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에서 경찰, 경찰에서 군 장교, 군 장교에서 형사, 이번엔 기자 변신
“‘해방일지’ 이후 2년간 생각 정리할 틈 없이 달려···이젠 쉬어가며 할 생각”
▲ 배우 손석구. 2022년 4월 ‘나의 해방일지’를 기점으로 살인마에서 경찰로, 경찰에서 군 장교로, 군 장교에서 다시 형사로, 그리고 이번엔 기자가 되어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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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 손석구(41)의 행보는 딱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종횡무진. 재작년 4월 나온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기점으로 그는 살인마에서 경찰로, 경찰에서 군 장교로, 군 장교에서 다시 형사로, 그리고 이번엔 기자가 되어 관객을 다시 만난다.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그가 출연한 영화·드라마만 6편. 그렇다고 다작만 한 것은 아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캐릭터 변화의 폭도 컸다. 그 진폭은 손석구가 연기한 인물들의 외형만 봐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지점에서 보면 3월 27일 공개된 영화 <댓글부대>에서 손석구가 맡은 ‘기자 임상진’은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인다. 특히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 o난감>에서 연기한 캐릭터의 개성과 비교하면 특색이 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그런데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손석구는 “오히려 난이도가 매우 높은 연기였다”고 털어놨다.
장강명 작가가 2015년 내놓은 동명 소설이 원작인 <댓글부대>는 기자 임상진이 막강한 권력을 쥔 대기업 만전그룹 비리를 고발하는 기사 두 가지를 쓰는 과정을 그린다. 첫 번째 기사가 오보로 몰리며 1년 넘게 정직 당한 임상진은 만전그룹이 여론조작 팀을 운용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뒤 그 실체를 고발하는 두 번째 기사를 쓰기 위해 취재에 나선다.
손석구는 “이야기는 역동적으로 흘러가지만 사실 기자가 하는 일이라는 게 액티브한 건 아니기 때문에 관객이 캐릭터를 느낄 수 있게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령 <범죄도시2>의 강해상은 캐릭터를 확 드러낼 수 있다. 직업도 없고, 호쾌한 액션을 위해서 태어난 캐릭터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자라고 한다면 좀 다르다. 일단 임상진이 기자라는 걸 보여줘야 하고, 그가 기자 일을 하는 과정에서 캐릭터가 드러나야 한다. 다시 말해 간단한 대사나 움직임으로 이 사람이 기자라는 것과 어떤 캐릭터를 갖고 있는지 다 보여줘야 한다. 그러므로 아주 디테일한 연기를 해야 했다.”
특정 직업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으레 그렇듯이 손석구 역시 실제 기자를 만났다. 기자가 나오는 다큐멘터리도 봤다. 그는 “요즘엔 워낙 여기저기 정보가 많으니까 그런 정보들을 하나씩 종합했다”고 말했다.
장강명 작가와도 만났다고 했다. 그는 기자 출신 작가. 손석구는 장 작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기자에 관해 가지고 있던 인상, 시나리오에 표현된 임상진에 관한 내용이 리얼해지는 걸 느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연기가 쉬워진 건 아니었다”며 “임상진은 실체 없는 존재를 마주하기 때문에 그 반응을 관객이 알아챌 수 있게 드러내는 게 만만찮은 작업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감독님 그리고 동료 배우들과 대화를 정말 많이 했다.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은 건지 계속 찾아가려고 했다. 그렇게 토의를 거치다 보니까 하루에 한 신(scene)도 찍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최대한 다양한 버전으로 연기했다.”
손석구는 자신도, 감독도 이 작품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개봉을 곧 앞둔 시점에서 인터뷰에 응한 그는 “긴장이 되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 시나리오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영화가 나왔다.”
최근 손석구는 1인 기획사 겸 콘텐츠 제작사를 차렸다. 연기만 하기에도 빠듯해 보이는데 또 다른 도전에 나선 것이다. 그는 최근 수 년간 설날 연휴를 빼면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일했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한 뒤 씻지도 못하고 자는 때도 많았다”는 게 손석구가 말한 일상이다. <나의 해방일지> 이후 인기가 치솟았지만, 그런 변화에 관한 생각들을 정리할 새도 없이 달렸다고 한다. 그는 “이젠 좀 잠깐이라도 쉬어가며 일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요즘 젊은 배우들 보면 한 작품 끝나면 6개월 정도 쉬었다가 새 작품 들어가기도 하더라. 그런데 나는 성격상 그렇게 못한다. 쉬어야 하는데···. 앞으로 6개월 정도는 못 쉴 것 같고 그래도 내년부터는 작품 사이에 한두 달은 좀 쉬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성격을 “여기저기 휘둘리는 타입”이라고 했다. 줏대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여기저기 관심이 많고 궁금한 게 많아서 이것저것 모두 경험해보려고 한다는 얘기였다.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인생 아닌가. 여러 가지를 경험해야 한다. 요즘엔 가능성도 많고 정보도 많은 것 같다. 내가 적극적으로 여기 갔다, 저기 갔다가 하지 않으면 편협해질 것 같다. 대쪽 같은 것도 멋있지만 나는 이렇게 가는 걸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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