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천재 교수의 추락 <풀스토리>

강제 키스, 안 만나주면 협박까지…“10년 동안의 행각”

조미진 기자 | 기사입력 2014/12/16 [10:31]

서울대 천재 교수의 추락 <풀스토리>

강제 키스, 안 만나주면 협박까지…“10년 동안의 행각”

조미진 기자 | 입력 : 2014/12/16 [10:31]

최근 인턴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된 저명한 서울대 수학과 교수가 결국 구속됐다. 서울대를 거쳐, 예일대 박사를 마친 그의 저서는 미국 최고 대학들의 교재로 쓰일 정도로 학계에서 인정받았다. 독립운동가 외조부에 명망 있는 국학자 부모를 둔 그는 글도 잘 썼고, 동아리 지도교수로 수준급의 축구나 힙합도 하는 등 다재다능한 천재로 보였다. 그런 그가 지난 10년 동안 뒤에서 ‘슈퍼 갑’의 지위를 이용, 수십 명의 여학생들에게 성추행과 희롱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난 것. 이 사건을 계기로 학교나 사회에서 매장당할 것이 두려워 울분을 삼켰던 수십 명이 피해사실을 공개했고, 그는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서울대 최초의 교수가 됐다. <편집자주>


인턴 여학생 가슴 만져…10년 새 22명 성추행한 의혹
‘오만함의 참사’…“능력만 중시하는 사회도 문제 키워”


존경받는 독립운동가 외조부…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나
운동·힙합·필력 등…다재다능한 ‘세계적인 수학자 교수’



[주간현대=조미진 기자] 지난 12월3일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모(53) 교수가 인턴 여학생 등 4명을 상습 성수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윤태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강 교수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이유를 밝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학자 중 한 명인 그가 성추행 혐의로 구속 된 서울대 사상 최초의 교수가 된 내막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 강 교수가 한 여학생에게 보낸 메시지. 다수 여성과 만났다는 내용이 나온다.     ©주간현대


명문가에서 태어난 강교수

강 교수의 외조부는 유명 독립 운동가이자, 역사학자·한학자·정치가로 국학(國學)을 바로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업적으로 지난 1990년 건국훈장을 추서받기도 했다. 그의 부친은 국어학자, 모친 또한 정통 한학자로 학계에서 명망 있는 교수다.

그는 이런 명문가 집안의 사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강씨는 몇 년 전 언론을 통해 “집안에서 ‘우리는 반칙 안 하고, 당당하게 살자’는 마음가짐을 어려서부터 배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어릴 적 꿈은 축구선수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실제로 학교 축구부에 들어가 열심히 운동을 하던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체격 등에서 한계를 느끼고 결국 축구선수의 꿈을 접었다.

축구부를 그만두고 진로로 방황하던 그는 중3 무렵 원래 소질을 보이던 수학에 승부를 걸겠다는 목표를 갖고 열심히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문학 유전자’를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았다고 자평하는 그는 고교 때 문예부 활동도 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서울대 수학과에 입학해 석사까지 마친 후 미국 명문 예일대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박았다.

이후 미국 몇몇 대학의 전임 강사, 연구원, 조교수를 거쳐 지난 1998년 서울대 부교수로 부임했다. 잠시 고등과학원 교수를 지내고 2004년 서울대에 교수로 돌아온 그는 학벌 뿐 아니라 업적 면에서 ‘세계적인 화려함’을 자랑했다.


최고의 석학·축구·힙합까지…

강 교수는 수학의 표현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된다. 그는 무한차원에서 대수 구조를 연구하는 ‘리(Lie) 대수학’에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 국내 수학의 연구수준을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다. 이 업적으로 그는 1998년 ‘젊은 과학자상’, 2006년 ‘한국과학상’에 이어 2009년엔 ‘최고과학기술인상’까지 받아 3관왕에 올랐다.

뿐만 아니다. 그가 지난 2002년 고등과학원 홍진 연구원과 공동으로 저작한 ‘양자 그룹과 결정 기저 소개’는 미국 수학회에 의해 명문인 MIT, 예일 대학교, 위스콘신 대학교의 대학원 교재로 채택되기도 했다. 또 무한차원에서 대수 구조를 연구하는 ‘리(Lie) 대수학’에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 가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학자 중 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출난 수학적 전문성과 글솜씨를 접목해 대중에게 수학을 친숙하게 소개하는 저서들을 집필했다. 그가 쓴 책 <축구공 위의 수학자>, <수학의 유혹>, <아빠와 함께 수학을> 등은 대중들에게 수학을 딱딱하지 않게 알린 대중서로 평가받고 있다.

강 교수는 수학뿐 아니라 운동 등 못하는 게 없는 인물로 보였다. 게다가 학생들과도 허물없이 지내며 젊은 감각을 뽑내는 ‘엄친아’ 교수로 통했다. 어릴 적 선수 경험을 살려 서울대 자연대 축구부 지도교수로 10년가량 활동하며 학생들과 어울려 직접 경기를 뛰기도 한 것.

또한 지난 2000년경부터는 서울대 학내 힙합댄스 동아리 회장 학생의 부탁으로 지도교수로 활동해왔다. 처음엔 참관만 해주려던 그는 직접 공연을 보고 매력을 느껴 학생들과 함께 팝핀, 왁킹 등 힙합 동작을 배워 정기 공연마다 학생들과 무대에 올랐다.

지난 2002년 출간한 그의 저서 발문 중 일부에 강 교수에 대한 동료 교수의 평가가 눈길을 끈다.

“그는 여러 면에서 나를 주눅 들게 하는 동료다. 끊임없이 좋은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수학자로서의 재능, 연륜만 조금 더 쌓이면 명강의 소릴 들을 만한 열강, 시시콜콜한 것까지 기억하는 비상한 기억력,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사물·현상의 의미 있는 부분을 관찰하는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각, 구수한 입담, 거침없으면서도 섬세한 글솜씨 등 부러운 장점들은 참 많다.”,

“동안의 그는 항상 캐주얼한 차림으로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게다가 학생들처럼 백팩을 메고 다니니 누가 교수로 볼 것인가.”


일 돕던 인턴 가슴 추행

이렇게 순탄대로를 달리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1월10일 복수의 언론 매체를 통해 그가 타 학교 재학생인 인턴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것.

수학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수학자대회가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렸고 강 교수는 이 대회 조직위원회 산하의 위원장으로 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7월28일 밤 이 대회 조직위원회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그는 함께 귀가하던 인턴 여학생을 서울시 광진구 한강 유원지 벤치로 데려갔다.

술을 깨기 위해 쉬웠다 가야겠다며 공원에 내려 인근 벤치로 향한 것이다. 그가 인턴을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는 것. 교수는 학생에게 “너 귀엽고 뭔가 느낌이 좋다. 나를 경계 마라”며 무릎에 앉혔다가 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인턴 학생은 조직위 업무를 위해 선발된 인턴이었으며 서울대가 아닌 타 대학교 여학생이었다. 학생은 이 사건 다음 날 그에게 “충격을 받아 힘들다”는 뜻을 전하고 인턴직을 그만뒀다.
수사를 벌인 경찰은 지난 10월 말 사건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후 사건발생 2달여 만에 해당 사건이 공개된 것이다. 

강 교수는 그 무렵 한 언론을 통해 “평소 아끼는 학생이 뇌수술을 받아 술을 잘못 먹는 나를 많이 데려다 줬다. 원래도 헤어질 때 포옹을 했다. 인턴 학생이 실수를 자주 해 자책하기에 위로와 격려 차원에서 회식하다 벌어진 일로 생각한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어 “내가 미쳤나보다. 의도에 상관없이 잘해주려고 했든 아니든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잘못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반성의 태도를 보이는 강 교수의 한 번의 일탈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하는 시각도  일부 존재했다.


22명의 성추행 피해자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서울대 내부 커뮤니티에서 자신도 그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며칠 새 자신도 피해자라는 22명 학생들의 댓글이 달렸다.

피해자들은 학교 동아리부터 수업 듣는 학부생, 대학원생 등 다양했다. 이후 이들은 용기를 내 “서울대 K교수 사건 비상대책위원회 피해자 X”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학생들을 하나의 변수(X)로 두고, 동일한 수법으로 수많은 학생들에게 이러한 짓을 저질렀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었다.

이 비대위가 진술들을 모아본 결과 강 교수가 학생들에게 접근해서 추행까지 가는 일종의 패턴이 있었다는 것. 우선 학생들에게 대수롭지 않게 자신의 일상을 알리면서 개인적인 연락을 시작한 뒤 몇 번의 문자가 오가면 저녁 식사를 제안하고, 그 자리에서 이성을 대하듯 신체 접촉을 시도한 경우가 많았다.

만약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거나, 번호를 변경해도 학생 명부나 다른 학생을 통해 번호를 알아내 연락을 걸기도 했다는 것. 학생들이 만나자는 제안을 피하려 해도 2~3주, 심지어 4주 뒤의 일정까지 캐물으면서 약속을 잡을 것을 집요하게 요구했다고 비대위 측은 밝혔다.

결국 이렇게 저녁 식사 자리에 나가면, 식사에 술을 곁들여 먹이거나 다른 커플 한쌍을 불러 커플 데이트를 연출하는 등 마치 이성을 대하듯 했다는 것. 식사가 끝나고 2차로 자리를 옮기면 본격적으로 신체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또 연구실로 학생을 호출해 성추행을 일삼았다.

서울대의 또 다른 피해자 A씨는 “지하철역 들어가는 게이트 앞에서 저를 갑자기 안았다. 교수님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어안이 벙벙했다”고 말했다.

이후 또 다른 자리에서 만난 그는 A씨에게 “와이프가 항상 내 1순위다. 그런데 넌 내 0순위야”라고 얘기했다. 이후 친구와 대화를 해보니 그 친구도 교수로부터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는 것. 

A씨가 이날 당한 성추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먼저 일어나 가겠다고 나왔는데 계단 앞까지 따라와 저를 또 안고는 ‘내가 이따 연락할게’라고 말했는데 너무 소름이 끼쳤다”며 흐느꼈다.

이후 A씨는 자신이 당한 일을 학교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도중, 그 친구 역시 강 교수에게 신체접촉을 당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강 교수가 술을 먹이고, 키스를 기습적으로 하고 이후 스토커처럼 지속적으로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학생이 반발할 경우 협박까지 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학생이 연락을 피하자 “왜 답이 없냐”고 다그치다가 “만나주시지?”라며 협박으로 느낄 법한 메시지도 보냈다는 것.

동아리 여학생들에게도 성추행과 괴롭힘은 이어졌다. 그가 지도교수를 맡고 있던 힙합댄스 동아리 회원 B씨는 5년 넘게, 심지어 졸업한 뒤에도 강 교수에게 시달렸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B씨는 “아침 일찍부터 남자친구한테 오는 것처럼 수시로 아무 때나 문자를 보냈다.

오늘은 감기가 어떻고 어디를 다쳤고, 그런데 너를 보면 다 나을 것 같다, 너 보고 싶다, 너는 나 안 보고 싶어?”이런 식이었다. 동아리 내에서도 신체접촉을 당하거나 강 교수의 연락에 시달린 여학생이 여러 명이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B씨는 “부모님이 외국에 계시거나 의지할 데 없는 애들한테 그러신 경향이 있더라. 그런데 저희는 이분을 원해서 만난 게 아니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교수의 위치·권위가 절대적이고 향후 대학원 진학 시 불이익이 두려웠다. 강 교수님이 아는 교수님들도 많기에 신고 하면 교수님이 앙심을 품고 보복 할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A씨도 “성추행을 문제시 했을 때 나를 그냥 매장시킬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껏 이야기를 못했다”고 말했다.


‘슈퍼 갑’ 강 교수

세계적 석학이라는 “‘슈퍼 갑’ 교수”와 “대학교·대학원 제자”라는 특수한 관계 속에 그의 성추행 문제는 10년 넘도록 안으로 곪아왔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신고해도 크게 바뀌기는커녕, 거꾸로 내 인생만 매장될 수 있다’는 공포는 괜한 걱정이 아니었다.

학생들의 진상요구와 비판 여론에 서울대 측은 예비조사에 들어갔으나 무책임한 대응을 했다. 최초 보도가 된 다음 날인 지난 11월11일 서울대 인권센터는 강 교수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11월26일 강 교수는 돌연 사표를 냈고, 학교는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힌 것. 학교 관계자는 “징계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교수가 사표를 내는데 학교가 거부할 권한이 없다”며 “교수가 상당 부분 책임을 느꼈기 때문에 사표를 쓴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표가 수리되면 진상조사는 중단되고, 교수는 연금도 받고 다른 학교에 재취업도 가능하다. 이에 피해 학생들은 절망감과 두려움에 빠졌다. 하지만 서울대의 이러한 처사가 또다시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거센 비판이 일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그제서야 학교 측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조사를 계속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처벌을 피하고 외국으로 도주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강 교수가 사표를 내기 전날 자신의 영문 재직서 1부, 국문 재직서 1부를 발급했다는 것. 지난 11월26일 한 언론을 통해 서울대의 한 교수는 “강 교수가 외국 대학으로 이직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변인들은 행선지로 일본 교토대 수리해석연구소를 꼽았다. 이 곳은 지난 12월12일까지 연구원을 모집 중이었고, 그와 학문적 동반자인 가시와라 미사키 교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당분간 나가 있으려고 해’라는 메시지를 보냈으며 최근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서울대를 떠나있으려 한다’고 말해왔다고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강 교수가 여러 명에게 범죄를 저지른 죄가 무겁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청구했던 것. 그는 현재 성동구치소에 수감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얼굴의 교수·일그러진 사회 

한 정신과 전문의는 강 교수를 두고 “자신이 가진 권력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한 것”이라며 “자신이 도덕이나 법률 위에 군림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 측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면서 “능력만 좋으면 인성 등 다른 허물을 덮으려는 대한민국 사회의 그릇된 분위기가 그의 오만함을 부추기고 피해자들을 양산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happiness@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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