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거쳐 프랑스 유학 준비···코로나에 발 묶이자 연기자 궤도 수정
‘순정복서’ 출연으로 눈도장···“회사원 출신 허성태 배우 보며 꿈 키웠다”
▲ 신예 도은하는 3년 전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
신예 도은하(28·한다솔)는 3년 전만 해도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소방 장갑을 파는 회사 영업팀에 사원으로 취직했다. 새벽 4시 출근, 차에 짐을 싣고 전국 소방서를 돌며 장갑을 팔곤 했다. 이후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발이 묶였다. 위기는 곧 기회인 것처럼,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 유튜버 ‘아미아미’가 속한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획팀에 들어갔고, 지금의 소속사 케이엔씨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만나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비행기만 뜨면 프랑스 간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도 비행기가 안 뜨더라. 이사님(현 소속사 대표)이 ‘배우 할 생각이 없느냐’고 했을 때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라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한다솔의 삶으로 살고 끝나는 게 아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는 다양한 삶을 살 수 있고, 여러 감정을 느껴볼 수 있지 않은가. 솔직히 우리는 감정을 억누르며 살고,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못하는 것도 많으니까. 코로나19로 인해 억압 받은 게 많아서 더욱 연기에 끌렸다.”
도은하는 지난해 웨이브 영화 <용감한 시민>(감독 박진표)과 KBS 2TV 드라마 <순정복서>로 데뷔했다. 각각 복싱선수 양경진과 조아라 역할을 소화했다. 도은하는 “다이어트를 위해 복싱을 배운 지 두 달 만에 <용감한 시민> 오디션에 합격했다”며 “거의 반삭을 했다. 머리칼을 2㎝ 정도만 남기고 다 자르고 탈색했다. 소시민(신혜선 분)을 실력으로 이기지 못하는데, 돈으로 누르는 역이었다. 많이 편집돼 중간중간 회상 장면으로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첫 신이 복싱하는 장면이었다. 링 위에 신혜선 선배와 나, 둘뿐이었다. 대사는 없었고 힘 빼고 복싱하는 장면이었는데, 어떻게 합을 맞춰야 하는지 등 아무것도 모르고 냅다 들이미는 식이었다. 신혜선 선배가 ‘내가 흔들게. 너는 힘 풀고 있어’라며 많이 가르쳐 줬다. 선배가 조언해준 걸 새겨서 드라마 <순정복서> 때 많이 써먹었다.”
<순정복서>에선 이권숙(김소혜 분) 1차 복귀전 상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도은하는 “원래 3~4회만 나오기로 했는데, 작가님과 미팅 후 끝까지 나오는 걸로 바뀌었다. 초반에 빌런으로 시작해 뒤로 갈수록 관장님과 러브라인 등 재미 요소가 많이 생겼다”며 “작가님이 ‘아라같다’고 하더라. 당시 머리도 짧고 염색하고 키가 커서 어딜 가든 튀었는데, 그 모습이 아라처럼 보였나 보다. 이미 <용감한 시민>에서 복싱선수를 연기를 한 적이 있어 자신감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이러한 성과가 단순히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이미 차기작도 두 작품이나 확정한 상태다. 올해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과 SBS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로 인사할 예정이다.
“<조립식 가족>에선 남자 주인공을 좋아하는 역을 맡았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교복을 입어서 좋았다. 첫 번째 오디션 때 경상도 사투리와 표준어 대사가 있었다. 보통 <응답하라> 시리즈를 많이 참고할 것 같아서 나만의 무기를 만들고 싶었다. 나는 대구 출신인데, 친구들과 대화 중 발췌해 대사를 만들었다. 감독님이 ‘어디 사투리냐?’면서 좋아하더라.”
도은하는 “사실 연기할 때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내가 10대일 때와 지금 10대 모습이 많이 다르더라. ‘그때 모습대로 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며 “지금의 10대는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말투를 쓰는지 등을 알아가는 데 조금 오래 걸렸다. 직접 경험할 수 없어서 책을 많이 읽고 간질간질한 마음을 살렸다”고 덧붙였다.
<지옥에서 온 판사>에선 법원 실무관 최원경으로 분해 상반된 매력을 뽐낼 예정이다.
도은하는 “대본이 정말 재미있다. 4회까지 내 대사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다 읽었다. 내가 맡은 원경은 질문을 던지고 자기 일만 해서 남들을 열 받게 만든다. 판사 강빛나(박신혜 분)와 실무관 구만도(김인권 분)의 반응을 보면 웃음 나는 포인트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도은하는 연기자가 된 뒤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한다. 오디션에서 수십 번 떨어졌지만, 지금은 즐기고 있다. 도은하는 “오디션에서 떨어진 날을 곱씹으며 자책하지 않고 영화, 드라마 등 다른 작품을 엄청 많이 봤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연기 하나’ 계속 찾아보니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첫 오디션이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2022)였다. 연기를 배운 지 3개월 만에 본 오디션이었는데, 정말 국어책을 읽었다. TV로 보면서 ‘와~ 저 역할이었구나. 떨어질 만했다’ 싶었다. 노윤서 배우가 연기한 ‘방영주’ 역이었다. ‘조금만 더 빨리 (연기를) 시작할걸···’ 싶더라. 그때는 덜덜 떨기보다 내가 잘하는 줄 알고 자신감을 가지고 오디션장에 들어갔다. 대사만 틀리지 않으면 잘하는 줄 알았다.(웃음)”
도은하는 연기를 시작할 때 배우 허성태(46)를 보며 “꿈을 키웠다”고 털어놨다.
“선배들이 어떻게 연기를 시작했는지 찾아봤는데, 허성태 선배님이 눈에 들어왔다. 대기업에 다니다가 배우가 되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았는가. ‘나라고 저렇게 안할 수가 없지’라며 힘을 얻었다. 한때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항상 배우 선배들이 떴다.”
“나의 매력은 기가 죽지 않는 것이다. 나는 잘 못 느꼈는데, 대화할 때 사람 눈을 잘 보는 편이다. <오월의 청춘>에서 고민시 선배가 맡은 당찬 역, <그해 우리는>에서 김다미 선배가 연기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오디션 보러 갈 때 ‘난 몇천 명 중 한 명이겠지. 그런데 내가 눈에 들어올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직 ‘누군가가 나를 찾아준다’는 생각은 못 해봤는데, 그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언젠가는 흥행도 보증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너무 뻔하지만, 흥행 보증수표가 되고 싶다, 하하.”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