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은 남성 81.47세, 여성 87.57세로 길어졌고 요즘에는 ‘백세 인생’이라는 말도 일상적으로 쓰인다. 그러나 돌봄을 받거나 병상에 눕지 않고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하는 ‘건강수명’은 남성이 72.68세, 여성은 75.38세로 평균수명보다 훨씬 짧다. 70세부터 새로운 것을 시작해도 간병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기간은 고작해야 3~5년이라는 말이다.
단식요법, 장수식단을 오랫동안 연구한 일본의 의학박사 이시하라 유미는 정년퇴직하고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65세부터 ‘공복 건강법’을 건강수명과 평균수명을 모두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공복이나 소식이 병을 예방하고 건강수명을 늘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65세부터는 공복이 최고의 약이라는 것. 유미 박사는 최근 저서 <65세부터는 공복이 최고의 약이다>(청홍 펴냄)를 한국에서 펴내기도 했다. 유미 박사의 책을 바탕으로 ‘공복 건강법’을 간추려 소개한다.
과식하면 노폐물 처리하는 간장·신장 등 해독기관 혹사 당하고 지칠 수밖에
‘공복’ 상태에선 ‘해마’의 혈액순환 좋게 하는 호르몬 분비되어 치매 예방
▲ 인간의 몸은 공복일 때 건강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12시간 이상 공복을 지키면 소화와 흡수를 위해 위장에 혈액을 모을 필요가 없어서 뇌와 손발로 충분히 혈액이 돌아가므로 두뇌 회전이 잘되고 몸을 움직이기도 가볍다. <사진출처=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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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음식을 먹었더니 졸렸던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해 혈액이 위장에 모여 뇌에 있는 혈액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과식하면 몸이 나른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로 뇌와 손발 근육에 대한 혈류가 나빠져서 일어나는 증상이다. 과식하면 당연히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당(糖) 등의 영양소가 혈액에 증가한다. 그뿐 아니라 요산, 젖산, 피루브산 등 노폐물도 함께 증가한다. 그런 과도한 영양소와 노폐물을 연소·처리·배설하려면 간장(肝臟)과 신장(腎臟) 등의 해독 기능을 하는 기관이 혹사 당하고 지칠 수밖에 없다.”
식생활과 생활에 대한 세세한 간섭이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면역력을 떨어뜨리며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반대로 ‘본능’에 따라 자유롭게 생활하는 것이 면역력을 높이고 질병을 예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루 세 끼를 먹지 않으면 건강에 해롭다’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는 의학적 지침을 지키기 위해 밥맛이 없고 먹고 싶지 않은데도 억지로 아침을 먹는 사람도 있다. 그 결과 고지혈증, 고혈당, 과체중 등 ‘과식병’이 만연하다.
인류 300만 년의 역사는 어떤 면에서 ‘공복의 역사’다. 인간은 가뭄, 홍수, 산불, 화산 폭발, 지진 등으로 식량을 충분히 얻지 못해 굶주려야 했다. 그 증거로 우리 몸에는 공복으로 혈당이 떨어지면 손발의 떨림, 두근거림, 초조함, 실신 등의 ‘저혈당 증상’을 막아주는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글루카곤, 티록신, 성장호르몬 등 10종 이상의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이 존재한다. 반대로 과식해서 생기는 고혈당을 예방하는 호르몬은 인슐린 하나뿐이다.
이러한 호르몬의 균형으로 미루어 볼 때 ‘인간이 오랜 시간 공복의 시대를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즉, 인간의 몸은 공복일 때 건강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현대 문명인들이 고지혈증, 지방간, 당뇨병, 통풍, 고혈압, 심근경색, 뇌경색, 암과 같은 ‘성인병’에 시달리는 것은 과식했을 때 우리 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시하라 유미 박사는 “자기만의 건강법, 즉 질병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방법은 ‘본능’에 귀를 기울이고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인간은 30여 억 년 전 바다에서 단세포 원생생물이 탄생하면서 수억 년에 걸쳐 분화와 분열, 증식을 거듭해 어류→양서류→파충류→조류의 형태로 진화하여 마침내 종의 최상위인 포유류가 되었다. 원생생물에서 한 번도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내려온 덕분에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난 30억 년 동안 지구상에서 겪은 일들이 세포 유전자에 새겨져 기억되고 있으며, 우리의 본능은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좋고 싫음을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타인이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내가 먹고 싶고 먹었더니 맛있는 것, 해봤더니 기분이 좋은 것(운동, 목욕, 마사지, 침술 등)’이 ‘내 건강’에 좋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음식의 질을 운운하기보다 몸이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을 소량 먹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
“식욕이 왕성한 것은 활기차고 건강하다는 증거지만, ‘식욕부진(食慾不振)’에 대해서는 일반인이나 의사들이나 ‘오해(誤解)’를 하는 측면이 있다. 동물이 아프거나 다치면 먹지 않는 것은 면역력을 높여 병을 고치려는 반응이다. 식욕이 없는 것은 ‘위장이 소화할 힘이 없다’며 식사를 거부하는 상태이므로 억지로 먹으면 증상이 악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먹으니까 건강해진다’가 아니라 ‘건강한 사람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치매에는 ‘공복’이 효과적
나이가 들면서 해마에 침착되어 치매를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공복(단식)으로 인한 자가포식으로 제거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공복 상태가 되면 해마 부위의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위에서 분비되어 기억력과 뇌 기능을 향상시키고 치매를 예방한다는 효과가 입증되었다.
아울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레오나르도 갈렌테 교수가 2000년 발견한 ‘생물이 기아 상태가 되면 활성화돼 몸의 세포 노화를 막고 수명을 연장하게 하는 사르투인(장수) 유전자도 치매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레드와인과 포도 껍질에서 발견되는 적자색 색소 ‘레스베라트롤’에 의해 사르투인 유전자가 활성화되며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인간의 치아, 초식용 어금니(62.5%), 과일과 채소를 씹기 위한 앞니(25%)의 비율을 보면 인간도 초식 동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장(腸)과 간장(肝臟)에서도 알부민이 쉽게 합성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당근·사과주스 단식으로 건강을 증진하는 우리 시설에서 ‘단식 전후 혈액검사로 변화를 알고 싶다’며 채혈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단식 후에는 고지방과 고혈당이 감소할 뿐 아니라 당근·사과주스, 즉 성분의 대부분이 당분과 비타민, 미네랄인 식품만 섭취하는 단식을 한 뒤에는 ‘알부민 수치가 상승하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지금은 간장과 장에서 당으로부터 알부민이 합성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따라서 유미 박사가 권장하는 아침에는 당근·사과 주스나 생강홍차, 점심에는 메밀국수, 우동, 파스타, 피자, 밥 등을 졸리지 않을 만큼만, 저녁에는 아무거나 먹어도 되며, 나이가 들면서 건강식 중심이 바람직하다는 ‘소식’ 생활이 치매 예방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땀 흘린 뒤 마신 물 몸에 좋다
“음식에서 섭취한 염분은 위장을 통해 혈액 속으로 흡수된다. 소금(NaCl)의 Na(나트륨)은 흡습성이 있어 주변 세포 조직에서 혈액 속으로 수분을 끌어당긴다. 그러면 혈액의 총량이 증가하고 심장은 더 큰 힘으로 혈액을 밀어내려 한다. 결국 고혈압이 된다. 추운 겨울에는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이 잘 통하지 않아서 혈압이 올라간다. 반대로 더운 여름에는 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이 낮아진다. 겨울보다 여름에 혈압이 상승하는 사람이 드물게 있다.”
1960년 이후, 고기, 달걀, 우유, 버터를 중심으로 하는 고지방식(서양식) 식단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혈중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요산 등 과다한 영양과 노폐물이 증가해 혈액이 끈적끈적해지고 혈전증(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이 현저하게 증가했다. 그 결과 ‘혈액을 맑게 하기 위해’라는 명분으로 ‘수분을 자주 섭취할 것’ ‘1일 1.5ℓ의 수분을 보충할 것’이라는 의학적 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유미 박사는 “‘과유불급’,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처럼 마시고 싶지도 않은 수분을 억지로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몸에 해롭다”고 경고한다. 수분 섭취로 좋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을 한의학에서는 ‘수독(水毒)’이라고 표현하며 과다한 수분 섭취를 경계하고 있다.
“목 졸림을 당해 3분간 숨을 쉬지 못하면 죽음에 이를 정도로 소중한 공기(산소)도 너무 많이 들이마시면 손발이 저리고 경련을 일으켜 실신(과호흡증후군)할 수 있다. 그래서 숨은 내쉬고[呼] 나서 들이마시라고[吸] 하여 호흡(呼吸)이라고 하는 것이다. 요가든 아유르베다든 6~7초 만에 숨을 내쉬고 3~4초 만에 들이마시는 호흡법을 건강의 기본으로 삼는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먹지 않으면 배설 더 잘 된다
유미 박사는 “지난 50년간 ‘아침을 거르는’ 생활을 했지만, 자리에 누워서 지낼 만큼 아픈 적도 없고 지난 30년간 건강보험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그는 특히 “아침부터 식욕이 없거나 있어도 고지혈증 고혈당 과체중 등의 과식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아침밥을 과감히 거르는 것이 좋다”고 단언한다. 왜 그럴까?
“아침에 일어나면 입 냄새가 나고 눈곱이 끼어 있거나 코막힘(콧물)이 있고 소변 색깔이 진하다. 다시 말해 혈액의 노폐물을 배설하는 시간이다. 하루 또는 며칠 동안 단식을 하면 이런 배설 현상 외에도 설태(혀 이끼), 발진, 복통 없는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인체에는 ‘흡수(먹는 것)는 배설(대·소변)을 방해한다’는 생리학적 원칙이 있으며 그 반대도 성립한다. 즉 먹지 않으면 배설이 잘된다. ‘단식하다’는 영어로 ‘fast’이고 아침 식사는 영어로 ‘breakfast’ (fast=금식을, break=그만하다)를 뜻한다. 야간 취침 중에는 누구나 ‘먹지 않는다=금식 중’이므로 아침에 배설 현상이 활발한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병은 혈액의 때에서 생긴다’고 하는데 배설은 체내, 혈액 속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 혈액을 정화하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아침부터 식욕이 없거나 고혈압 등 지병이 있는 사람은 과감히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이 좋다는 것. 아침을 걸러도 인체를 구성하는 60조 개 세포의 유일한 활동원인 당분을 보충하면 전혀 배고픔을 느끼지 않고 오전의 활동에 아무 지장이 없다. 오히려 소화와 흡수를 위해 위장에 혈액을 모을 필요가 없어서 뇌와 손발로 충분히 혈액이 돌아가므로 두뇌 회전이 잘되고 몸을 움직이기도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