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퇴임 후 첫 공식 연설…윤석열 정부의 정책 작심 비판

“안보·경제 보수정부가 낫다는 건 조작된 신화”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23/09/22 [16:58]

문재인 퇴임 후 첫 공식 연설…윤석열 정부의 정책 작심 비판

“안보·경제 보수정부가 낫다는 건 조작된 신화”

송경 기자 | 입력 : 2023/09/22 [16:58]

“진영 외교 치우쳐 균형 잃게 되면 안보·경제에서 더 많은 것 잃을 수도”

“역대정부 안보·경제 성적 비교하면 진보정부에서 월등히 좋았던 것 확인”

 

▲ 9월19일 퇴임 이후 처음으로 서울로 올라온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을 작심하고 비판하고 나섰다.   

 

퇴임 이후 처음으로 서울로 올라온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을 작심하고 비판하고 나섰다. 대북 강경 기조로 남북 관계는 파탄 났고, 진영 외교에 치우쳐 경제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안보는 보수정부가 잘한다’, ‘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9월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 인사말을 통해 지나치게 진영 외교에 치우쳐 외교의 균형을 잃게 되면, 안보와 경제에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미·일 맹종 외교를 지목했다. 이날 행사는 김대중재단, 노무현재단, 한반도평화포럼 등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문 전 대통령이 공식 행사 참석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것은 지난해 5월 퇴임 이후 처음이다.

 

문 전 대통령은 먼저 “파탄 난 지금의 남북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며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저격했다.

 

특히 북한의 계속된 무력 도발에 맞서 정부·여당에서 9·19 군사합의를 폐기해야 한다거나 폐기를 검토한다는 등의 말이 나오고 있는 현 정부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본인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맺은 9·19 군사합의와 관련 “남북 관계가 다시 파탄을 맞고 있는 지금도 남북 군사합의는 남북 간의 군사충돌을 막는 최후의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남북 군사합의를 폐기한다는 것은 최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남북한 모두, 관계가 악화하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군사합의만큼은 끝까지 지키고 준수하여 최악의 상황을 막으면서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며 “언젠가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면 남북 간에도 군사합의를 더욱 발전시켜 재래식 군비까지 축소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9·19 평양 공동선언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부속합의서로 체결된 남북 군사합의였다”며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함한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고, 육상·해상·공중으로 일정한 구역의 군사운용을 통제함으로써 접경지역에서의 우발적인 군사 충돌 가능성을 방지할 목적으로 남북 간에 사상 최초로 체결된 구체적인 군비통제 합의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남북 군사합의는 지금까지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문재인 정부 동안 남북 간에 단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도 없었다. 역대 정부 중 단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뿐이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한 “남북 합의 관련 이어달리기가 중단 없이 계속되었다면 남북관계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며 “그간의 남북 합의를 계승해 이어달리기를 하라”고 촉구했다.

 

문 전 대통령은 “구시대적이고 대결적인 냉전 이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때 (남북 화해 정책의) 이어달리기는 장시간 중단됐다”며 “그럴 때면 남북관계는 파탄 나고 평화 대신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고,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목함지뢰 사건이 발생했고, 아까운 장병들과 국민이 희생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다르게, 과거 서독은 정권이 바뀌어도 이념과 상관없이 동방정책과 동독 포용정책이 중단 없이 이어졌다”면서 “평양 공동선언 역시 훗날 냉전적 이념보다 평화를 중시하는 정부가 이어달리기를 할 때 더 진전된 남북 합의로 꽃피우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은 ‘평화가 경제’라는 사실”이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 경제가 악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가 시작된 김영삼 정부부터 지금의 윤석열 정부까지 역대 정부를 거시적으로 비교해 보면 이어달리기로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던 시기의 경제 성적이 그렇지 않았던 시기보다 항상 좋았다”며 “지금 우리가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 경제의 규모, 즉 GDP(국내총생산)가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어달리기가 중단되었던 정부 기간에는 국민소득이 정체되거나 심지어 줄어들었다”며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000달러를 넘었는데, 지난해는 3만2000달러 대로 국민소득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적자 재정과 관련해서도 “문재인 정부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국가부채율 증가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해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의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고 전한 뒤 “오히려 재정적자는 현 정부에서 더욱 커졌는데 적자 원인도 경기부진으로 인한 세수감소와 부자감세 때문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진영외교에 치우쳐 외교의 균형을 잃게 되면, 안보와 경제에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며 “동맹을 최대한 중시하면서도 균형 있는 외교를 펼쳐나가는 섬세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고 훈수를 뒀다.

 

문 전 대통령은 “역대 정부의 안보 성적과 경제 성적을 비교해 보면 한마디로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히 좋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안보는 보수정부가 잘한다’. ‘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윤 정부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는 데 상당 부분 할애했다. 그간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책방을 운영하며 별다른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전에는 평양 공동선언 기념식에 서면으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은 당이 필요로 할 때 그냥 지나친 적은 없다”며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전면적 국정 쇄신을 요구하며 장기간 단식 중 병원에 입원한 엄중한 상황이다. 정부·여당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어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행사 참석 전에는 이재명 대표를 위로 방문하며 단식을 만류했다.

 

그는 “단식의 진정성이나 결기는 충분히 보였다”며 “빨리 기운을 차려 다른 모습으로 싸우는 게 필요한 시기”라고 단식 중단을 간곡히 요청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본인의 SNS에 글을 올려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사태, 일본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 홍범도 장군 등 항일 무장독립 투사들 흉상에 대한 윤 정부의 철거 시도 등 민감한 정치 현안들에 관한 생각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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