라도 1개월 내 지역상담 기관에 아동 보호 신청을 하면 보호출산과 동일한 절차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보호출산법 14조에 따라 장애아 양육의 어려움을 이유로 합법적으로 유기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즉 장애아를 출산한 경우 손쉽게 양육 포기를 결정하는 데 있어 보호출산제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지난해 ‘그림자 아이’의 실태를 감사원에 제보한 프로젝트팀 ‘사회적 부모’의 이다정 간호사는 “(법 제정의 계기가 된)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의 엄마는 결혼하고 출산해 키우는 자녀가 있기 때문에 익명 출산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다”며 “정부가 앞서 출생통보제를 시행했다면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익명 출산을 통해서라도 (아이를) 보호하겠다는 생각으로 보호출산제를 만들었겠지만, 문제는 미숙아나 장애아동의 경우 14조에 의해 한 달 이내 포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아 등을 키울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를 만드는 게 중요한 데 이와 별개로 보호출산제는 어른들이 양육할지, 안할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한다. 이 법은 어른들의 복지 권리로 작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미숙 사무국장은 “산전 검사를 하면 장애 여부를 알 수 있다. 이전 상담했던 분의 아이가 청각 신경이 없이 태어났는데 본인이 키우지 않고 시설에 맡겼다”면서 “장애아라도 부모가 키울 환경이 조성돼 있다면 시설로 보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원 밖 출산 상담만 25건 정도 진행했지만, 대부분 조산 등 위급 상황이었고 나 홀로 출산한 사람은 정말 극소수”라며 “그들 또한 ‘익명’ 출산을 의도해 병원 밖 출산을 한 게 아니다”고도 했다.

 

자칫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 알려지는 게 두려워 병원 밖 출산을 택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라는 의미다. 출생통보제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익명 출산을 전제로 한 보호출산제는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본 것이다.

 

외국인 아동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 미혼 임산부는 보호출산을 신청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부모 중 한 명이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 임산부가 혼자 아이를 낳을 경우 ‘출생통보제’도 쉽지 않다.

 

보호출산제를 우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취약한 임산부를 충분히 지원하고 보호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미혼모 등 취약 임산부에 대한 지원이 미약하다”며 “위기 임산부가 상담 기관에 쉽게, 빨리 찾아올 수 있도록 하되 상담의 궁극적 목적을 원가적 양육 지원에 두고 충분한 양육 상담을 해줄 수 있도록 관련 지원체계를 충실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다정 간호사는 “보호출산제는 아동이 배제됐다.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이자 권리의 주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아이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곧 어른이 될 사람인데 (보호출산제로) 어른들끼리 아이 인생을 뒤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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