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여권 내부의 권력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개국공신으로 통하던 권성동·장제원 등 ‘윤핵관’은 지고 한동훈·원희룡을 정점으로 한 ‘신핵관’이 뜨고 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1월 초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에 이어 ‘친윤 핵심’의 서울 출마를 거론하면서 여권은 들끓었다.
장제원 의원은 인 위원장의 ‘험지 출마’ 권유에 강하게 반발했다. 윤석열 정부 초기 가장 파워가 강력한 ‘핵관’으로 통하다가 졸지에 ‘공천 물갈이’ 대상으로 몰리자 ‘산악회’ 모임에서 지지자를 태운 관광버스 92대로 세를 과시하자 용산 대통령실과 윤핵관의 갈등이 감지되고 있다.
또 권성동 의원이 “나는 이제 윤핵관 아니다, 윤핵관에서 빼달라”고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핵관’들의 세포분열이 본격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한동훈·원희룡 장관의 출마설까지 보태지면서 기존 ‘윤핵관’이 토사구팽을 당하고 ‘신핵관’이 국민의힘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가 등장한 후 정가에는 여권 권력암투를 둘러싼 온갖 풍문이 흘러다닌다.
정권 초기 파워 강력하던 ‘핵관’ 장제원, 졸지에 공천 물갈이 대상 몰려
권성동 “나는 이제 윤핵관 아니다, 윤핵관에서 빼달라” ‘핵관’ 세포분열
한동훈·원희룡 출마설 보태지며 ‘신핵관’이 여권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
▲ 여권 내부의 권력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개국공신으로 통하던 권성동·장제원 등 ‘윤핵관’은 지고 한동훈·원희룡을 정점으로 한 ‘신핵관’이 뜨고 있다. 사진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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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나라도 살아야겠다는 엑소더스가 당 내 자칭 친윤(친 윤석열)부터 급속히 퍼질지도 모른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와 친윤 핵심의 서울 출마를 거론하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친윤계와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한 말이다.
홍 시장은 11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설치는 자칭 ‘친윤계’ 그룹은 초선·원외조차도 정권 출범 초기부터 대통령을 등에 업고 당내에서 호가호위하며 그 행패가 자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가 지난 30여 년 정치하면서 당의 권력 구도가 수없이 바뀌어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발하게 정치할 수 있는 것은, 그 기반이 권력자에게 있지 않고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를 깐 뒤 “(친윤계의 행패로) 당의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선후배가 없어지고, 중진들조차 이들의 눈치나 보며 무력해지는 당내 무질서가 만연했다. 오늘의 당이 중심 세력이 사라진 기현상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인요한 압박에 친윤 엑소더스?
실제로 ‘인요한 혁신위’는 친윤계의 반발을 불렀고 엑소더스를 부채질했다. ‘혁신위’의 친윤계 중진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압박에도 당사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인 위원장이 ‘용산발 메시지’까지 끌어오면서 압박 강도를 높였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전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 외면하려는 기류도 읽힌다.
친윤계 핵심으로 불리던 장제원 의원은 대놓고 강하게 반발했다. 장 의원은 11월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장제원TV>에 부산의 한 교회에서 간증한 영상을 올리고 “권력자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저는 눈치 안 보고 산다”며 ‘인요한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장 의원은 이 영상에서 “40세 때부터 어린 나이에 15년간 정치를 하면서 많은 어려움도 겪고, 풍파도 있었다”며 “한 번은 4년 쉬었고, 한 번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지역주민의 사랑으로 당선되는 기적도 맛봤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눈치 안 보고 산다, 할 말은 하고 산다”며 “아무리 권력자가 뭐라고 해도 저는 제 할 말 하고 산다”고도 했다.
장 의원은 “요즘도 장제원이 뭐 험지 출마하라고 한다”며 “제가 16년간 걸어왔던 길은 지름길이 아니었고, 어려운 길이었지만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이 영상에서 부친이자 동서대 설립자인 장성만 전 의원과의 추억을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 선거 캠프에 참여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정치 하겠다’고 했더니 ‘그래, 마흔이면 정치 해라. 그런데 최고가 돼라’고 했다”고 전하며 “아버지가 정치해서 어려운 사람 보살피고, 좋은 국회의원 돼라고 할 줄 알았는데 무조건 1등을 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부친 언급을 두고 ‘지라시’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 의원 일가는 동서대학 등 사학재단을 거느리고 있다.
최근 여의도에는 친윤계 인사들을 겨냥한 ‘지라시’가 돌았다. 공천 물갈이에 반발하는 친윤계를 겨냥한 지라시 내용은 여의도 음식점을 포함해 사학비리 및 땅 비리 의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공천 과정에서 잡음을 줄이고 교통정리를 위해 친윤계 인사들을 겨냥한 사정정국이 조성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이에 앞서 장 의원은 11월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기념행사에서 버스 92대 4200여 명을 동원해 세를 과시하며 “저 보고 서울에 가란다. 제 알량한 정치 인생을 연장하면서 서울로 가지 않겠다”며 험지 출마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또다른 ‘윤핵관’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장 의원과는 ‘결이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권 의원은 “호가호위할 생각도, 윤핵관들과 어울려 다닐 생각도 없고 앞으로 윤핵관들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할 일도 없다”면서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는 생각을 전하고 있는 것.
‘윤석열 카드’ 빼 든 인요한
그러자 인요한 위원장은 용산 대통령실과의 소통을 언급하면서 ‘윤석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친윤(친윤석열)·중진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한 당의 답변이 돌아오지 않자 ‘소신껏 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친윤과 지도부 결단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인 위원장은 11월 15일 오전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 측으로부터)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소신껏, 생각껏 맡아서 임무를 끝까지 (하라). 당에게 필요한 것을 거침없이 하라’ 이런 신호가 왔다”고 밝혔다.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이후인 11월 초 윤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는데, 이는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직접 만나는 대신 윤 대통령 측에서 이러한 입장을 전달해왔다는 것이다. 직전까지 ‘혁신위 조기 해체설’과 ‘불출마 리스트 작성’ 등 각종 의혹에 시달렸던 만큼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간 인 위원장이 용산 대통령실과 혁신위의 연결고리를 만들지 않으려 애써왔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기게 되면 혁신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는 탓이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더 이상 친윤과 중진들의 반발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가 윤 대통령의 힘을 빌려 최근 혁신안에 반발하는 친윤·중진들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력 추 신핵관으로 이동 중
어쨌거나 윤석열 정부 초기 권력 정점에 섰던 장제원·권성동 의원이 ‘물갈이 대상’으로 꼽히면서 여권의 권력 추가 ‘원조 윤핵관’에서 ‘신핵관’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핵관’의 대표주자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급부상하고 있다. 인 위원장도 ‘두 장관’의 총선 출마에 힘을 싣도 있다.
인 위원장은 원 장관과 한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을 놓고 “다행히 두 장관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틀 전 원 장관이 전화가 와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올바른 길로 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장관을 두고는 “일을 많이 해서 친한 사이지만 최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며 “(최근) 행동하는 걸로 봐서는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막연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장관이나 한 장관이 스스로 좋은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움직이는 것 자체가 혁신위에 큰 도움이 된다”며 “다른 분들도 그분들을 보고 내려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며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면 더욱 좋은 일이 없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으로 가기 전 인 위원장과 장 의원 측에 “둘 다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내 중재를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규완 CBS 논설위원장은 11월 2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제가 들은 얘기인데 확인은 아직 못했기 때문에 거의 90%라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어 “미국에서 귀국한 윤 대통령이 영국으로 가기 전 하루를 한국에 머물렀다”며 “그때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장제원 의원 측에 메시지를 보냈다는 얘기를(들었다). 쉽게 얘기해서 ‘다 자제하라’고 중재를 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규완 논설위원장은 또한 “장제원 의원은 강력하게 본인이 사상에 출마할 뜻을 갖고 있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본인의 마음은 사상 무소속 출마도 강행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정치적 흐름이 어떻게 갈지 두고 봐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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