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T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 수수료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례적 질타에 따른 조치로, 카카오 모빌리티는 수수료율 인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카모는 카카오 T 택시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가맹택시 수수료 등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택시 기사 의견을 수렴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며 “빠르게 주요 택시단체 등과 일정을 조율해 논의를 시작하고,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전면적인 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갑작스럽게 수수료 개편에 나선 이유는 뭘까.
카카오 택시 90% 이상 시장 점유율 앞세워 과도한 수수료 받는다는 지적
호출 시장 점유율 95% 육박…초기엔 소비자 호응 끌어냈지만 ‘미운 오리’
카카오 모빌리티의 시장 독점 각종 부작용 낳자 대안으로 ‘공공택시’ 부상
▲ 서울 용산역 택시 승강장에서 카카오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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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에선 카카오 모빌리티가 95%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앞세워 경쟁사 대비 과도한 수수료를 받아간다고 본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자회사인 KM솔루션을 통해 택시기사로부터 20% 수수료를 받는다. 이후 카카오 모빌리티는 제휴를 명목으로 택시기사에게 다시 15~17%를 돌려줘, 실제 택시기사가 체감하는 수수료는 3~5% 정도다.
문제는 이 수수료가 경쟁사 대비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2등 사업자인 우티는 2.5%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업계는 향후 개최될 카카오 모빌리티 간담회에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수수료율 인하나 중개·가맹 사업 포기 등을 고려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카카오 모빌리티는 수수료율 개편 외에, 현재로선 딱히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하나 가맹 사업 중단 등 구체적인 개선 사항은 정해진 게 없다”며 “간담회를 통해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을 개편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매출 부풀리기 혐의로 금융감독원 감리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카모가 택시 사업 회계 처리 과정에서 하나의 계약을 둘로 나눠 각각을 별도 항목으로 계상해 분식회계를 하려 했다고 본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그동안 택시기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20%를 모두 매출로 잡아왔다. 그러나 택시기사에게 다시 환급하는 구조를 고려하면 실제 수수료율은 3~5% 수준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카카오 모빌리티가 실제 운임 수수료인 3~5%를 매출로 잡는 게 맞다고 지적한다.
업계에선 투자 유치 이후 이어진 상장 압박 때문에 카카오 모빌리티가 이런 방법으로 매출을 과대 반영했다고 분석한다. 최근 증권사는 플랫폼 기업을 평가할 때 매출에 비례해 주가를 산정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카카오가 독점한 택시호출 시장
국내 1위 택시 사업자 카카오 모빌리티는 현재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을 장악한 사실상 독점 기업이다. 이용자 수가 3300만 명에 달하는데 도로 위를 달리는 택시 대다수가 카카오 택시다.
사업 초기 당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호출 방식으로 침체된 택시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켰던 카카오 모빌리티는 과도한 수수료, 최저임금보다 낮은 기사 수입, 소비자 이용 불편 문제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질타 직후 카카오는 택시 기사와 승객, 정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로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하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2015년 처음 택시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길에서 손을 흔들거나 콜택시를 불러야 했던 택시 시장은 카카오 택시 등장과 함께 ‘호출 시장’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기존 택시 서비스에 불만이 많았던 소비자들까지 큰 호응을 보내며 전용 앱 ‘카카오 T’ 가입자 수는 5년 만에 27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용자 수도 빠르게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택시 호출 시장에서 카카오 모빌리티 점유율은 95%에 육박한다. 택시 100대 중 95대가 카카오 택시인 셈이다. 2019년 92.99%였던 점유율은 2020년 94.23%, 2021년 94.46%로 매해 증가하고 있다. 월간 평균 활성 이용자 수 역시 1169만명으로 압도적 우위다.
빠르게 시장 선점에 성공한 카카오 모빌리티는 택시와 함께 대리운전, 주차, 네비게이션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시장을 독점했다. 대표적으로 가맹 택시 사업인 ‘블루’의 경우 점유율이 2021년 기준으로 73.7%에 달한다. 이 서비스는 가맹 택시에게 승객의 호출을 우선적으로 배치해준다.
반면 카카오 모빌리티의 주요 경쟁 사업자의 가맹 택시 수와 점유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초 타다와 아이엠 택시를 카카오 모빌리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합병을 추진했지만 추가 투자 유치 문제 등으로 무산됐다.
사실상 카카오 모빌리티가 시장을 독점하면서 피해는 경쟁 업체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이용자 수 대비 선택의 폭이 좁고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까운 거리를 몇 배 비싼 요금을 주고 프리미엄급 택시를 부르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이와 달리 미국, 일본 등에서는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2009년 우버가 등장했을 당시 기득권을 지키던 택시 업계의 반발이 극심했지만 이후 경쟁 모드로 전환했다. 뉴욕에서는 옐로캡 택시 기사들이 더 저렴한 요금을 내건 호출 앱 ‘커브’, 테슬라 전기차만 사용하는 ‘레벨(Rebel)’을 선보였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일본에서도 우버와 중국 디디추싱이 성공하자 현지 스타트업들은 ‘고(GO)’, ‘에스라이드(S.RIDE)’ 등 자국 기술로 만든 택시 호출 앱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특히 일본 최대 택시 기업 일본교통홀딩스가 T 기업 DeNA와 만든 ‘고’는 우버를 따돌리고 일본 1위 택시 호출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독점 구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법 체계 개정, 업계의 서비스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이번 택시 수수료 논란과 관련해 “택시 업계의 어려움에 더욱 귀 기울이고, 상생을 위한 소통과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대안과 ‘공공택시’
카카오 모빌리티의 택시 시장 독점이 각종 부작용을 낳으며,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공공택시’ 호출 앱이 주목받고 있다.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공공 플랫폼으로 승객이나 기사 모두 별도 호출 비용이 없고, 택시 수수료가 적은 것도 장점이다. 다만 떨어지는 편의성과 홍보 부족으로 사용률 저하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과 지방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공공 택시 호출 앱이 운영 중이다. 경기도 리본택시, 부산시 동백택시, 대구시 대구로택시 등이 대표적인 공공택시 서비스다. 경기도 내에서도 고양, 용인, 김포, 구리, 수원 등 다양한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체 택시 호출 앱을 출시했다.
이 같은 공공택시 호출 서비스는 택시 기사와 승객 모두 별도의 호출 비용을 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카카오 택시는 택시 기사가 요금의 4.8%를 수수료로 낸다. 운행 수수료와 별도로 매달 관리비 4만8000원도 내야 해 부담은 더 크다.
가장 성공한 공공 택시 플랫폼 중 하나로 꼽히는 동백택시는 약 2만3000대인 부산 전체 택시 중 90%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백택시는 택시 기사 수수료를 없애고, 지역 화폐인 ‘동백전’으로 결제할 경우 일정 금액을 동백전으로 돌려주는 캐시백 혜택을 줘 택시와 승객 모두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고객의 동백택시 호출 수도 지난 9월 기준 월간 25만 건 이상이다. 50만 건을 넘겼던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수치이지만, 여전히 과도한 수수료 부담에 놓인 부산 택시업계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카카오T 등 민간 앱과 비교해 호출이나 결제 편의성이 떨어지고, 정부와 지자체 정책이나 예산에 따라 사업이 흔들릴 수 있는 점은 공공택시가 가진 한계다. 공공 부문이 민간 영역을 침범한다는 논란도 피해 갈 수 없다.
실제 서울시가 2017년 처음 내놓은 공공택시 앱 ‘지브로’는 이용자와 택시 기사 모두에 외면받으며 출시 1년여 만에 조용히 사라졌다. 이후 서울시는 승차 거부 택시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기능의 S택시를 다시 내놓았으나 역시 시범 서비스 단계에서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 택시 앱은 많은 장점이 있지만 배차가 잘 되지 않고, 결제도 불편한 단점도 만만치 않다”며 “결국 민간 업체인 카카오 택시와 공공 택시가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택시업계와 간담회 열었지만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류긍선 대표는 11월 13일 어느 때보다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의 개선책을 놓고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해 카카오 모빌리티의 혁신이 과연 가능할지 주목을 끌었다.
이날 오전 류 대표는 경기 성남시 백현동 알파돔타워 카카오 모빌리티 본사에서 비상경영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오후에는 곧바로 서울 강남구 선릉로 소재 전국택시연합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택시업계 간담회에 참석했다.
류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재검토’나 ‘노력하겠다’는 원칙론적 입장만 밝혔을 뿐 더 진일보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아직까지 류 대표는 물론 김범수 센터장이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류 대표는 간담회에 앞서 “택시 단체 관계자의 말씀을 많이 듣고 처음부터 서비스를 다시 만든다는 마음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수수료 체계 개편 등 우려를 불식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이어 간담회에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업계 주요 단체들과 카카오택시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매출 부풀리기 등 분식회계 의혹 ▲경쟁 택시 플랫폼 콜 차단 및 자사 가맹 택시 콜 몰아주기 ▲독과점과 과도한 수수료 등 여러 문제로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날 택시 업계는 ‘카카오 모빌리티 사업개선 제안서’를 통해 카카오 택시의 가맹 모집 체계 및 수수료 체계 개선, 목적지 미표시 일반택시로 확대 등을 요구했다. 우선 현재 카카오 택시의 가맹 택시 모집은 카카오 모빌리티의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이 지역단위 가맹모집책과 계약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택시 노조 지역본부의 영향력이 약화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 택시 업계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가맹 사업본부를 법인택시와 개인택시로 구분하고, 법인택시는 택시 노조가 운영하는 가맹사업자를 통해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택시 업계는 전국 택시에 일관된 수수료 체계를 수립해 현재 무분별하게 운영되는 방만한 수수료율 개선과 지역 가맹사업모집책 특혜 의혹을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가맹사업자의 택시 운행 매출의 20%를 받고 이후 차량 운행 데이터 제공 및 광고 마케팅 참여 조건으로 15~17%의 제휴 비용을 돌려주는 편법 운행(매출 부풀리기)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목적지 미표시와 콜 몰아주기, 강제 배차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카카오T 블루)에는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지만, 일반택시에는 목적지를 표시한다. 이 때문에 이용자는 웃돈을 주고 ‘콜 골라잡기’가 없는 가맹택시를 이용하는 실정이다. 택시 업계는 일반택시에도 목적지 미표시를 확대하고, 강제 배차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일부 택시 단체에서는 카카오의 택시 가맹사업 철수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이용자와 택시를 연결하는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가맹 사업을 통해 직접 택시까지 운영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가맹택시에 대한 콜 몰아주기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71억 원의 과징금도 부과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 모빌리티는 저렴한 수수료 체계 구체화 및 현실화, 가맹택시 사업구조 원점 재검토, 다른 택시 플랫폼에 카카오 T(택시) 플랫폼 개방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올해 말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실행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가맹사업 철수까지 요구하는 택시 단체 요구를 모두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올 상반기에만 225억 원 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 업계가 내건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모빌리티 기업공개(IPO)를 기대하던 투자자에게는 이미 재앙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며 “택시 업계와 상생을 이루면서, 수익을 낼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