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180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 매매가를 기록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 한남’ 매수자도 말레이시아 국적의 외국인이었다. 외국인들의 국내 아파트 취득이 집값 상승을 자극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면서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1일 국토교통부의 ‘외국인의 토지·주택 보유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 말 기준으로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은 8만7223가구였다. 외국인 주택 소유 통계를 처음 공개한 2022년 12월 말 8만3512가구에 비해 4.43% 늘어난 것이다. 주택 수로 따지면 반 년 사이 3711가구 늘었다.
역대 최고가 기록 180억 한남동 아파트 매수자는 알고 보니 말레이시아인
2023년 6월 기준 외국인 소유 주택 8만7223가구···반년 새 3711가구 ‘쑥’
중국인 소유 4만7327가구 54.3%, 지역은 경기도 아파트 38.0%로 가장 많아
외국인 국내 주택 매입 시 제한 없어···자금 조달 자유로워 역차별 논란 솔솔
국토교통부의 ‘외국인의 토지·주택 보유통계’ 자료에 따르면 특히 중국 국적 외국인들이 국내 아파트를 많이 소유하고 있다. 중국인이 소유한 주택이 4만7327가구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54.3%를 차지했다. 6개월 전 4만4889가구(53.8%)에 비해 늘어났다.
이어 미국(2만469가구), 캐나다(5959가구), 대만(3286가구), 호주(1801가구), 베트남(972가구), 뉴질랜드(794가구) 순으로 많았다.
외국인 국내 아파트 매입 늘어
외국인들은 경기도 아파트를 많이 사들였다. 경기도 아파트가 3만3168가구(38.0%)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서울 2만2286가구(25.6%), 인천 8477가구(9.7%), 충남 4892가구(5.6%), 부산 2903가구(3.3%)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비중이 전체의 73.3%에 달한다.
시·군·구별로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사는 경기 부천이 4384가구(5.0%)로 가장 많았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2709가구·3.1%), 시흥(2532가구·2.9%), 평택(2500가구·2.9%)이 그 뒤를 이었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소유가 계속해서 늘어나자 외국인에 대한 규제 문제가 부동산 업계의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특히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시기에 외국인들이 집값 상승세를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잇따른다.
다만 전체 주택매매 건수에 비하면 많은 숫자는 아니다. 외국인 주택 소유자 수는 8만5358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주택 약 1895만 가구(2023년 가격공시 기준)의 약 0.45%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집값을 끌어올린 주도세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고가 주택 매수 등 부동산 보유 증가로 인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이로 인해 국민의 주거안정을 훼손할 수 있어 투기적인 외국인 매수세는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사실상 한국인과 동일하게 취급돼 부동산을 보유하는 과정에 사실상 제약이 없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1998년 6월 전에는 허가 등 규제 위주로 운영됐으나 이후에는 법률 개정을 통해 부동산 취득 관련 규제를 완화해 신고제로 전환했다.
현재 국내 부동산 취득을 희망하는 외국인은 ‘부동산거래 신고법’에 따라 군사시설 보호구역, 문화재 보호구역 등 일정 구역 내의 허가 대상 토지를 제외하고는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규모나 목적 등에 관계없이 신고만으로 국내 부동산 취득이 가능하다.
특히 각종 대출 규제를 받은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은 자금을 조달하는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어서 역차별 논란이 존재한다. 외국인은 통상 부동산을 취득할 때 자국의 은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인이 해외에서 대출받는 것까지 우리 정부가 규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외국인의 고가 주택 매입 사례가 발생하면 시장의 주택 가격에 거품이 낄 수 있다”며 “이렇게 형성된 가격의 부작용을 내국인들이 떠안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무분별한 부동산 취득을 규제하기 위해 해외처럼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해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를 중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해외에선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해 세금을 중과하는 해외 사례도 적지 않다. 홍콩의 경우 비영주권자가 부동산을 취득하면 부동산 가격의 30%를 취득세로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이 주거용 부동산을 샀을 때 취득세를 20% 추가 부과하고 있으며, 호주는 외국인이 주거용 부동산을 취득할 때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불법 주택거래 절반이 중국인
한 외국인 부부는 서울 송파구의 다세대 주택을 24억5000만 원에 사들였다. 이들은 임대보증금과 사업소득으로 주택구입 자금을 조달했다고 주장했지만 자금출처가 확인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해외자금 불법 반입을 의심하고 관세청에 통보했다.
또 다른 외국인은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방문취업 비자(H2)로 들어와서 지난 2022년 말 서울 관악구의 다세대 주택 6가구를 30억 원에 사들였다. 이후 임차인을 받아 보증금과 함께 월세를 받았다. 방문취업 비자는 임대업을 할 수 없는 비자임에도 법을 어기고 영리 활동을 했다.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 원의 처벌을 받고, 해외로 강제 퇴거될 가능성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외국인 실거래 기획조사를 통해 찾아낸 위법 의심거래다. 이 기간 드러난 위법 의심거래는 총 272건이었다. 이들 거래에서 발생한 위법 의심행위는 423건에 이른다.
외국인이 불법으로 국내 부동산을 사들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인데 이들의 시장교란 행위는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을 넘어 오피스텔 등 비주택 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불법 의심거래 형태는 다양했다. 적발 사례 중 해외에서 자금을 불법 반입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외국인이 부동산 취득을 위해 해외에서 1만 달러를 초과하는 현금을 휴대 반입한 후 신고하지 않거나,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고 부동산 취득자금을 불법으로 반입하는 소위 ‘환치기’를 통해 취득자금을 반입하는 경우가 36건 적발됐다.
또 방문취업 비자 등 영리활동이 불가능한 자격으로 체류하면서 자격 외 활동허가 없이 임대하는 영위하거나, 특수관계인(부모·법인 등)이 부동산 거래대금을 매수인(자녀·법인 대표 등)에게 대여하면서 차용증이 없는 사례도 10건 있었다.
아울러 개인사업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기업 운전자금 용도로 대출을 받은 후 실제로는 주택 등 부동산을 매수한 경우가 4건, 실제 거래 가격과 다른 금액으로 신고한 것으로 의심되는 건도 20건 적발됐다.
위법 의심행위 423건을 매수인 국적별로 분석했더니 중국인이 226건(53.4%)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미국인 63건(14.9%), 필리핀인 23건(5.4%) 순이었다. 매수 지역별로는 서울이 161건(35.4%)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102건(27.6%), 인천 63건(18.9%) 순으로 수도권에서 적발된 건이 전체의 77.1%에 해당했다.
이렇듯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부동산은 점점 늘어나자 국토부는 지난해 8월 외국인들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 매수인에 대해 위탁관리인을 지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그럼에도 외국인의 투기성·불법성 부동산 의심 거래가 잇따라 적발되고, 국내 아파트 취득이 집값 상승을 자극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캐나다·싱가포르의 경우
캐나다 등 외국에서는 중국인 등 외국인의 무분별한 주택 투기를 막기 위해 주택 매입 금지 조치, 취득세 추가 등의 규제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꾸준히 외국인 부동산 거래를 규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캐나다 연방정부는 최근 외국인이 현지 부동산을 매입할 수 없도록 하는 금지조치를 2027년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앞서 가파른 집값 상승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2023년부터 시행된 해당 조치는 본래 2025년 초에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단기간의 효과로는 부족하다는 정부의 분석에 따라 연장하기로 결정됐다.
주택구매 금지 대상 외국인은 캐나다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취득하지 못한 개인 및 기업이다. 단, 임시취업 허가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난민을 신청한 자, 특정 기준에 부합한 유학생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외교관이나 국제기구 직원 등도 예외 대상이다.
또 싱가포르는 빈 택지, 테라스 하우스, 방갈로, 단독주택, 반단독 주택 등을 구입할 경우 ‘주거용 부동산 법‘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사전 구입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외국인이 주거용 부동산을 매수하면 취득세를 20% 추가해 부과하고 있다.
호주는 외국인이 주거용 부동산을 취득할 때 외국인 투자 심의 위원회(FIRB)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신축 주택은 구입이 가능하지만 기존주택의 구입은 금지하고 있다. 또 외국인이 취득한 주거용 부동산이 연간 6개월 이상 임대 또는 점유되지 않으면 연간 공실 요금을 부과한다. 뉴질랜드에서도 호주 및 싱가포르 국적자가 아닌 외국인은 주거용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고 있으며, 중국도 한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부동산 업계에서는 외국인의 무분별한 부동산 취득을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돼 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20년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 관련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비거주 외국인도 ‘외국환 거래법’에 따른 신고 등을 제외하고는 내국인과 동일한 절차에 따라 부동산 취득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비거주 외국인의 투기성 주거용 부동산 취득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 정부와 국회도 외국인 부동산 투기 차단을 위해 나섰다. 윤석열 정부는 ‘외국인의 투기성 주택 거래 규제’를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이어 지난해 개정된 부동산거래신고법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의 허가 대상자로 ‘외국인’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명시했다. 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초부터 외국인의 주택 보유 현황에 관한 통계를 만들어 공개하고, 외국인 주택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를 통해 위법 의심행위를 적발하고 있다.
아울러 21대 국회에서는 이용호·최춘식 의원 등의 발의로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해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개정 법률안’과 ‘소득세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다수 발의됐다.
하지만 이러한 법안들은 양국이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국가 간 상호주의 및 국제 조세조약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폐기되거나 계류돼 있는 상태다.
정치권과 업계 등에서는 중국도 우리나라 국민의 부동산 취득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우리나라 국민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며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교통부의 ‘외국인 토지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국 국적자의 토지보유는 2016년 2만4035건에서 2023년 상반기 7만2180건으로 7년 사이 3배나 증가했다며 규제를 촉구했다.
홍 의원은 “우리 국민은 중국에서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등 부동산 취득에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인만 국내 부동산 소유를 늘리고 있다”며 “중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해 상호주의 적용을 강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타국의 외국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내국인의 부동산 세부담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국내의 외국인 부동산 투자 규정의 조속한 정립이 필요하다”며 “현재 여러 국가가 외국인에 대한 추가 세율을 적용하고 있기에, 국가 간의 상호주의 위배에 대한 논란을 신속히 해결해 빠른 시일 내 관련법안 추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