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새로 이끄는 임현택 회장 까칠한 인터뷰

“윤석열 정부는 앵무새…이 상황 1년 갈 수 있다”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4/05/10 [15:53]

대한의사협회 새로 이끄는 임현택 회장 까칠한 인터뷰

“윤석열 정부는 앵무새…이 상황 1년 갈 수 있다”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4/05/10 [15:53]

대한의사협회(의협) 제42대 회장직 인수위원회가 집행부 인선을 완료하면서 5월 1일 임현택 의협 회장 체제의 막이 올랐다. 임 신임 회장은 5월 2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의대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입장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면서 의정 갈등이 7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터라 임 회장의 리더십이 취임하자마자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우선,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대한 대응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임 회장은 정부를 향해 “의대 증원 백지화”를 거듭 촉구했지만 정부는 “대입전형 일정상 내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국립대 의대 중 상당수가 정부 증원분의 50% 수준으로 모집 인원을 조정한 가운데 대다수의 사립대가 정부 원안대로 의대 정원을 확정한다면 의대 정원은 현재(3058명)보다 1500명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앵무새처럼 2000명 증원···그 근거 아전인수 해석 만천하에 밝혀졌다”

“박민수 복지차관 빨리 교체돼야 (의정 대화의) 새로운 돌파구 생길 것”

 

▲ 임현택 의협 회장은 4월 30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부가 의료계에 단일된 의견을 달라고 했기 때문에 의협을 중심으로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조직을 만들어 정부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의대 증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 당면 과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거듭 밝혔다.

 

임 회장은 지난 5월 2일 취임사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엄중한 시기,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기쁨보다는 의료계가 당면해 있는 난국의 상황을 잘 타개해 나아 가야겠다는 깊은 책임감으로 두 어깨에 무거운 중압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이슈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문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폐기 문제 등을 비롯해 진료 현장에서 겪고 있는 각종 불합리한 정책들에 대해 하나하나 뜯어 고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반드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월 30일 서울고등법원은 ‘의대 증원 인원을 2000명으로 정한 과학적 근거와 회의록 등을 제출하고, 법원이 이를 보고 판단할 때까지 의대 모집정원 승인을 보류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면서 “정부의 무도하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동시에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여지가 있는 대통령실의 발언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전날 “대단히 무책임한 행태다. 판사의 ‘월권’ 아니냐“는 입장을 내놨다.

 

임 회장은 “정부가 앵무새처럼 주장하고 있는 2000명 증원의 근거는 이미 연구 당사자들에 의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됐음이 만천하에 밝혀졌다”면서 “무엇보다 최근 국립 의대들의 정원을 자율적으로 조정토록 한 것은 2000명이라는 숫자가 아무런 근거조차 없음을 정부가 스스로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임현택 회장은 4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모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부가 의료계에 단일된 의견을 달라고 했기 때문에 의협을 중심으로 전공의들, 의대생들,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서 정부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정부와의 일대일 대화를 위해 의협, 대한의학회,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으로 구성된 범(凡) 의료계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새 집행부 출범 직후 협의체를 본격 가동해 사태의 변화에 면밀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임 회장은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하면 현재의 갈등이 1년 이상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의협, 전공의, 의대생, 의대교수 등 의료계는 “의대 2000명 증원은 과학적 근거가 없고 의대 교육의 질적 하락이 불가피해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다음은 임 회장과의 일문일답.

 

-의료계 투사로 불리는데, 과거 무슨 사연이 있는지 궁금하다.

 

▲시골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운영했는데, 정부가 의사들에게 의료 현장에서 환자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온갖 규제와 옥죄는 정책들만 난무했다. 피해는 오롯이 선량한 의사들이 입더라. 그런 선생님들을 한 명, 한 명 돕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다. 

 

가령 건강보험공단에서 영유아 검진 서류를 점검하러 왔다고 하면서 진료 보는 3시간 내내 온갖 서류를 점검하고 꼬투리를 잡아서 검찰에 고발까지 하는 등 수없이 불합리한 일들이 있었다. 그런 부분을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다 보니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5연임 하게 됐고, 외람되지만 일을 잘한다는 평판이 쌓이면서 의협 회장까지 당선된 것 같다.

 

-정부는 ‘통일된 안을 제시해 달라’고 한다. 취임 후 의료계가 통일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와 필수의료정책패키지 완전 폐기가 바로 통일된 안이다.

 

-의료계의 핵심 단체인 의협과 대전협 등이 의료개혁 특위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테이블에 오르는 안건들이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의료개혁 특위를 폐지하고 의정 일대일 대화를 통해 의대증원 등에 대한 의정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나?

 

▲일본의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후생노동성 산하 의사수급분과회는 위원 22명 중 16명이 의사로 구성돼 있다. 그 정도 비율로 구성돼야 의료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고 정책 추진에 문제가 없다. 협의체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 맞다. 또 의료개혁 특위 위원장인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보건복지부 관료로 오랜 기간 근무했고, 퇴직 후 전관예우 코스를 계속 밟아왔다. 또 제약바이오협회는 제약사와 바이오 업체들을 대변하고 있어 그런 중책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8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교수들은 번아웃(소진)에 빠져 있고 대학병원은 이번 달 월급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가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 되묻고 싶다. 지방 사립대병원은 특히 재정 여건이 취약해 하루 벌어 하루 버티는 수준이다. 국립대병원도 국가 재정이 여의치 않다.

 

또 정부가 특정 병원이 부도나지 않도록 책임지고 지급 보증을 해주는 것도 형평성을 생각해 다른 병원에도 똑같이 하지 않을 수 없어 쉬운 일이 아니다. 병원 주변 상권과 연관 산업까지 무너져 결국 경기 침체까지 초래될 수 있다. 정부가 이런 상황까지 몰아붙인다면 굉장히 무책임한 것이다.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인프라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비가역적이다.

 

-의대 증원 등 의료 정책에 대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부 회원들이 다른 목소리를 낼 수도 있는데.

 

▲의협은 유일한 의료계 법정단체인 만큼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어떤 스펙트럼 안에 있든지, 어느 단체 소속이든지 의협이 충분히 포용해서 의료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고 정책을 집행해 나갈 예정이다.

 

-의협, 의대생, 전공의, 의대 교수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를 복귀 조건으로 제시했는데 정부는 ‘대안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갈등 상황이 1년 이상 갈 수도 있다고 보나?

 

▲(정부가) 앵무새처럼 같은 얘기를 반복하면 갈 수밖에 없다. 박민수 차관이 빨리 교체돼야 (의정 대화의) 새로운 돌파구가 생길 것이다. 4월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을 봐도 십상시(중국 후한 말 영제 때의 환관 10명을 일컫는 말)의 의견만 반영된 것이다. 두 분이 의료 문제를 이해함에 있어 주변의 잘못된 목소리에 경도됐을 가능성이 크다.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는 환자들의 하소연이 많다. 어떤 입장인가?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가슴 아픈 상황을 하루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러나 정부가 잘못된 정책인 의대 증원·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을 계속 추진해 결국 의료 생태계가 무너지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정부가 무모한 정책을 지속하고 있어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의대 정원 문제뿐 아니라 의사면허 취소법 개정, 수술실 CCTV 설치법 개정, 진료보조(PA) 간호사 의사 대행 금지, 당연지정제(어떤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제도) 폐지 등 공약들도 의정 간 입장차이가 커 향후 대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어떻게 해결해 나갈 예정인가?

 

▲만약 대화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관료가 온다고 하면 정부와의 대화를 합리적으로 해 나가면서 하나 하나씩 차분히 풀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의사들의 고충이나 의료 현안에 발 빠르게 대응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의협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맡은 역할에 충실 하려 했고 운이 좋게도 ‘일을 굉장히 시원시원하게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잘 해결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과거 의사 커뮤니티에 ‘병원 운영 초기 주변에 어둠뿐이고 홀로 외로웠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오더니 따뜻하게 감싸줬고 불빛도 비춰주더라’는 글을 올린 의사 회원이 있었다. 앞으로도 전체 회원들에게 그런 역할을 계속 하고 싶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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