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유럽연합)과 일본 경쟁당국 승인을 받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이 이제 미국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이 순항할 경우 한국에서 36년간 이어져온 양대 대형 항공사(FSC) 체제가 단일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재편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월 31일 필수 신고국가인 일본 경쟁당국 공정취인위원회(JFTC)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 승인을 획득했다.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를 진행, 최대 분수령으로 여겨지던 EU 경쟁당국의 승인도 얻어냈다.
대한항공은 2월 13일 필수 신고국가인 EU 경쟁당국(EC)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 승인을 득했다고 밝혔다. 시정조치의 이행을 경쟁당국으로부터 확인 받은 후 거래 종결이 이루어지는 형태다. 이로써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13개국에서 승인을 완료하게 됐다. 이제 문턱을 넘어야 할 국가는 미국뿐이다.
일본·EU 승인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9부 능선 통과···이제 미국만 남아
최종 승인 시 매출 20조, 항공기 200대 이상,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 급부상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유럽 4개 노선 신규 항공사에 넘겨야 EU 최종 승인
기업결합 위해선 슬롯·운수권 등 알짜사업 이양···저비용 항공사 지각변동 예상
인천~파리 노선 등 중복 4개 노선에선 LCC 티웨이항공 올 하반기 취항 준비
국내 LCC 중 자금력 풍부한 제주항공이 아시아나 화물사업 인수 유력한 듯
▲ EU(유럽연합)과 일본 경쟁당국 승인을 받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이 이제 미국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사진은 대한항공 보잉787-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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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가 완결을 눈앞에 뒀다. 일본 경쟁당국의 벽을 넘고,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승인도 얻어낸 것.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작업이 사실상 마지막 스텝만 남기게 됐다.
기업결합심사 완결 ‘눈앞’
대한항공은 1월 31일 필수 신고국가인 일본 경쟁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Japan Fair Trade Commission, JFTC)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 승인을 득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일본 경쟁당국에 설명자료를 제출하고 경제분석 및 시장조사를 진행해 같은 해 8월 신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이후 오랜 기간 동안 폭넓은 시정조치를 사전 협의해온 바 있다.
다만 일본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 결합할 경우 한·일 노선에서 시장점유율이 증가해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노선들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일본 경쟁당국과 면밀한 협의를 거쳐, 결합할 항공사들의 운항이 겹쳤던 한·일 여객노선 12개 중 경쟁제한 우려가 없는 5개 노선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서울 4개 노선(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과 부산 3개 노선(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에 국적 저비용 항공사를 비롯해 진입 항공사(Remedy Taker)들이 해당 구간 운항을 위해 요청할 경우 슬롯(항공기가 이착륙할 권리)을 일부 양도하기로 했다.
일본 경쟁당국은 한·일 화물노선에 대해서도 경쟁제한 우려를 표명했으나,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부문의 매각 결정에 따라 ‘일본발 한국행 일부 노선에 대한 화물공급 사용계약 체결(BSA, Block Space Agreement)’외에는 별다른 시정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부문의 매각은 남아 있는 모든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고,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에 진행된다.
대한항공은 이번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결정이 다른 필수 신고국가의 승인보다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대한민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이면서, 동북아 허브 공항 지위을 두고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첨예한 사안이 걸려 있는 일본 경쟁당국에서조차 두 회사의 결합을 승인했기 때문에, 이번 일본의 승인이 남아 있는 EU의 승인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어 2월 13일에는 필수 신고국가인 EU 경쟁당국(EC)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 승인을 득했다고 밝혔다. 시정조치의 이행을 경쟁당국으로부터 확인 받은 후 거래 종결이 이루어지는 형태다. 이로써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13개국에서 승인을 완료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EU 경쟁당국과 사전협의 절차를 개시했으며, 2023년 1월 정식 신고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다양한 시정조치를 논의한 후 같은 해 11월 2일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다. 이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취합 및 마켓 테스트(Market Test) 등을 거쳐 승인이 이뤄졌다.
EU 경쟁당국은 양사 통합 시 화물사업 부문과 여객 4개 노선에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쟁환경 복원을 위한 시정조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부문의 분리 매각 ▲여객 4개 중복 노선에 대한 신규 항공사의 노선 진입 지원 등 크게 2가지로 이뤄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사업부문 분리매각을 위한 입찰 및 매수자 선정 등 매각 직전까지의 조치들을 선행해야 한다. 선정된 매수인에 대한 EU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거래를 종결할 수 있으며, 이후에 실제 분리매각을 추진한다.
아울러 유럽 여객노선의 신규 진입 항공사(Remedy Taker)로 지정된 티웨이항공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천~파리,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프랑크푸르트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기점으로 미국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박차를 가해,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항공 인수·통합을 위해 2021년 1월 14일 이후 총 14개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EU를 포함해 13개 경쟁당국은 결합을 승인하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종료했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미국 승인 결과에 대해서도 낙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최근 일본과 EU 경쟁당국으로부터 무탈하게 승인을 받은 점이 이 같은 분위기에 힘을 더했다.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을 마무리하면 단숨에 매출 20조, 항공기 200대 이상의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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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국가 1국적사 체제 귀환
다만 남은 경쟁당국인 미국의 승인 절차를 마무리하더라도 실제 합병 단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장 올 하반기에는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 절차를 거친 뒤, EU 측 시정조치안 중 하나였던 화물사업부를 매각해야 한다. 이후 2년여의 브랜드 통합 과정을 거쳐 아시아나항공 법인을 최종 청산한 뒤 하나의 회사로 합쳐야 한다.
두 회사가 최종적으로 합병하면 단숨에 매출 20조 원, 항공기 200대 이상의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로 거듭난다. 1국가 1국적사 체제는 지난 1988년 아시아나항공이 출범한 뒤 무려 36년 만이다. 현재 인구가 1억 명 이상인 소수의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양대 항공사로 많은 취항 국가와 시간대가 중복돼 경쟁관계를 이어왔다. 이 때문에 기재와 운항 시간대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어려웠다는 단점이 제기됐다.
특히 주력 장거리 노선인 미국 뉴욕, LA 등은 거의 동시간대에 출발해 비효율성이 컸다. 이 시간대와 항공기를 재편성할 경우 더 많은 국가와 도시에 취항하고, 탑승 시간대를 다양화하는 등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 선택지를 늘리면 항공사 자체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양대 항공사의 합병을 계기로 업계 전체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군소 항공사들이 LCC의 한계를 벗어나 화물사업, 장거리 노선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는 등 항공업계 빅뱅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9부 능선을 넘으며 국내 LCC 업계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사진은 제주항공 여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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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위해 내놓은 알짜 사업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갈수록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대한항공이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 통과를 위해 내놓은 카드들이 항공업계 지각 변동을 촉발할 조짐이 보인다. 특히 EU와 일본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에 시정 조치를 요구한 것은 국내 LCC(저가 항공사) 업계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동할 수 있다.
EU 경쟁당국은 대한항공이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EU 집행위원회(EC)가 두 회사 합병이 유럽 화물노선을 독점할 수 있다고 우려해 시정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유럽연합 승인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알짜 사업인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당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출은 전체 매출의 50%를 웃돌며 여객사업 부진으로 인한 손해를 메우는 역할을 했다. 현재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저비용 항공사 4곳이 인수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승인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화물사업부 매각에 나설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유럽 노선 독점 해소를 위한 4개 노선(독일 프랑크푸르트·스페인 바르셀로나·이탈리아 로마·프랑스 파리) 운수권과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일부도 다른 항공사에 넘긴다. 해당 노선은 하나같이 장거리 알짜 노선으로 이를 인수하는 항공사의 실익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들 노선을 넘겨받을 후보로는 최근 크로아티아를 시작으로 유럽 노선 운항을 시작한 티웨이항공이 꼽힌다. 티웨이항공은 현재 국내 LCC 중 유일하게 유럽 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로, 향후에도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기재 다수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미 티웨이항공은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근무할 지상직 직원들을 두 자릿수 현지 채용하는 등 본격적인 노선 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단 아직 유럽 노선 운항 경험이 부족한 만큼, 항공기와 운용 인력을 대한항공으로부터 이관 받을 전망이다.
최근 대한항공에 승인을 내준 일본 경쟁당국 공정취인위원회(JFTC)도 한국~일본 일부 노선들에 대해 시정을 대한항공 측에 요구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더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 LCC 합병이 예정된 만큼 한일 노선에서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한·일 여객노선 12개 중 서울 4개 노선(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과 부산 3개노선(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의 슬롯을 일부 양도하기로 했다. 한·일 화물노선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전제로 ‘일본발 한국행 일부 노선에 대한 화물공급 사용계약(BSA)을 체결했다.
BSA는 항공사가 화물칸의 일정 부분을 다른 항공사에 제공해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일본 항공사들은 화물 공급이 필요할 경우 대한항공의 여객기 일부 공간을 할당받을 수 있어 이득을 보게 된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3월 영국 경쟁당국(CMA)의 기업결합 승인을 위해 런던 노선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항공사에 슬롯 이양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업계의 변동을 촉진할 수 있다.
2022년 12월에는 중국 시장총국도 같은 방식으로 대한항공 측에 시정조치안을 요구했다. 당시 슬롯 이전 지원 노선에는 ▲서울~장자제·시안·선전 ▲부산~칭다오·베이징 ▲서울~베이징·상하이·창사·톈진 노선이 포함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화물사업부 매각과 유럽 노선 이양은 국내 항공업계 전반에 작지 않은 이슈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어떤 항공사가 가져 가느냐에 따라 항공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날개 단 LCC···순위 다툼 더 치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9부 능선을 넘으며 국내 LCC 업계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진에어와 에어서울, 에어부산이 통합된 저비용 항공사(LCC)가 출범하면 업계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내년 이후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등 3파전 양상이었던 매출 1위 경쟁이 통합 LCC 출범 이후 진에어와 제주항공으로 압축된 2파전 양상을 띨 것으로 본다.
최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마무리한 뒤 통합 LCC 출범을 추진한다는 것.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합해 한진칼→통합 FSC(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통합 LCC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어떤 방식으로 통합을 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단 진에어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지분을 먼저 인수한 뒤 인력과 장비를 통합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통합 LCC 규모는 현 아시아나항공 수준에 근접한다. 진에어 27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를 합칠 경우 총 54대의 기재를 운영할 수 있다. 이는 현 아시아나항공의 68대(지난해 3분기 기준) 수준에 버금 간다.
동시에 제주항공 42대, 티웨이항공 30대와도 격차가 더 벌어진다. 이 통합 LCC 출범으로 인해 업체 간 점유율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고, 이는 항공산업의 새판 짜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제주항공은 LCC 1위 수성을 위해 화물사업 확대를 추진한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차지할 경우 연 평균 매출이 1조 원 이상 늘어날 수 있는 만큼 화물사업 확보에 총력전을 펼칠 방침이다.
현재 인수 후보군으로는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이 꼽히지만 1조 원 이상의 몸값에 부담을 느낀 업체들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어서 제주항공이 단독 입찰에 나설 수 있다.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를 인수할 경우 연간 매출이 1조 원 이상 늘어난다. 다만 인수 금액인 5000억~7000억 원에 더해 부채 비용 1조 원까지 떠안아야 하는 점은 제주항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티웨이항공은 인천~파리,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노선 등 대한항공이 합병을 위해 EU에 반납하는 운수권과 슬롯을 넘겨받아 장거리 운항을 본격화한다.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 취항을 위해 프랑스 파리 국제공항 지상직 채용을 실시하는 한편 대한항공으로부터 A330-200 기재 5대를 대여하고, 2027년엔 A330-300을 포함한 장거리 기재를 20대까지 늘려 경쟁력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올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국내 항공시장 지각변동이 나올 수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LCC 업체의 경쟁도 한결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