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7년 만의 첫 솔로…아프로 팝·힙합 알앤비 기반···타이틀곡 박재범 피처링
“성인이 즐기는 K팝 쪽으로 잘하고 있다 생각···한국도 미국도 팬 연령 다양”
“13년간의 연습생·아티스트 생활이 이 순간을 위한 것 아닐까?“
혼성그룹 카드(KARD) 멤버 비엠(31·BM)이 첫 솔로 EP를 발표하며 한껏 들떴다. 팀 활동과 병행하며 솔로 작업물을 내기 시작한 지 3년이 되는 때다. 더 큰 결과물을 내기 위해 유수의 작가진을 모았고, 세상에 내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첫 EP <엘리먼트(Element)>에는 래퍼 드레이크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프란시스갓히트(FrancisGotHeat)를 비롯해 그래미상 3관왕에 빛나는 데이비드 영인 김(David Yungin Kim), 가수 박재범 등이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비엠은 전곡 작사·작곡·편곡에 참여한 것은 물론 믹싱과 마스터까지 소화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준비돼있는 느낌이다. 부담감과 긴장감이 전혀 없다. ‘이제 때가 왔구나. 제대로 보여주기만 하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겠다’ 싶다. 돈과 명예를 떠나서 듣는 사람들이 ‘비엠 같은 존재도 있네? 비엠의 색깔이 있네?’라고 느꼈으면 좋겠다. 나를 찾을 이유가 생기는 것 아닌가.”
앨범은 ‘뜨거운 이끌림’이라는 큰 줄기로, 남녀 사이에 생기는 상호 관계의 가장 원초적인 호기심을 다뤘다. 아프로 팝, 힙합 알앤비 기반의 곡들로 이뤄졌다. 총 5곡이 모두 이지리스닝을 지향한다.
<앰버스(Embers)>에서는 래퍼인 비엠의 보컬적인 매력을 담았다. <로열티(Loyalty)>는 2000년대 클럽을 떠오르게 하는 곡이다. <앰버스>와는 또 다른 비엠의 보컬과 강렬한 래핑이 어우러진다. <모션(Motion)>은 흥겨운 댄스 곡으로, 카디 비의 <왑(WAP)> 남자 버전이다. <배드걸 배드보이(Badgirl Badboy)>는 카드 멤버 소민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비엠은 영화 <분노의 질주> OST라고 생각하며 작업했다고 밝혔다.
타이틀곡 <넥타(Nectar)>는 가장 공들인 곡이다. 박재범이 피처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비엠에게는 꿈같은 일이다. 섹시하면서도 남성미가 넘치는 이 곡에 가장 적합한 피처링 아티스트였다.
“마침 재범 형님과 같이 힙합곡을 피처링하는 기회가 있었고, 이후에 소셜미디어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연락을 드렸다. ‘형님을 존경하는 후배인데 함께 곡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여쭤봤다. 안 될 줄 알았다. 한 번 여쭤보고 말자는 생각이었는데, 한 달 뒤에 답을 주셨다. ‘아직도 이 곡을 하고 싶냐’고 하시더라. 기적이었다.”
비엠에게 박재범은 아이돌 같은 존재다. 비엠은 2011년 SBS TV 오디션 <K팝스타 시즌1>으로 한국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지만, 한국말도 서투르고 K팝이나 한국 문화는 잘 몰랐다. 비슷한 조건에서 시작해 정상에 오른 박재범의 무대를 보면서 롤모델로 삼았다.
“얼핏 듣기론 재범 형님의 스케줄이 엄청나더라. 그래서 한 달 만에 답을 하신 것도 빠르다고 생각했다. 안 되면 피처링 없이 할 생각이었다. 재범 형님이 단순히 나를 좋아하는 후배이기 때문에 해준다기보다 아티스트로서 잠재력이 어느 정도 보이니까 수락한 게 아닐까 감히 생각하고 싶다.”
박재범은 뮤직 비디오까지 직접 출연했다. 즉석에서 안무를 배워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다. 비엠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비엠은 “대화를 나누는데 ‘이런 음악을 하고 있는데 힙합 플레이야 페스티벌 같은 무대는 안 서냐’고 했다. 내 시선에서는 정말 멋진 아티스트들만 서는 무대인데, 적합하다는 뉘앙스로 조언을 해줘서 내가 나쁘게 하고 있진 않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재범 형님은 톱에 계신 분이니까,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아티스트 커리어의 새로운 시작으로 느껴졌다. 데뷔했을 때 감정을 느끼고 있다.”
<넥타>는 높은 수위로 인해 국내 음악방송에서는 접할 수 없게 됐다. 대신 팬들과 함께하는 리스닝 파티를 마련했다. 해외보다 국내 팬층이 약한 것이 숙제이지만, 타협보다 색깔을 뚜렷하게 만드는 것을 선택했다.
“카드의 <이끼(ICKY)> 때부터 벌스 수위가 꽤 높았다. 그때는 걱정이 많았는데 투어를 돌면서 팬들이 그 8마디를 떼창으로 안 불렀던 적이 없다.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됐다. 그때부터 해외 팬들이 나에게 ‘어덜트(adult) K팝의 상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5월 14일(현지 시각)부터 첫 솔로 미국 투어 <애프터 디 애프터 파티(After the After Party)>도 열었다.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댈러스, 시카고, 뉴욕, 애틀랜타, 워싱턴 D.C. 등 미국 내 6개 도시에서 공연을 한다. 술도 마시면서 즐길 수 있는 만 21세 미만 출입 금지 파티다. 솔로 투어를 제안받고 걱정이 먼저였지만, 티켓 파워도 있다.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시기다.
“나의 취향은 힙합 알앤비, 아프로 팝이고, 하고 있는 일은 아이돌이 맞다. 두 쪽을 잡고 싶은 생각이다. 카드 활동할 때와 솔로로 활동할 때 차이가 있는 게 재밌다. 나의 정체성은 대중이 어느 정도 정해주는 것 같다. 대중의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 반응만 보면 남성미 폭발 이미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K팝 쪽으로 너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팬층을 보니까 한국도 그렇고 미국에서 팬 연령대가 다양하더라. 이런 류의 음악도 K팝이니까 성인들도 편하게 좋아해 줘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비엠에게 이번 앨범은 도미노 같은 기회다. 그렇기 때문에 감사하고 설렘만 가득하다. 수치화할 수 있는 목표는 없다. 지난해 암을 이겨낸 어머니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
“올 1월은 아직 힘들어 하는 상황이었다. 전쟁 끝에는 지난 생각들과 우울함이 찾아온다. 그때 미국에 갔는데 막힌 도로에서 주변을 살펴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있더라. 갑자기 ‘여기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저 사람은 누군가를 떠나보낸 사람일 수도 있고, 이 사람은 직접 항암치료 하러 가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까 나의 문제들이 너무 작아졌다. 그러면서 감사해야 하는 일들이 뭔지 생각하게 됐다. 살면서 이만큼 감사함을 느낀 게 처음이다. EP를 낼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감사하다. 마음과 정신이 건강한 것에 감사함 100%, 1000%다. 목표는 다 이룬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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