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구조조정 ‘속도’…건설업 위기설 잠재우려나?

23조 PF ‘옥석 가리기’…살생부 건설사·금융사 운명은?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4/05/24 [15:24]

부동산 PF 구조조정 ‘속도’…건설업 위기설 잠재우려나?

23조 PF ‘옥석 가리기’…살생부 건설사·금융사 운명은?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4/05/24 [15:24]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매달 고개를 드는 건설업 위기설이 사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PF 사업장에 대한 평가 기준을 개편하고, 최대 23조 원 규모의 부실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PF 사업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 추진되면서 건설업계에서는 줄도산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업성이 입증된 부동산 PF 사업장에는 금융 지원을 하고, 부실 사업장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정리할 방침이다. 금융·건설 업계를 중심으로 총선 이후 부동산 PF 사업장의 연쇄 부실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PF發 건설업 위기설 파다···당국, PF 부실 사업장 구조조정 작업 본격화

구체적 기준 제시에 불안·우려 해소 도움···수요 진작 위한 추가 대책 필요

 

최대 7조 PF 사업장 경공매 초읽기···제2 금융권 어떤 사업장 퇴출당할까?

전체 사업장 중 퇴출 대상 2~3%···잦은 만기 연장·경공매 유찰 사업장 대상

 

▲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 재건축 현장 모습.   

 

정부는 지난 4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 구조조정 리츠(CR리츠)를 10년 만에 재도입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건설사가 보유한 토지를 3조 원 규모로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이 담긴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월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관계기관 합동으로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현행 PF 사업장 사업성 평가 등급을 양호, 보통, 악화 우려 등 현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고, 사업성이 가장 낮은 4단계 사업장에 대해 경매와 공매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유의, 부실 우려 등급 판정을 받은 사업성 부족 사업장에 대해 적극적인 사후 관리를 유도할 방침이다. 유의 등급 사업장은 재구조화와 자율매각을 추진하고,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려운 부실 우려 판정 사업장은 상각이나 경·공매를 통한 매각을 추진한다.

 

금감원은 오는 7월부터 평가와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한다. 이번 평가 대상에는 기존 부동산 PF 대출 이외에도 위험 특성이 유사한 토지담보대출과 채무보증 약정이 추가됐고, 새마을금고도 평가기관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번 PF 사업성 평가 대상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30조 원으로 늘었다. 정부 당국이 그간 관리해온 PF 대출 잔액 규모 135조6000억 원보다 100조 원 가까이 증가한다.

 

정부 차원에서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돼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이 해소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사를 무분별하게 지원하다가는 부실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우량사업장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해 부실한 PF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에 나서겠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건설업 안정화를 위해서는 주택 수요 진작을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PF 부실 사업장으로 인한 피해가 금융사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사업성과 시장 상황을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건설업계에 자금이 돌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금리 인하 등 추가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유동성 위기는 PF 대출을 주선했던 금융권으로 번진다”며 “무주택자의 경우 취득세와 양도세를 감면해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을 하도록 지원하고, 건설사들도 스스로 분양가를 낮추는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한 관람객이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뉴시스> 

 

2금융권 퇴출 사업장 어디?

 

금융당국이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올해 안에 ‘부실 우려’ 등급으로 분류된 사업장이 본격적으로 퇴출된다. 평가 대상 전체 사업장(230조 원) 중 ‘부실 우려’ 등급으로 평가돼 퇴출되는 곳은 약 4~7조 원 규모에 달한다. 특히 이들 사업장 대부분이 제2 금융권 대출을 보유한 만큼, 향후 제2 금융권에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5월 13일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방안’을 담은 ‘부동산 PF 연착륙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해 부실 사업장을 효과적으로 솎아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사업성이 일부 부족한 PF 사업장에는 금융지원(공동대출)을 하는 한편,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사업장은 상각 처리 및 경·공매로 신속하게 정리하는 게 핵심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사업성 평가 대상에 속하는 사업장은 약 230조 원 규모에 이른다.

 

기존에는 착공 이전 토지매입·인허가, 시공사 보증 등 초기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브릿지론, 시공 단계의 자금을 대출받는 본PF 등만 사업성 평가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 따라 당국은 토지담보대출(토담대), 채무보증, 새마을금고도 사업성 평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사업성 평가등급도 ‘양호-보통-악화 우려’ 3단계에서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의 4단계로 강화했다.

 

금융당국은 평가 대상인 230조 원 규모 사업장 중에서 90~95%가 정상 사업장이고, 5~10%는 ‘유의’나 ‘부실 우려’ 사업장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 중 약 2~3%는 만기 연장이 어려워 상각 처리를 하거나 경·공매를 해야 하는 ‘부실 우려’ 사업장인 것으로 파악했다. 전체 230조 원 중 약 4~7조 원이 ‘부실 우려’ 사업장인 셈이다.

 

‘부실 우려’ 등급은 ▲여신 만기 4회 연장 또는 연체이자 납부 없이 만기 연장 ▲경공매 3회 이상 유찰 또는 대출 연체 중인 경우다.

 

브릿지론 단계에서는 ▲토지매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초 대출 만기 도래 후 6개월이 지난 경우 ▲최초 대출 만기 도래한 후 12개월이 경과했는데도 인허가를 받지 못했거나 인허가 완료 후 18개월이 지났는데도 본PF로 전환되지 않은 경우 ▲수익구조가 매우 악화된 경우 등이다.

 

본 PF 단계에서는 ▲공정률이 계획 대비 매우 부진한 경우 ▲분양 개시 이후 18개월이 경과했는데도 분양률이 50% 미만이거나 준공 예정일 이후 18개월이 지났는데도 매도가 되지 않은 경우 ▲수익구조가 매우 악화된 경우다.

 

문제는 이러한 ‘부실 우려’ 등급의 사업장은 대체로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이 여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금융당국이 상각과 경·공매를 통해 ‘부실 우려’ 사업장을 솎아내면 제2 금융권은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현행법상 금융당국은 금융사에 부실채권을 상각하도록 명령할 수 있어 최하위(부실 우려) 등급을 받은 사업장은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다. 금융사가 보유 중인 PF 사업장 채권을 상각하면 대출금은 모두 손실 처리해야 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번 ‘옥석 가리기’로 인한 제2 금융권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제2 금융권이 이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손실 흡수 역량을 확충해 왔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사업성을 평가할 때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등 융통성을 가질 것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경직된 옥석 가리기는 하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로 인한 제2 금융권의 부실화 가능성은 없다”며 “금감원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응해 감독기준 이상으로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도록 지도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어 “이번 대책으로 사업성 평가 기준이 변화되고 그로 인해 충당금 적립 규모가 증가하더라도 감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5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

 

이렇듯 금융당국이 PF 사업장에 대한 평가 기준을 세분화하기로 하면서 전국에 30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PF 사업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건설 업계를 중심으로 총선 이후 부동산 PF 사업장의 연쇄 부실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돼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이 해소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사들을 무분별하게 지원하다가는 부실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우량사업장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해 부실한 PF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 나서겠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PF 부실의 과도한 누적과 이연은 정상 사업장까지 자금 경색을 초래할 수 있고 착공이 지연되면 2~3년 후 국민 주거 문제인 부동산 공급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 더 질서 있고 속도 있는 연착륙을 추진하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떨고 있나?

 

정부가 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저축은행 업계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향후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고 부실 사업장 경·공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손실 규모가 불어나고, 유동성 위기를 맞는 지방 중소형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5월 14일 나이스 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부동산 PF 예상손실은 증권 3조1000억~4조 원, 캐피탈 2조4000억~5조 원, 저축은행 2조6000억~4조8000억 원 등 규모로 추정된다. 기적립된 대손충당금을 제외한 추가 적립 필요 충당금 규모는 증권 1조1000억~1조9000억 원, 캐피탈 9000억~3조5000억 원, 저축은행 1조~3조3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수익성과 건전성 하방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업권별 자기자본 대비 추가 적립 필요 충당금은 저축은행이 6.8~22.4%로 가장 높다. 증권은 1.4~2.4%, 캐피탈은 2.8~11.1% 수준이다.

 

이예리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이번 정책에 따른 부동산PF 재구조화와 정리로 인해 2금융권이 보유한 상당수 사업장에서 관련 손실 인식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관련 손실 규모에 대응한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본 확충 등이 요구되며, 회사 자체 여력이 부족한 경우 계열로부터의 유상증자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 5633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투자, OK, 대신, 키움예스, 애큐온, 페퍼, 동양 등 저축은행은 64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증권은 3조1862억 원, 캐피탈은 3조1548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각각 시현했다.

 

동영호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일부 회사의 경우 고위험 부동산PF 비중이 높아 손실 인식 규모가 손실대응능력 대비 크거나, 계열로부터의 지원가능성이 낮아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이 경우 미국 JP모건체이스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인수 사례처럼 우량 금융기업과의 M&A를 통해 일부의 부실이 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고, 원활한 연착륙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2금융권은 PF 관련 손실을 줄이기 위한 업권별 자체 펀드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체 펀드만으로는 버티는 데 한계가 있어 추가 충당금 부담을 덜기 위한 대규모 경·공매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는 대출 원금보다 과도하게 낮은 가격으로 사업장을 매각하고 후순위권자로 손실이 커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130원으로 평가되는 담보를 100원에 대출했고 충당금을 쌓아 장부가를 70원으로 낮췄다”며 “70원에 팔아도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파는 것인데 시장에선 더 낮게 50원 이하에 사려고 기다리는 게 많다”고 설명하면서 업계의 고충을 호소해 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부실 리스크가 있는 사업장을 서둘러 털고 가자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것을 기다려왔다”며 “추가 충당금과 경공매 등 앞으로 부담이 커지면서 지방 중소형사 위주로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개발협회 “공급 생태계 붕괴”

 

하지만 부동산 개발 업계에서는 최근 금융당국에서 내놓은 ‘부동산 PF 정상화 대책’에 대해 “시장과 현장을 도외시한 정책”이라는 혹평을 내놨다. 공급자를 정리하기 전에 수요 회복 정책이 우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5월 16일 오후 사업성 평가기준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실제 사업장 사례를 기반으로 평가기준의 합리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공급 생태계 붕괴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 개의 사업장 정리는 단순히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정상적인 타 사업장까지도 연쇄적으로 쓰러질 수 있음을 간과한 정책”이라며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좁은 시각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 모인 개발업계 관계자들은 부동산 공급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기 위해 보완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정책으로는 ‘연대보증 단절책’을 꼽았다. 정상적인 사업장은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사업 종료 후 그 수익을 통해 회수하는 등의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요인의 합리적 조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림자 규제로 인한 인허가 지연, 건축물 유형에 따른 분양 수요의 상이함, 지역별로 다른 시장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평가는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정책보완과 평가과정에 사업주체인 시행사도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PF는 시행사-시공사-금융기관의 이해관계로 상호 간 계약에 의해 진행되는 신뢰 기반의 사업임에도 본질적 특성이 반영되지 못하고 시행사가 정책에서 배제됐다는 설명이다.

 

김승배 부동산개발협회장은 “2022년 상반기부터 금리 및 공사비 상승, 자금조달의 어려움 속에서도 개발업계가 여기까지 버텨온 것은 연관산업 업체와 직원들의 생계를 위해서였다”며 “이들이 쓰러지면 민생의 한 축이 무너지고 공급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도심 내 전월세 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비아파트 주거 공급이 단절되고 여러 생활기반시설 또한 공급이 멈춘다”며 “다주택 세제 완화 등 시장 회복 정책은 해보지 않고 공급자부터 정리하겠다는 것이 시장경제 논리상 맞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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